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전문 팟캐스트 방송 '과학하고 앉아있네'는 〈과학과 사람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과학과 사람들〉은 과학 강의나 강연 등등 프로그램과 이벤트와 같은 과학 전반에 걸친 이런저런 일을 하기 위해 만든 단체입니다. 과학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과학하고 앉아있네'의 주제입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당신 할머니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못한다면 진정으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과학은 어렵다, 딱딱하다는 관념을 없애보자는 것이 〈과학과 사람들〉의 목적입니다.
난 뱀하고는 달라
원종우(원) 파충류와 공룡은 다른 생물인가요?
이정모(모) 공룡도 파충류지만 다른 파충류와는 많이 다르죠.
원 어떤 점에서 다른 건가요?
모 지금도 파충류들은 많이 있잖아요. 보통 파충류를 보면 다리가 몸 옆으로 나죠. 이렇게. 악어를 생각해보세요. 몸통이 있으면 몸 옆으로 ‘ㄱ’자로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걸어갈 때 어떻게 해요? 몸과 꼬리를 ‘S’자로 몸을 흔들면서 간단 말이에요. 다리를 직선으로 딱 펴고 가는 게 아니라 온 몸을 뒤뚱뒤뚱하죠. 그러면 이렇게 뒤뚱뒤뚱 걸으면 허파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눌리겠죠. 눌리니까 호흡에서 무척 불리해요. 그런데 공룡들은 이 다리가 옆으로 나지 않고, 아래로 똑바로 뻗어 있어요. 우리처럼 서 있으니까 허파에 압박이 없어서 훨씬 숨을 쉬는 게 편안하죠. 호흡이 좋으니까 더 빨리 움직일 수도 있고, 더 커질 여력도 있는 거죠. 파충류에서 그걸 극복하는 데 트라이아스기의 5,000만 년이 걸린 거예요.
원 그러니까 우리가 ‘공룡’ 하면 파충류라고 단순하게 생각을 하지만, 그리고 코모도왕도마뱀이니 이런 큰 3미터나 되는 것들도 있고, 그런데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파충류와 공룡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죠? 그리고 공룡 전에 사실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파충류와 유사한 파충류가 존재했었다는, 뭐 이런 얘기 아닙니까?
모 많이 있었죠. 하여간 이 당시에는 어쨌든 이들이 가장 제일 큰 육상 동물이었던 거죠. 뭐가 공룡이냐 하면 일단 중생대에 살았어야 돼요. 고생대에 살았으면 공룡이 아니죠. 고생대에도 공룡처럼 생긴 게 있어요. 하지만 그건 고생대의 동물이니까 공룡이 아닌 거고, 또 중생대에 살았어도 꼭 땅 위에 살아야 돼요. 육상에 살았던 거대한 파충류만 공룡이라고 하죠. 그것도 다리가 옆이 아닌 밑으로 쭉 내려오는 동물이 공룡이죠. 그래서 하늘을 날았던 익룡이란 거는 공룡이 아니에요.
원 그건 아예 종이 다른 것으로 봐야 하나요?
모 진화의 경로가 전혀 달라요. 그다음으로 수장룡이나 어룡 같은 경우에도 공룡이 아니죠. 재미있는 건데요. 엘라스모사우루스라는 수장룡이에요. ‘수장룡’하면 ‘수’자가 물 ‘수水’일까요? 물에 사니까. 그게 아니라 사실은 머리 ‘수首’예요. ‘목이 긴 용’이라는 거죠. 장경룡이라고도 하고 수장룡이라고도 하는데, 그 뼈의 화석을 보고 이렇게까지 길다고는 생각을 못한 거예요.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했냐 하면 목의 뼈를 뒤쪽의 짧은 꼬리에다가 붙였죠. 불과 몇십 년 전에야 꼬리라고 생각한 게 목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급히 옮겼죠. 우리가 공룡 연구는 아주 옛날부터 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공룡들의 대부분은 1960년대 이후에 발견이 된 것들이 많고, 알고 있는 공룡지식들이 다 최근의 것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이 붙은 공룡들은 한 700종 정도밖에 안 돼요. 그런데 우리가 뼈를 발견한 건 2,000종이 넘거든요. 그러니까 적어도 1,400종은 이름 붙일 기회가 있죠.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살았을 겁니다.
원 공룡을 우리는 거대한 파충류라고만 생각했는데, 다리도 그렇고 그 밖에 실제로는 파충류와는 다른 면이 많다는 게 계속해서 밝혀져 왔었잖아요. 그런 점들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주세요.
모 보통 파충류들은 새끼들을 양육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공룡들은 알을 둥지에 낳고 보살피기도 하고 자기 새끼들을 양육한 것 같단 말이죠.
원 저도 사실 공룡에 대한 걸 좀 읽어본 게 10년 가까이 됐어요. 전에만 해도 그런 종류의 공룡은 아주 드물게 있었다는 정도로 파악했는데, 그게 일반적인 상황이었나요? 그러니까 이제는 그 이야기가 그때하고 바뀐 건가요?
모 우리가 어릴 때 봤던 공룡들은 이렇잖아요. 꼬리를 질질 끌고 다니고, 뚱뚱하고, 고개를 세우고, 영화 〈고질라〉에 나오는 그런 거였는데, 요즘은 그렇게 그리지 않거든요. 몸을 수평으로 딱 세우고 있고, 꼬리는 곧추세우고 있는 거죠. 꼬리를 세워 균형을 잡고 있고.
원 이런 식으로 지금 공룡에 대한 생각들이 다 바뀌어 있어요. 그리고 다리도 악어와 도마뱀과는 달리 포유류처럼 밑으로 뻗어있어 곧바로 걸을 수가 있었다는 얘긴데. 얘기를 듣다 보니 제가 궁금한 거 하나가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제 기억으로는 파충류는 고급한 뇌가 없어서 이타심이 있을 수 없고, 심지어 제 새끼를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인지, 또 만약 공룡들이 정말 새끼를 돌봤다면 공룡은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갖게 됐을까 하는 것이죠.
모 이런 건 공룡한테 물어봐야 하는데 그건 좀 어려우니까 공룡의 후손들이 있잖아요. 공룡의 후손이 지금 새란 말이에요. 새는 수각류죠. 그러니까 육식공룡들의 직계 후손이 바로 새인데, 새는 둥지도 돌보고, 새끼들도 돌보잖아요. 그런 습성을 공룡에게 받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지요.
원 그러면 공룡을 파충류라고 지금 연결할 수 있는 그런 연계 고리는 어디 있는 건가요? 공룡이 파충류라고 했을 때, 공룡은 다리도 이렇고 뭐 새끼도 돌보고 우리가 알고 있는 파충류와 상당히 다른 부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충류라고 한다면 그 파충류의 성질은 어디에 있는 거죠?
모 일단 알을 낳는 거죠. 알을 낳는데 하늘을 날지 않으니까 새는 아닌 거고. 나머지는 종은 포유류인데 새끼를 낳질 않으니까 안 되고, 분류할 수 있는 것은 파충류밖에 없죠. 그렇다고 양서류도 아니잖아요?
원 그렇죠.
모 그렇게 생각하면 고민할 건 없죠. 파충류일 수밖에 없는 거니까.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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