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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4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이후, 책 생태계는 충격에 빠졌다. 예산안에서 독서진흥 사업과 관련한 예산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미 백원근 독서출판평론가가 본지에 「지역서점 지원정책과 독서정책 되살려야…」라는 글에서 문제점과 해결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독서진흥에 앞장서 온 유관단체들과 함께 정부가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 예산 전액 삭감에 대해 「정부는 내년도 국민독서문화증진 지원 예산을 복원하고 책 읽는 사회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담당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건정재정’ 기조 아래 제도적으로 꼭 지속해야 할 사업들만 남기게 된 것”이라며 “‘국민독서문화 증진’의 경우 지자체·도서관·부처 등에서 진행하는 다른 사업들과 유사·중복된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고 밝혔다고 한다. 『한겨레』, 2023.9.5.
꼭 지속되어야 할 사업들만 남겼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아예 예산 항목까지 없앤 것은 뭘까? 기존 사업 중에 지속해야 할 사업들은 없는 것일까? 그런 결정을 내리는데 어떤 분석이나 평가를 기반으로 했을까? 폐지나 삭감을 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함께 일해 온 관련자들 등과는 얼마나 마음을 열고 대화했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 사업이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사업과 중복되었을까? 그것이 궁금해졌다.
맞다,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에는 도서관 관련한 예산도 포함되어 있지, 그래서 살펴보기로 했다. 하긴 독서진흥과 관련한 예산에 대해서만 말이 무성했지, 책이나 출판생태계 안에서 공존하고 있는 출판이나 저자 지원 관련 예산은 물론 도서관 예산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도서관 관련 예산도 별반 기대하기가 어려울 듯하다. 2024년 정부 예산안 내용을 살펴보고자 했으나, 국회에 제출된 ‘2024년 예산안정부’밖에 볼 수 없었다.
예산안에 첨부된 ‘2024년 세입세출예산안 사업별 설명서’에 기재된 도서관 관련 예산은 “[항(프로그램)] (2100) 지역문화 진흥 및 문화기반 조성 > [사업(단위사업)] 1. 도서관정보·정책 체계 활성화”에 일반회계에 135억 6,800만 원이 책정되었다. 2023년 176억 5,700만 원 대비 40억 8,900만 원23.2% 감소, 2022년 결산 166억 6,800만 원 대비해서도 31억 원18.6%이 감소한 것이다.
이 항목에는 세부사업이 2가지다. ‘도서관 정책개발 및 서비스 환경 개선’ 관련 예산은 112억 8,900만 원으로 2023년 예산 168억 3,200만 원 대비 55억 4,300만 원33.0%, 2022년 결산 149억 400만 원보다도 36억 1,500만 원24.3% 감소했다.
반면 ‘해외 공공도서관 조성ODA’는 22억 7,900만 원을 책정, 2023년 8억 2,500만 원보다 무려 14억 5,400만 원176.2%, 2022년 결산 17억 6,400만 원보다는 5억 1,500만 원29.2% 증액했다. 이 예산은 ‘도서관 서비스 개선 및 기반 조성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정부 직접 수행이나 지자체 보조, 민간 보조 형태로 지원되며, 국가와 지자체, 민간이 모두 각각의 사업을 맡아 수행하게 된다. 지방비 매칭은 50억 원이라고 사업개요에 적혀 있다.
세부적으로 어떤 사업에 사용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힌 ‘2023년 지역문화정책관 예산 집행계획’ 내용을 보면 짐작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2023년에는 ‘도서관정보·정책 체계 활성화’ 예산으로 국가도서관위원회 운영, 도서관 서비스 개선사서자격증 발급, 큰글자책 보급 지원, 도서관 운영평가, ICT활용 인문창작 프로그램 지원, 정보화 현황 분석 및 미래도서관 연구, 도서관 다문화서비스 운영, 현장점검/자료제작 및 정책 협의 등, 도서관 기반 조성도서관 건립·운영 컨설팅, 작은도서관 운영활성화 지원, 작은도서관 순회사서 지원, 작은도서관 육성시범지구 지정, U-도서관 운영, 홈페이지 유지보수, 특화도서관 육성 지원, 도서관문화예술 동아리 지원, 공공도서관 실감형창작공간 조성 등 4가지 항목의 사업이 추진되었다.
출처=대한민국 정부, 2024년 세입세출예산안사업별 설명서 Ⅲ (행정안전·문화체육관광·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 |
출처=문화체육관광부, 2024년도 성과계획서. 85쪽. |
도서관 수도 증가하고 있고,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이 새롭게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에 정부는 왜 ‘도서관정보·정책 체계 활성화’ 예산을 삭감했을까? 반면 해외 공공도서관 조성 사업은 큰 폭으로 증액한 것일까? 예산이 줄어들지도 모르는 2024년에는 어떤 사업이 축소되거나 폐지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 기준과 근거로 사업 내역을 조정할까? 여러 가지가 궁금하다.
또 한 가지 예산이 반영된 사업은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연장’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7년부터 ‘단년도 계속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공공도서관 자료실 연장18시 이후 운영을 위한 인건비 지원이 내용이다. 이 사업 예산이 2024년 예산안에도 포함되어 있으니 무려 17년째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예산은 2023년 예산보다 21여억 원10.0% 정도 증액되었다. 아마도 인건비 상승분 정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소관 ‘2023년 균특회계 포괄보조사업 가이드라인’에서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건립비를 이유로 지방으로 이양했다. 그런데 왜 아직도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은 정부가 포괄보조사업으로 지원하고 있을까? 오히려 도서관 건립비를 조금이라도 지원하면서 도서관 건립을 통한 지역간 불균형이나 합리적 배치 등에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전체 도서관도 아니고 일부 공공도서관의 개관 시간 연장에 필요한 단기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이리도 오래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출처=문화체육관광부, 2024년도 성과계획서. 91~93쪽. (표는 필자가 재구성) |
2024년 예산안에 포함된 도서관 정책이나 사업 예산을 보면서, 독서 부문처럼 걱정이 된다. 예산은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표일 텐데, 예산안을 보면서 과연 제4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24~2028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 우려된다.
정부 예산안은 곧이어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 예산 책정에도 분명하게 영향을 미친다. 얼마 전 정부가 세수 부족으로 올 하반기 지방교부세도 11조여 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지자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내년 예산안 걱정 이전에 이미 지금 당장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예산 확보가 늘 쉽지 않은 도서관 부문이 치열한 예산 확보 전쟁에서 과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지난 몇 년 동안 공공도서관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예산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정부의 2024년 도서관 관련 예산안을 보면서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텐데, 도서관 관련 단체나 현장에서는 어떤 대책이 논의되고 있을까?
독서진흥 예산 삭감에 대해 관련 단체나 언론 등에서 많이 거론하고 삭감을 하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도서관 분야도 필요한 예산이라면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조용하다.
제출된 예산안은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12월 중 최종 의결되어야만 확정되는 것이기에 공개하거나 공론화가 쉽지 않은 사정도 이해가 되지만, 그럴수록 더 적극적으로 공개되고 논의되어야 국회에서의 논의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필요하면 적극 주장해야 한다. 조용히 있으면 우리는 예산이 없어도 되는 곳이 되고 만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도서관계도 시끄럽기를 바란다.
★「한국독서교육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