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일신독서회’
모이는 곳 _ 대전 서구 문화원
모이는 사람들 _ 직장인, 주부 등
추천도서
1.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 애니 배로스 지음, 이덴슬리벨 펴냄)
2.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김영사 펴냄)
3. 호모데우스 (유발 하라리 지음, 김영사 펴냄)
4.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펴냄)
5. 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펴냄)
6.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문학동네 펴냄)
7. 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지음, 창비 펴냄)
8. 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지음, 문학동네 펴냄)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 의하면, 인간이 행복을 가장 많이 느끼는 대상은 인간이라고 한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라는 말에 나타나는 것처럼 홀로 삶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결국 우리는 같은 종족인 인간과 부대끼며 관계를 형성하는 데 만족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 어울리며 느끼는 행복은 과연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당신의 상상 그 이상으로 친근하고 화목한 동아리가 여기 있다. 대전의 ‘일신독서회’다.
“이 동아리의 시작은 친구하고 제가 고등학교 때 다니던 동아리, 고등학교 독서토론 모임인 ‘일신독서회’였어요.”
하지만 교외 동아리였던 당시의 ‘일신독서회’는 입시에 밀려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약 3년 동안 동고동락한 친구들과의 추억만은 사라지지 않고 평생 간직되었다.
“그래도 동아리 친구니까 밖에서 계속 만나왔죠. 만나오면서도 이제 나이를 먹었으니까 고등학교 다닐 때처럼 매주 토요일마다 모일 수는 없지만, 우리 그 이름으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모여서 책 읽고 술이나 먹자고 한 거죠.”
‘일신독서회’는 현실의 등살에 밀려 없어진 독서동아리를 그리워하며 다시 탄생했다. 그러면서 좋은 지인들을 영입해 나가며 조금씩 식구를 늘렸고,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서로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목표요? 술! 이 동아리의 목표는 술이에요. 책을 핑계로 만나보자!”
동아리가 가진 목표에 관해 묻자 대표는 잠깐의 고민도 없이 즉각 이렇게 답했다. 동아리 멤버들은 이에 깜짝 놀라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는데, 이를 구태여 부인하지는 않았다. 혹자는 적나라한 표현에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겠으나, 아마 다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사람들은 그냥 모이지 않는다. 그들을 묶을 무언가에 의해 모인다.
‘일신독서회’의 멤버들은 책이라는 핑계로 묶였다. 그 행복하고 유익한 핑계를 통해 함께 나이를 먹는 과정을 밟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모임에 빠질 수 없는 술이 그들을 끈끈하게 했으며, 술이 없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의 이야기를 이어 나가게 했다.
“자유 토론 방식을 사용해요. 규율에 맞춰서 하다 보면 토론이 한 쪽 방향으로 가버리는 경우가 있어서요. 하다보면 하고 싶은 주제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각각의 생각이나 읽는 방법이 또 다르기 때문에.”
독서동아리의 운영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답은 이렇게 돌아왔다.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사회생활에 들어선 나이대의 동아리 멤버들은 발전 없는 가치관에 대해 주의했다. 계속해서 현대적인 가치관을 가지려 노력하는 모습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영국 건지섬에서의 독서동아리를 그린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올해 영화로도 나왔다. 이 책은 서로 관심 없던 사람들이 전쟁통에서 책을 매개로 만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리도 일상에서 많이 지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삶에 동질성을 느꼈다고 할까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회원들은 술에 찌든 정신과 의사, 말더듬이 돼지치기, 폐품을 주우며 살아가는 넝마주이 등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사람들로 주를 이룬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나누는 따뜻함이 삶에 스며드는 것처럼 ‘일신독서회’도 인간이 모여 만들어내는 온기가 있다.
“이 모임 자체가 특별히 어떤 목적의식으로 만든 독서 모임이 아니고, 서로 간의 삶을 좀 더 윤택하게 하는, 좋은 사람들 간의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다양한 모임 중에 ‘독서’ 모임이 주는 매력은 무엇일까?
“친구들이랑 같이 수다를 떠는 것처럼 우리는 책 수다를 떠는 거죠. 그런데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품격 있는 수다라고나 할까요? 깊이 있는 수다를 통해서 기쁨을 느껴요. 재미도 있고요.”
“책도 사람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많잖아요. 그게 삶을 공유하는 거예요.”
단언컨대 ‘일신독서회’는 지금껏 취재한 독서동아리 중 가장 결속력이 돋보이는 동아리였다. 이전의 독서동아리들이 책을 통해 이어져 있었다면, ‘일신독서회’는 끈끈한 인연들이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더욱더 돈독해진 느낌이었다.
★ 작성자: 청년취재단 최명은·김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