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도시’라고 들어보셨는지요. 걸어서 15분 이내에 도서관·공연장·전시장 등 문화 시설을 중심으로 교육·복지·의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신개념 도시를 말합니다.
프랑스 파리, 캐나다 오타와, 미국 포틀랜드, 호주 멜버른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시행 중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최근 부산시가 선두 주자로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15분 도시의 산파는 코로나19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이동권이 제약되자 거주지 안에서 생활하자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지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자는 의도도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15분’보다 훨씬 더 걸립니다. 그것도 자동차를 몰아야 합니다. 15분 도시는 달리 말해 ‘걷기 좋은 도시’인데 우리의 도시는 여전히 자동차 위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장애인, 노약자를 위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15분 도시의 핵심 목표는 주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있습니다. 에너지와 식량을 제외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춰야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웃’입니다. 이웃이 만들어지는 ‘거점’이 곳곳에 뿌리내려야 합니다.
그 핵심 거점 중 하나가 마을책방독립서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마을책방은 800개가 넘는데 자생력이 부족합니다. 책만 팔아서는 월세조차 낼 수 없는 곳이 수두룩합니다. 공적 지원이 관건인데 정부는 올해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예산 11억원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독립서점이 문을 닫지 않아야 합니다. ‘잘 망해도’ 안됩니다. 15분 도시의 성패가 마을책방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웃들의 마음이 모여 ‘더 큰 마음’을 만들어내는 마을책방 말입니다.
★ 이 글은 농민신문에 연재된 칼럼으로, 필자의 동의하에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