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심포지아’
모이는 곳 _ 광주 북구 일곡동 인문학공간 소피움
모이는 사람들 _ 성인, 직장인, 주부
추천도서
1. 알파벳과 여신 (레너드 쉴레인 지음, 크레센도 펴냄)
2. 자연의 선택, 지나 사피엔스 (레너드 쉴레인 지음, 들녘 펴냄)
3.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김영사 펴냄)
일곡동의 카페거리를 거닐며 모임 장소로 향했다.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고 날씨마저 쌀쌀해져서 인터뷰 하기 전에 긴장감이 들었다. 여러 카페를 지나쳐 조금 안쪽에 위치한 모임 장소인 ‘소피움’이라는 공간에 들어갔다. 탁자에 놓인 두꺼운 책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사람들은 미소를 띠고 있었으며 나는 그제야 조금 긴장감을 풀었다.
‘심포지아’는 향연을 말하며 고대 그리스 시절, 먹고 마시며 다양한 이야기를 했던 행위를 뜻한다. 처음에는 작은 인문학 수업에서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동아리로 이어지게 되었다. 모이게 된 이유는 조금 더 깊이 공부를 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주로 역사, 고전문학, 문화인류학 등을 읽고 있다. 대개 이러한 분야의 책들은 두께가 상당하다. 특별하게 이 분야에 관심이 있지 않다면, 읽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 글을 읽어내는 데만 급급해진다. 이 동아리에서는 『황금가지』, 『알파벳과 여신』, 『진화 사피엔스』와 같은 책들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함께 나누며 깊게 읽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독서 모임을 하다가, 조금 더 깊이 있는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일반 독서 모임은 다 같이 얘기하는 게 편하거나 쟁점이 되는 책들을 위주로 책을 고르는데요. ‘심포지아’에서 선정한 책은 그런 책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두껍고 접하기 쉽지 않은 책들을 여기서는 깊이 탐독할 수 있어요.” 한 참여자가 이곳에 들어온 계기를 말하는 것을 듣고 흔히 벽돌책이라고 말하는 두꺼운 책도 함께라면 완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선정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 방법은 추천이다. 이 동아리는 인문학 수업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때 그 수업을 한 선생님이 현재 이 동아리의 고문인데 좋은 책이 있으면 공유해준다고 한다. 두 번째 방법은 각자 원하는 책을 말하고 동의를 얻어 선정한다. 진행방식은 대담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주제나 화두를 던지면 다른 누군가도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다.
참여자 대부분이 기혼 여성이었다. 모임에 온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동아리에는 전문적으로 이야기를 해주는 분이 계셔서 궁금증에 대한 목마름이 해소되었습니다. 고전을 읽다 보면 신화, 역사, 세계사 등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데 전문적으로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질문을 던지면서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되며, 그 시대 사람들이 왜 그랬는지 깨닫게 되면서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어요.”라고 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단순히 책을 읽고 끝나는 게 아닌 그 책이 발판이 되어 조금 더 확장된 분야를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자와도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감명 깊게 읽은 책에 관해서 물었다.
“『알파벳과 여신』이라는 책이 기억에 남아요. 여성문화를 문자와 가부장제와의 관계로 풀어내며 표현해가는 방식이 화제를 부를 만했으며, 문자를 통해서 여성들이 억압을 당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자신의 견해를 대입하며 책을 내면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회원이 ‘심포지아’가 지향하는 글귀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며 오직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이다.’ 괴테가 했던 말인데요. 저희가 읽은 책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론이라는 것이 한번 만들어 지면 고정화 되는 것인데 고전을 읽으면서 이론에 매몰되지 않고 재해석하고 새롭게 문을 열어 가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책을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책의 관련된 내용이나 역사 혹은 철학 등 파생되는 다양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다시 그 부분에 대한 책을 읽으며 나아가는 것이 어쩌면 이들에게는 이론에 매몰되지 않고 재해석하며 새롭게 문을 열어가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회원들은 책을 읽고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다고 했다. 그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그리스 신화나 희곡이 많아서 단순히 읽는 것만으로는 와 닿는 내용은 적은 부분이에요.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고 싶어서 문학기행을 다녀왔어요. 그러고 나니 단순히 텍스트로만은 느낄 수 없었던 감흥을 느끼면서 깊이와 관심이 한 층 더 높아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앞에서 말한 ‘심포지아’의 글귀였던 ‘이론에 매몰되지 않고 재해석하고 새롭게 문을 여는’ 두 번째 방법은 직접 현장을 답사하면서 책에서 느끼기 힘들거나 부족했던 부분을 직접경험이라는 방식으로 문을 열어가는 방법이 정말 인상이 깊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지향점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곳,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이야기하며 대화를 주고받는 이 모임이 오래갔으면 좋겠고, 이런 모임이 앞으로 더욱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작성자: 청년취재단 김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