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예비 중학생의 학부모로부터 과외를 해줄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다. 주변에서 모두 사교육을 받고 있으니 아무것도 안하면 불안하단다. 아이는 아직 중학교 입학도 안했는데 부모는 벌써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 걱정이다. 걱정은 많은데 충분한 정보는 없으니, 자연스레 사교육행이다. 이제 고작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아이가 사교육을 받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의 경우 초·중·고등학생의 월평균 사교육 참여율은 각각 80%, 63.8%, 52.4%로, 절반이 넘는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통계청,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현황」 해마다 왜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교육부의 「공교육 정상화 모니터링 결과」자료에 의하면, 교원·학부모·학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사교육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심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변에서 다들 사교육을 받기 때문에 너도나도 사교육을 받는 것이다. 남들이 사교육을 받으니까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불리해질까봐, 학교 교육을 따라가지 못할까봐. 궁극적으로 입시에서 밀려날까봐 사교육을 받는다. 사교육의 또 다른 요인인 진학준비와 선행학습, 학교수업 보충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불안심리로 볼 수 있다. 학교 프로그램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 불안한 것이다.
실제로 사교육 없이 학교만 다니는 학생들은 입시와 관련해 이런저런 정보를 제공받기 힘들다. 학교에서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원하는 경우가 아니면 개인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고, 업무에 지친 교사들은 학생 하나하나 주시하지 못한다. 단지 상위권에 드는 일부 학생만이 학교의 관심과 혜택을 받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뒤처지지 않고 입시에 대비하려면 결론은 사교육이다. 그러니까 사교육을 받아야 안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고등학교 시절, 수업에 들어오시던 선생님 중 한 분은 중학생 자녀를 위해 아이들에게 동네 학원이나 과외를 추천해달라고 하신 적이 있다. 고등학교 교사라는 사람이 학교 교육을 믿지 못해 사교육을 찾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학시간에는 진도를 빨리 끝내기 위해 다들 학원에서 배우지 않았냐며 개념을 대충 훑고 지나가기도 했다. 이렇게 학교 선생님들이 사교육을 당연시한다. 그런데 어떻게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교사조차 학교를 믿지 못하는데 학생이 학교 교육만 받고는 불안해서 어떻게 견딜까.
학생들은 대학 입시에서 뒤처질까 하는 불안감에 사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정작 대학에서는 사교육을 받지 않은 ‘자기주도형 인재’를 선호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사교육의 근본 원인이 ‘불안심리’에 있는 상황에, 정부가 이 불안심리를 제대로 분석해보지도 않고 교육정책을 바꿔온 탓이다. 아무리 교육정책을 바꾸더라도 학생과 학부모, 심지어 교사마저 사교육에 의존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사교육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는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무턱대고 교육정책과 입시 제도를 바꿀 것이 아니라, 사교육을 받는 불안심리를 분석해야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교에서 학생 개개인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공교육이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