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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품었던 니체 전집에 도전하다
니체 찬찬히 읽기
모이는 곳
백년어서원
모이는 사람들
직장인, 교사, 기자, 공무원, 정년퇴임하신 분 등
추천 도서
① 『 니체 그의 사상의 전기』 (뤼디거 자프란스키 지음 / 오윤희, 육혜원 옮김 / 꿈결 펴냄)
② 『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고병권 지음 / 그린비 펴냄)
③ 『니체전시집』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 아키야마 히데요 외 1명 엮음 / 이민영 옮김 / 시그마북스 펴냄)
④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메타포로 읽기』 (최상욱 지음 / 서광사 펴냄)
“책이 1쇄를 찍기도 쉽지 않은데 10세기를 거쳐 재인쇄되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막연하기만 해서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이런 독서동아리를 통해 함께 읽어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습니다.”
“니체 책을 펼쳤다 접은 게 몇 번인지 몰라요. 언제나 나에게 벅찬 책이라 생각했는데, 옳고 그름이 아닌 내가 이해한 것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비교해가며 읽는다면 그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2019년 2월, 이렇게 그들은 각양각색의 이유로 한자리에 모였다. 알게 모르게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니체를 알아가는 ‘니체 찬찬히 읽기이하 ‘니체 읽기’’. 총 21권, 10,500쪽에 달하는 니체 전집을 읽는 독서동아리이다. 오늘날 대표적 철학자이자 시인인 니체는 철학에 의미와 가치의 개념을 만들어 ‘현대철학의 근원’이라 불린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 그의 사상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니체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니체의 글은 수많은 책과 글에서 인용되어 사람들에게 익숙하지만, 실제 원문을 읽은 사람은 거의 없다. 니체의 사상을 수박 겉핥기식이 아닌 제대로 탐독해보기 위해 ‘니체 읽기’는 시작되었다. 특히 김수우 시인이 2009년 부산 중구에 문을 연 인문학 북카페 ‘백년어서원’에서 모임을 진행한 것이 오늘까지 집중력 있게 모임을 이어오는 계기가 되었다.
평소 서양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는 박정은 씨는 “처음에는 다들 의욕이 넘치는데 어렵기만 하고 독서동아리가 산으로 갈 것 같은 걱정과 두려움이 컸다”며 “그렇게 고통의 시간이 몇 주간 지속되었는데, 그 시간을 함께 인내하며 견뎌 한 단계 뛰어넘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고 험난했던 독서 활동의 고군분투기를 들려주었다.
바쁘게만 흘러가는 요즘, 니체 천천히 알아가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의 부제 :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어느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
니체라는 이름만으로도 어렵고 무거움이 느껴진다. 그래서 배진숙 씨에게 니체의 저서들은 선뜻 펼치지 못한 채, 겉표지만 바라보던 책이었다. 아마 ‘니체 읽기’가 아니었다면 지금 니체의 책은 중고서점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니체의 책을 펼치고 한 장씩 읽어가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순간들이 꼭 거대한 도전을 달성한 것 같은 느낌이다. 전집 읽기가 하나의 목표이자 이유가 되었다”며 “니체에 이어 다른 고전도 읽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임희 씨도 니체 전집을 읽고 독서동아리를 시작한 후 관련 서적이나 영화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고 책을 좀 더 꼼꼼히 탐독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니체 저서에 나온 문구를 알려주자, 아이들도 흥미를 느끼고 문구를 찾아보거나 책까지 읽는 경우가 생겨 뿌듯함을 느낀다는 임희 씨. “‘신은 죽었다(God is dead)’라는 문구였는데, 신의 존재 유무는 어른에게도 의문인 만큼 생각이 성장하는 아이들에겐 더 인상적인 문구였던 것 같습니다.”
독서동아리를 하며 잘 이해가 가지 않거나 번역가의 개인적 해석과 견해가 많이 담긴 것 같을 때는 원서를 찾아 읽기도 하고, 책 여백 빼곡히 필기구가 닳을 정도로 메모를 하며 모두들 니체 알아가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 노력은 좋은 소식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인상 깊게 읽은 손정민 씨는 올해 독서동아리 서평 공모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독서동아리에서 니체 전집 읽기를 하며 니체의 대표작뿐 아니라 관련 저작, 시집 등을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눈 게 많은 도움이 됐다. ‘니체 읽기’가 있어 가능했던 것 같다”며 수상 소감과 함께 독서동아리, 그리고 동아리 운영을 위해 애써준 대표 원양희 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니체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다
~ 이렇게 나는 내 갈 길을
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구불구불 달린다.
가장 현명한 사람은 그렇게 시작하고
어리석은 자는 그렇게 끝낸다.
- 니체의 시 ‘결심’에서
니체는 “위험하게 살아라. 베수비오 화산의 비탈에 너의 도시를 세워라”라고 말했다. 이 문구가 니체의 이야기를 한 마디로 표현한 것 같다는 신상균 씨. “시대적으로 거대한 체제에 도전하여 성공한 사람이 바로 니체일 것이다. 기존 질서를 깨려는 시도와 도전, 그 결과 시대를 뒤바꿀 수 있었다”며 “‘습관을 반복하면 노예다’는 말처럼 기존의 틀을 깨는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니체의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구절을 말했다.
정기남 씨는 책을 읽으며 ‘망치를 든 철학자’라는 수식어가 더 와 닿았다고 한다. 니체는 “기존의 도덕은 허구”라 말하며 사회가 만든 질서를 받아들이면 사회는 정체된다고 주장했다. 또 ‘신은 죽었다’라는 말처럼 기존의 것을 뒤집어 보는 시각이 그는 흥미로웠다. “보통 남들이 많이 하거나 선호하는 방향으로 맞추는 스타일이었는데, 책을 읽으며 왜 모든 것을 뒤집어 보는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니체의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을 읽는 깊이도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우스갯소리로 “니체를 읽지 않으면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없다, 책 좀 읽는다고 하려면 니체 전집은 읽어야 한다”는 ‘니체 읽기’. 니체의 묘비명 “이제 나는 명령한다. 차라투스트라를 버리고 그대들 자신을 발견할 것을”처럼 그들은 니체 전집을 찬찬히 읽고 함께 나누며 각자의 진리를 찾아 나가고 있었다. 그들에게 니체는 하나의 시작이었다. 이름하여 10년 프로젝트로, 앞으로도 주요 철학자의 저서를 계속 읽으며 독서동아리를 이어가고 싶다는 그들은 주요 철학서를 읽어가며 얼굴에 평온함을 갖게 되기를 꿈꾸고 있었다. 비록 그들의 꿈은 현재진행형이지만, 독서동아리를 하는 그들의 얼굴에는 이미 평온함이 그득했다.
★취재단 임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