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자, 하나. 제가 이제 이 나이가 되니까 쌍욕도 잘해요. 좆이나 씹이란 말도 잘해요. 그런데 여러분들! 자지를 자지라 못하고, 보지를 보지라고 못하죠? (일동 웃음) 그런데 제가 그 말이 왜 욕이 아닌지를 말씀드릴께요.
우리 얼굴에 가장 높이 솟아 있는 게 뭐죠? 코에요. 중세국어에서는 ‘고’라고 그랬습니다. 그 후로 17세기 이후로 거친 발음이 돼서 코가 됐지만 ‘고’라고 그랬어요. 그리고 뭍에서 바다 쪽으로 솟아 나간 거를 뭐라고 그래요? ‘곶’이라고 그러죠. ‘곶’. ‘고’에서 나왔습니다. 솟아서 나갔다. 그러면 여자 가슴에서 솟아난 두 개를 뭐라고 그래요? 솟아난 곳을? ‘젖’이라고 그래요. 'ㄱ'에서 'ㅈ'으로 바뀌는 것은 우리말에서 아주 특징적인 것이죠? 구개음화라고 그래서. 그렇죠? 그런데 옛날부터 어느 나라에서나 어원을 추적하는 사람들은, 캐려고 하는 사람들은 모음은 무시해버려요. 모음은 왔다 갔다 하니까. 왔다 갔다 하니까 무시해버리고 비교적 덜 바뀌는, 바뀌는 속도가 늦은 자음을 가지고 연구를 해요.
그러니까 ‘고’가 ‘곶’으로 연결되고, ‘젖’으로 연결된다. 솟아나는 것이니까. 그러면 사람 수컷 샅에서 솟아난 게 뭐에요? ‘좆’이에요. 솟아났다는 의미 밖에 없어요. 그런데 ‘조’의 아기를 ‘조’의 ‘아지’라고도 그래요. 무슨 말이냐면 ‘망아지’, ‘송아지’, ‘강아지’하지요? 아기란 말이지요? 덜 자란 애라는 말이에요. 그러면은 ‘고’, ‘곶’, ‘조’, ‘좆’, ‘좆’의 아기가 뭐에요? ‘자지’에요. 그건 아이들한테 쓰던 말이었어요. 옛날에.
그러면 ‘보’의 아기는 뭐죠? 우리는 자기가 애기보라는 말을 쓰기도 하고, 싸는 것을, 감싸는 것을 ‘보’라고 그랬어요. 근데 작은 ‘보’, ‘보’의 아기, ‘보아지’, ‘보지’ 해서. 그런데 우리는 이제까지 힘센 사람들이 더 힘센 나라에서 들여온 칙칙한 말들을 고상하고 교양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서, 남근, 여근, 음낭, 불알을 음낭이라고 하는 것이 더 고상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렇게 해서 자지를 자지라고도 못하고, 보지를 보지라고도 못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어요. (일동 웃음)
이렇게 우리말을 잃어버리고, 다 져버리고, 어려운 말, 어려운 말만 익혀가지고, 그 어려운 말로 생각하다보니까 ‘선이 뭐냐, 악이 뭐냐’ 이렇게 질문을 하지, ‘좋은 게 뭐고, 나쁜 게 뭐냐’는 식으로 질문을 안 해요. 그리고 ‘진리가 뭐냐, 허위가 뭐냐’고 묻지, ‘어떤 때 참이라 그러고 어떤 때 거짓이라고 하느냐’ 이렇게 질문을 안 해요. 이런 어려운 말로 얼버무린, 그 철학이라는 게... 물리학이든, 화학이든, 생물학이든, 철학이든, 사회학이든 어떤 학문이든지 그거 참말 아니에요.
오늘 이 시간에는 조금 풀어주기 위해서 여러분들에게 신화 이야기를 하나 할게요. 단군 신화가 궁금한 사람들은 『철학을 다시 쓴다』에서 보면 될 것이고, 거기에 들어있지 않은 이야기를 할게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모르시는 분 계시는가요? 없죠? 그 이야기가 대체로 이러지요. 어머니가 동네에 가서 잔치집 일을 해주고 떡을 가지고, 광주리에 떡을 이고 오는데, 뭐가 나타나요? (호랑이!) 호랑은 한자지요? 호랑이를 우리말로 뭐라고 그랬어요? (범!) 범이라고 그랬어요. 그리고 범은 중세에 ‘밤’이라고도 했어요. ‘밤’. 그러니까 범이 혹은 밤이 계속해서 따라와요. 어머니를 따라오면서 팔 하나 떼어주면 안 잡아먹지. 팔 떼어주죠? 다리 하나 떼어주면 안 잡아먹지. 다리 떼어주죠? 근데 세상에. 팔 떼어주고, 다리 떼어주고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밤’은 우리한테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정보를 자연세계에서 얻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시각정보가 모든 정보 가운데서 압도적으로 중요한 정보죠? 우리가 살아남는데 필요한 정보 가운데 80% 이상이 시각정보에요. 그런데 밤이 온다. 그러면 실제로 팔도 어둠 속에서 사라지고, 발도 어둠 속에서 사라지고, 온 몸이 어둠 속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집에 도착하니까 이미 밖은 깜깜한 어둠이고, 범이 나타난 거죠. ‘밤’이!
그런데 작은 오누이가 엄마를 기다리다가 무서워가지고 덜덜 떨고 있는데 ‘밤’이 위협을 하지요? 잡아먹으려고. 그러니까 이 아이들이 어떻게 해요? 나무 위로 올라가죠? 나무는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생명의 상징이었어요. 태초에 에덴동산에 생명의 나무가 있었죠? 어디에서나 나무는 생명의 상징, 목숨의 상징이에요. 그래서 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죠? 두 오누이가. 그리고 밤도 따라오니까, 계속해서 따라오니까 동아줄을 내려달라 그러죠? 그래서 새 동아줄을 타고 올라갔는데, 누이는 겁이 많으니까 오빠가 그러죠? 너는 해가 되라. 그러고 오빠는 달이 되죠.
이건 서양의 신화와는 완전히 거꾸로에요. 서양에서는 아폴로, 태양의 신이 남신이지요? 우리나라에도 단군 신화에서 환인의 아들 환웅은 남신으로 되요. 그것도 다른 신화의 이야기니까 여러분들이 읽으시면 되고.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는 바뀌어요. 이렇게. 음양이 바뀌는 지점이 있어요. 우리나라 신화에서. 여성성을 상징하는 것이 훨씬 더 강하고 삶의 문제를 잘 해결한다고 생각해온 지점이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럴 듯한가요? 남자들은 좀 기분이 언짢을 거에요.
그러면 여기서 제가 조금 쉬고, 그 다음에 다음 얘기를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