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일반 인문계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 1급 학생인 A군은 좌절감 때문에 잠도 오지 않는다. A군은 그 고등학교에서 유일한 장애학생인데,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이를 이유로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A군이 점자정보단말기 등 보조기기를 지원받는다면 눈을 대신해 점자로 필기와 독서를 하고 컴퓨터 화면의 정보를 음성으로 들으며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달랑 학생 한 명 때문에 귀찮은 일 만들기 싫다는 눈치다. 이대로 A군은 의지와 상관없이 낙오자가 되어야만 하는 걸까?
A군과 같이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학교당 한두 명 있을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에게 필요한 교육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당장은 학생 한 명을 위한 수고스러운 일이지만 크게 보면 이는 모두 질 높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위의 사례에서 A군이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고 공부할 수 있도록 보조기기를 지원해 주었을 때, A군의 학업능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그러면 A군의 주변 사람들도 그의 능력을 인정하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게 된다. A군은 주변의 긍정적인 시선 덕분에 학업에 대한 열의도 생기고 꿈도 가진다. 훗날 A군은 교사가 되어 우리나라의 미래를 키우는 데 앞장서게 된다. 결국 A군 한 사람 앞에 들어간 많은 돈과 시간은 결과적으로 미래 사회의 발전을 위해 쓰인 것이다.
지원을 받은 학생의 성장 결과와 관계없이 어려움을 겪는 소수 학생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은 그 사실만으로도 사회에 선순환을 일으킨다. 실제로 경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장애학생 한 명에게 학습 자료와 보조기기를 지원한 덕분에 그 학생이 비장애 학생들과 경쟁하여 당당히 대학에 합격한 일이 있은 뒤 인근 일반 고등학교에 장애학생이 입학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처음 지원을 받았던 학생의 성장 결과와는 별개로, 새로 입학하는 장애학생들에게는 그 선례가 있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된다. 이렇게 역경과 싸우며 공부하는 소수 학생을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때 개개 학생의 교육권에 대한 차별 없는 존중의 꿈은 현실이 된다.
헌법 제 3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의 평등한 교육권이 명시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헌법 조항 자체보다 그 바탕이 되는 근본적인 가치이다. 인간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소우주'라 불릴 만큼 소중한 존재이며 개인의 권리는 사회에서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나 다름없다. 교육 당국은 남들과 같은 조건에서 공부하는 것이 소원인 학생의 교육권을 제일의 원칙으로 여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교육 현장의 '미운 아기 오리'들을 보듬는 것이 당장은 귀찮고 힘들겠지만, 이 외로운 아기 오리가 최소한 다른 오리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나아가 백조가 되어 비상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