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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소통하다
독서동아리 ‘얘기보따리’
모이는 곳
인천 연수구 연수동 늘푸른어린이도서관
모이는 사람들
40대 주부 등
추천도서
· 어처구니 이야기 (박연철 지음, 비룡소 펴냄)
·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박연철 지음, 시공주니어 펴냄)
· 엄마 마중 (이태준 지음, 김동성 그림, 보림 펴냄)
· 강아지똥 (권정생 지음,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 펴냄)
· 엄마 까투리 (권정생 지음, 김세현 그림, 낮은산 펴냄)
하늘이 그림처럼 파랗던 8월의 어느 여름날, 인천 연수구의 골목 사이사이를 걸어 ‘늘푸른어린이도서관’ 건물로 들어갔다. 도서관 문을 열자, 온 벽에 빼곡하게 꽂혀 있는 그림책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가운데에서 독서동아리 ‘얘기보따리’ 18기 회원들이 책상 앞에 둘러앉아 따뜻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그날의 날씨만큼이나 잔잔하고 평온한 분위기에 마음이 절로 편해졌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독서모임
‘얘기보따리’는 인천의 늘푸른어린이도서관이 주관하는 독서동아리로, 1년에 한 번 새 기수를 모집해 활동을 이어간다. 인터뷰를 진행한 회원은 2013년에 ‘얘기보따리’ 18기로 처음 모여 6년째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아이들 그림책 보는 안목도 기르고, 우리가 몰랐던 책들도 알게 돼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책 읽어봐’ 하고 추천할 수도 있고, 같이 읽으면서 공감 능력도 키울 수 있어요.”
아이들의 그림책을 공부하기 위해 모인 ‘얘기보따리’지만,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지금은 동화 외에 다양한 장르의 책도 함께 읽고 있다. 처음 1년 동안은 한국 작가의 그림책을 골라 각자 선호하는 그림이나 작가를 돌아가며 소개하는 방식으로 모임을 진행했다. 이후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전 세계의 동화를 공부했고, 자연스럽게 그림책, 동화책 외에 다양한 장르의 책을 같이 읽기 시작했다.
“처음 모임 취지는 아이들 그림책 공부였는데, 지금은 더 나아가서 한국 동화, 외국 동화를 공부하고 고전도 읽어요.”
“저희 첫째가 이제 중학교 2학년이거든요. 그렇게 되니까 그림책에서 장르가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모임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세계의 어린이·청소년 문학과 작가를 공부하기 시작한 ‘얘기보따리’는 6년 차에 접어든 지금, 고전이나 사회의 이슈를 다루는 책을 선정해 함께 읽기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함께 읽고 있으며, 틈틈이 『방정환 전집』도 강독한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 따라 그림책과 동화책을 읽는 동시에 회원들 공통의 관심사나 다양한 장르를 함께 읽으며 ‘얘기보따리’만의 독서 토대를 탄탄히 쌓아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림책이 주는 메시지를 배울 수 있어
그림책을 읽는 것으로 시작된 모임이지만, 모든 회원이 처음부터 그림책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 회원은 그림책을 볼 때 그림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내용이 재미없으면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얘기보따리’에서 그림책을 읽다 보니 글이 주는 메시지 외에 그림이 주는 메시지를 배우게 되었고, 이제는 그림책에 공감할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회원들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들이 책에 눈길을 주는 시간도 많아졌다. 엄마가 『코스모스』를 읽는 모습을 본 아이가 칼 세이건에 관한 만화책을 빌려 읽기도 하고, 소파에 올려놓은 책을 펼쳐 보더니 그림이나 사진을 보고 질문을 던지곤 한다는 것이다. 회원들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느끼는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이루어내고 있었다.
“책을 읽어줄 때 저는 설명을 많이 해주지 않아요. 한 권의 책도 저마다 느낌이 다른 것처럼, ‘이건 이렇대’라고 말을 하는 건 제 의견을 주입하는 거니까. 예전에는 모르고 그렇게 했었는데, 평은 개인의 자유잖아요. 나는 빨갛다고 얘기했지만 파랗다고 얘기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라는 주의여서 (아이에게 책을) 자유롭게 보여주고 나중에 느낌이 어떤지 정도를 묻죠.”
“엄마가 자기가 읽은 동화책을 똑같이 읽고, 자기가 한마디 했을 때 저도 한마디 툭 하면 아이가 별말은 안 해도 좋아하는 게 표정에서 보여요. 같은 책을 읽었고 어느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더라고요.”
이제는 일상생활의 힐링 프렌즈가 되다
회원들에게 ‘얘기보따리’는 어떤 의미인지를 묻자, ‘힐링’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힐링. 저희는 웃으면서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워놓고, 아이들이 밥 혼자 해 먹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도서관이나 박물관을 돌아다녀 보자는 이야기를 해요. 지금은 멀리 갈 수 없으니까. 여기는 일상생활의 ‘힐링 프렌즈’가 됐어요.”
“‘얘기보따리’는 가족을 제외한 온전한 내 편이에요.”
회원들은 서로를 ‘힐링’, ‘내 편’이라고 칭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한 회원은 “여기서 책을 통해 아이와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법도 배웠고, 우리 멤버끼리도 정서적, 감정적으로 교감할 수 있어 참 좋았다”라며 ‘얘기보따리’에 애정을 드러냈다. 그림책을 매개로 만나 많은 것을 배우고, 이제는 서로에게 힐링이 되어주는 ‘얘기보따리’ 회원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훈훈해졌다. 6년째 모임을 지속하고 있는 회원들은 이제 ‘함께’라는 말이 자연스럽다고 한다. 이제는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들을 함께하고 싶다는 ‘얘기보따리’의 따뜻한 에너지가 전해졌다.
★김규리(청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