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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엮은 美 대학야구 선수들의 땀과 꿈

송고시간2012-06-0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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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아마존 선정 베스트셀러 '수비의 기술'

<소설로 엮은 美 대학야구 선수들의 땀과 꿈>
2011 아마존 선정 베스트셀러 '수비의 기술'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31년째를 맞은 국내 프로야구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돌아온 해외파들의 활약, 노장과 신예들의 분투, 매일 순위가 뒤바뀌는 박빙의 승부에 관중은 환호하고 시청자들도 열광한다.

'수비의 기술(The Art of Fielding)'은 야구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무대는 미국 대학야구지만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굳이 가릴 필요는 없을 듯하다.

혹독한 선수들의 훈련 과정에서부터 '플레이볼' 직전 라커룸의 풍경,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 마지막 이닝을 끝낸 뒤 선수들의 표정 등에 이르기까지 다이아몬드 안과 밖의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고교야구 선수 경력을 지닌 저자 채드 하바크는 야구에 매료된 까닭을 이렇게 표현했다.

"야구는 팀 게임이고, 동료들은 가족과도 같지만 필드에 선 선수들은 철저히 혼자다. 팀 동료들은 서로 믿고 지원해주지만 그들은 곤경에 처한 선수를 구할 수는 없다."

'수비의 기술'은 단순한 야구 소설이나 흔한 스포츠 문학이 아니다. 주인공 헨리 스크림샌더의 포지션이 경기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투수나 결승타를 때려 헹가래를 받는 강타자가 아니라 유격수라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유격수는 배터리를 제외한 수비수의 핵심이지만 파인플레이를 선보였을 때나 박수를 받을 뿐 대개 잘해야 본전이고, 에러라도 하면 비난을 뒤집어쓴다.

<소설로 엮은 美 대학야구 선수들의 땀과 꿈> - 2

작품의 제목은 인생의 그라운드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위기를 막아내는 방법을, 어떤 타구가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확히 포구하고 송구해 타자를 아웃시키는 유격수의 플레이에 빗댄 것이다.

소설의 등장인물이나 기둥줄거리만 보면 한때 유행했던 젊은이 취향의 캠퍼스소설이나 청춘소설처럼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뛰어넘는 감동과 깊이를 담고 있기에 지난해 아마존 '올해의 책' 리스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와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를 제치고 당당 1위에 올랐다.

채드 하바크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엘리트이고 월가 점령운동에 영향을 끼친 진보적 비평잡지 'n+1'의 공동 발행인이지만 소설가로서는 신인. 무명의 루키가 데뷔하자마자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린 셈이다.

이 소설이 독자와 만나게 된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채드 하바크는 금융계나 법조계로 진출해 나이답지 않게 많은 돈을 버는 대학 동창생들과 달리 2000년부터 10년 가까이 '수비의 기술'을 쓰는 데 매달렸다. 'n+1'을 창간해 필자와 편집자로도 참여하며 진보적 지식인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지만 진정한 목표는 소설가였다.

그의 재능과 소설의 매력을 첫눈에 알아본 눈 밝은 출판 기획자나 편집자는 없었다. 여러군데서 퇴짜를 맞다가 2009년 크리스 패리스-램이라는 출판 대리인의 눈에 띄었고, 미국 출판계의 양대산맥인 스크리브너와 리틀 브라운이 판권을 놓고 경매를 벌이는 반전을 연출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조앤 K 롤링과 같은 신데렐라 스토리는 어디에나 있는 모양이다. 야구계에도 가는 곳마다 문전박대당하다가 가까스로 연습생으로 출발, 홈런왕에 등극한 장종훈의 성공 신화가 전설처럼 남아 있다.

이야기는 웨스티시대 야구부의 포수 마이크 슈워처가 소도시의 고교 야구팀과 경기를 하다가 수비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유격수 헨리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헨리는 체격도 왜소하고 몸담은 학교도 이름난 곳이 아니어서 대학에 진학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처지다.

마이크는 헨리에게 웨스티시대 입학을 제안한다. 마이크는 팀 동료이자 후배가 된 헨리를,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식이요법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코치하며 제대로 된 야구선수로 만들어나간다.

헨리는 마이크의 조언에 따라 실력이 일취월장해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경기를 하다가 룸메이트인 오웬의 머리를 강타하는 실수를 저지른 뒤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데….

문은실 옮김. 시공사. 1권 444쪽, 2권 440쪽. 각권 1만2천원.

heeyong@yna.co.kr

blog.yna.co.kr/hop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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