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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독서생활
독서동아리 ‘아름다운 구속’
모이는 곳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도서관 또는 카페
모이는 사람들
계명대학교 행정직원
추천도서
·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지음,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채사장 지음, 한빛비즈 펴냄)
·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이지성, 정회일 지음, 다산라이프 펴냄)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펴냄)
·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 (서재근 지음, 휴먼큐브 펴냄)
온 세상이 빛으로 가득 차는 하나의 시간, 저녁 퇴근길. 도심 곳곳에 있는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고, 퇴근하는 사람들의 자동차 불빛이 반짝인다. 고단한 하루를 마친 사람들의 표정이 빛이 나고, 이 전체의 빛의 시간을 덮는 노을이 울려 퍼질 때, 또 다르게 자신들의 사고에 새로운 빛을 채우는 사람들이 있다. 노을의 색과 닮은 붉은 갈색 벽돌로 둘러싸인 계명대 성서캠퍼스 도서관 작은 카페에서 책과 함께 동그랗게 앉아 독서의 향연을 꽃피우는 사람들. 고단한 업무에도 피곤할 법한데,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할 땐 누구보다 생생한 사람들. 그 사람들은 바로 계명대학교 행정직원으로 구성된 독서동아리 ‘아름다운 구속’ 회원들이다.
독서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OK
“기본적으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어요. 독서를 해야 인간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직장에서 업무 능력을 향상할 수 있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 찰나에 동아리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름다운 구속’에서 활동하는 한 회원의 말이다. 다들 독서가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알지만 바쁜 업무로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달은 계명대학교 행정직원들은 각자의 뜻을 모아 2017년 11월부터 ‘아름다운 구속’을 시작했다. 현재 1기와 2기 멤버들을 포함한 인원 9명이 퇴근 후 매달 수요일마다 도서관이나 작은 카페에서 독서 토론 활동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구속’의 여러 가지 규칙 중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 부분이 있는데, 그건 바로 ‘연구년’이다. 자신의 업무나 집안일로 너무 바쁘면 잠시 휴식 기간을 갖고 난 뒤, 안정되면 복귀할 기회를 주는 규칙이다. 독서하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런 세심한 배려가 편안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핵심이다.
독서로 바뀐 나의 직장 생활
“독서동아리 활동이 삶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생활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나요?
독서동아리 활동에서 깨달은 것을 계명대학교 업무에 적용한 사례를 묻는 기자의 말에 한 회원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책을 읽고 나서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게 된 것 같아요.”
많은 회원이 곰곰이 생각하며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어갔다.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낸 한 회원은 독서동아리 초기에 읽었던 책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를 소개하며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그는 이 책을 읽고 느낀 소통 방식을 직장생활에서 실천했다고 한다. 자기 생각을 먼저 앞세우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소통 방식을 사용하여, 원활한 대화를 통해 창의적인 결과를 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또 다른 회원은 독서동아리로 책을 가까이하게 되면서 최근 화두가 된 책 『90년생이 온다』를 읽었다고 한다. 책을 읽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90년대 생들을 이해하게 되었고, 책을 자신 있게 직장 동료에게 추천했다고 한다.‘아름다운 구속’ 활동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그들의 직장에 좋은 영향을 끊임없이 끼치고 있었다. 이처럼 독서를 통한 긍정적인 영향력이 타인이나 단체에 미치면 어떤 변화의 물결이 찾아올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다채로운 방법으로 찾아가는 그 달의 토론 책
어느 그룹이든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는 한 명이라, 모두가 리더가 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아름다운 구속’의 방식은 특별하다. 매달 모임의 리더를 선정한 뒤, 리더의 추천 책을 그 달의 토론 책으로 정해 독서와 토론을 진행한다. 각자 관심 있는 책 분야가 다르므로 이러한 방식으로 다양한 책을 읽을 수 있고,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도서관을 이용한다. 도서관에는 대학생 독서 토론 동아리를 위한 추천 책 목록이 있다. 계명대학교 사서들이 대학생 독서동아리를 위해 꼼꼼히 선정해 추천 목록을 만든 것이다. 활발한 동아리 활동을 위해 해당 책들은 열 권씩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구속’의 회원들은 계명대학교 사서들이 추천했기 때문에 다가가기 쉽고 믿을 수 있는 책들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독서동아리 활동을 기념하는 우리만의 방식
“환경이 주는 느낌이 있어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와요. 대화도 더 진솔하게 되고요.”
독서동아리 활동 중 인상 깊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회원의 대답이다. ‘아름다운 구속’ 회원들은 7월 4일에 강정 고령보 쪽에서 캠핑 독서 토론을 했다. 평소처럼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도서관 스터디룸이나 작은 카페에서 하는 것이 아닌, 맛있는 음식, 신선한 공기와 어두운 밤하늘에 수놓인 별들을 바라보면서 독서 토론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한다. 야외에서 진행되어 그동안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색다른 감수성이 솟아났다고. 앞으로 곧 독서동아리 활동이 2주년이 되는데, 2주년 기념으로 다른 곳에서 할 계획이 없냐고 묻자 “해외에서 할까요?”라는 능청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논의 중이라고 한다. 2주년 기념으로 색다른 환경에서 독서 토론하며 또 어떤 추억을 쌓을지 그들의 행보가 기대된다.
‘갑질’이나 ‘꼰대’ 등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부정적인 단어들로 얼룩진 이 시대의 직장생활에, 독서라는 공통점으로 직장 독서모임을 만드는 것은 참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관심사로 대화의 시작을 알리고 친밀함이 더해져 마음의 문을 여는,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직장 생활에 ‘아름다운 구속’은 한 걸음 다가가고 있었다.
★배달의독서 김민지·박아현(청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