[오피니언] 어떤 일의 경위를 파악하는 경위서만 있는 게 아니다. 학교에서 쓰게 하는 반성문, 경찰서에서 쓰게 하는 반성문과 마찬가지로 반성을 강요하는 경위서도 있다. 노동자들에게 경위서를 쓰게 하는 사장들이나, 피고인에게 반성을 요구하는 재판관, 학생들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하는 선생님들이 바라는 게 진짜로 반성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복종을 바라는 것이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개기지 않고 말 잘 듣겠습니다.” 이런 태도를 바라는 거다. 그 태도에 굳이 진심이 담길 필요는 없다. 어차피 충성을 맹세하라는 게 아니라 복종을 증명하라는 것이니까.
인권오름
2012-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