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연구

강신주 | 철학자

▲ 사랑에 관한 연구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풀빛

[오늘의 사색]사랑에 관한 연구

“우리는 사랑을 욕망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우리는 사랑하지 않는 것도 욕망할 수 있다. 그런 경우 그 대상들은 감정적인 차원에서는 우리와 관련이 없다. 좋은 포도주를 욕망한다고 해서 그것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심지어 마약 중독자는 마약을 증오하면서도 그것을 욕망한다. 사랑과 욕망을 구분할 수 있는 더 멋진 논리가 있다. 무엇인가를 욕망하는 것은 그것을 소유하려는 것이다. 소유란 우리의 궤도를 돌던 어떤 대상이 우리에게로 와서 우리의 일부분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논리에 의하면 욕망은 그 대상을 얻는 순간 없어진다. 반대로 사랑은 불완전하고 영원한 어떤 것이다. 욕망은 수동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욕망하는 것이 내게로 다가오기를 원하게 된다. 이때 나는 중력의 한 가운데에 서서 그 대상들이 내게로 빨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반대로 사랑에 있어 모든 것은 움직임 자체이다. 사랑을 하면 우리는 사랑의 대상이 내게 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그 대상에게 가서 그 안에 존재하려고 한다. 어쩌면 이것이 대자연이 우리에게 부여한 유일한 시련일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서 빠져나와 타인을 향한 여정을 떠나야 한다. 그 대상이 나를 중심으로 내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대상이 만든 궤도를 탄다.”

무엇인가를 소유하면 할수록 우리는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펙을 성공적으로 쌓거나 혹은 국회의원이 되어서 표를 끌어 모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우리는 소유의 양이 행복의 양이라고 믿는다. 그렇지만 아는가? 소유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더 행복해지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배고프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음식을 건네줄 때, 춥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옷을 벗어줄 때, 우리는 무소유가 소유보다 더 큰 행복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잊지 말자. 짐승의 행복과는 구별되는 인간의 행복도 가능하다는 것을.

[오늘의 사색]사랑에 관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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