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신문 만화가는 체제 비판 측면에선 모두 좌파”

글 주영재·사진 김영민 기자

르몽드 시사만화가 프로망

민주화시위에 나선 시민을 학살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피가 고인 웅덩이에 비친다. 양복을 입은 거인으로 의인화된 미국 자유시장주의자들의 싱크탱크인 ‘하트랜드 인스티튜트’는 검은 담배 연기를 뻑뻑 뿜어대며 기후변화 그래프를 보는 이의 눈을 달러로 가리고 있다.

“프랑스 신문 만화가는 체제 비판 측면에선 모두 좌파”

프랑스 일간 르몽드의 시사만화가 오렐리앙 프로망(32·사진)은 상징과 해학을 담은 한 컷의 만화로 백마디 말보다 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강원 춘천에서 열린 제3회 국제시사만화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1일 서울에서 만났다. 신구가 뒤섞인 도시가 인상적이라고 한 그는 서울 고궁의 현판 글씨를 옮겨 그리는 등 호기심을 감추지 않았다. 프로망은 2001년 프랑스 일간지 ‘에로 뒤 주’의 시사만화가로 첫 발을 내디딘 뒤 2005년 르몽드지로 옮겨 시사만화를 정기 연재하고 있다. 이와함께 ‘폴리티스’, ‘마리안느’, ‘엑스프레스’ 등의 주간지, 야후와 같은 인터넷 매체에도 정기 기고를 하고 있다. 프로망은 시사만화의 역할을 세가지로 꼽았다. 첫째는 그림(만화)으로 기사를 요약해 독자의 관심을 끌어야 하며 둘째는 정치와 사회 체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아야 한다. 그는 이와함께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유머를 통해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사만화가 체제 비판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프랑스의 신문 만화가는 모두 좌파 아니면 스스로를 좌파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프로망은 두 해 전부터 <사르코지의 여인들>(2010), <사르코지와 상위 1%>(2011)와 같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책들을 공동으로 출간했다. 사르코지와 주변 인물들의 추문과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온 사르코지를 비판하는 내용의 만화 단행본이다.

시리아 대통령이 학살된 시민들의 피가 고인 웅덩이에 비치고 있다. 동화 백설공주의 진실의 거울처럼 ‘거울아 거울아 누가 가장 잔혹한가’라는 물음에 답하고 있다.

시리아 대통령이 학살된 시민들의 피가 고인 웅덩이에 비치고 있다. 동화 백설공주의 진실의 거울처럼 ‘거울아 거울아 누가 가장 잔혹한가’라는 물음에 답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에선 보수성향의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이 정치적 풍자를 이유로 고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뒤 그 전통이 이어져왔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을 풍자한 쥐를 그려넣어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았다”고 귀띔하자, 그는 “한국에서 쥐를 그리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만 예술가의 작품에까지 일일이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라디오 뉴스 방송을 듣거나 책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다는 그는 시사만화가로서 필요한 자질로 사물에 대한 호기심, 언론인과 예술인 사이에서의 조화를 들었다. 행복한 시사만평가로 사는 게 목표인데 벌써 행복하다고 말한 그는 “독자들의 호평을 들었을 때 가장 기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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