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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에는 대기 중에 습기가 거의 없어 고롱고사국립공원에서는 별이 총총한 하늘과 몹시 추운 밤이 이어진다.
서장
영원의 탐색
잊혀짐.
완벽한 잊혀짐이란 인간 정신으로는 절대 받아들이거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결국 없어진다는, 즉 그동안 존재했고 앞으로 존재하게 될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상상은 절망보다 깊고 죽음보다 무섭다. 우리는 우리 몸이 언젠가 반드시 죽어 분해될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물리적 죽음과 진정한 망각은 다르다. 어딘가 다른 곳, 영적인 차원에는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이 남아 있다. 그런 가능성을 포기하더라도 여전히 살아남은 가족과 태어날 후손의 기억에는 존재할 것이다. 물론 그 기억 또한 소멸되겠지만 그때는 그들이 속해 있던 부족, 그 너머에 국가가 남을 것이다. 언젠가는 이것들 역시 끝을 맞을 것이다. 천년만년이 지나면 시간의 물레방아는 모든 기억마저 갈아 없애버릴 것이다.
아예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것 외에 이 암울한 전망에서 벗어날 방안은 정말 없는 것일까?
인간 종 전체 차원에서 유전되는 입자를 생각해보자. 사람의 몸은 두 명의 부모, 네 명의 조부모, 여덟 명의 증조부모와 시간을 거슬러가며 세대마다 두 배로 늘어나는 조상들에게 물려받는 DNA를 갖게 된다. 딱 3세기 전까지 살았던 사람만 헤아려도 각자 무려 5,000명이나 되는 조상을 갖는 셈이다. 미래를 내다보면 우리 유전자의 상당 부분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직계후손이 아니라도 서로 사촌지간인 방계친족을 통해서라도 퍼져나갈 것이다.
이 영구적인 DNA 군집과 더불어 문화가 있다. 개개인의 유전자가 모여 만드는 웅장한 합주는 무한히 새로운 조합 속으로 사라지지만 문화는 거의 일관된 형태로 발전하고 살아남을 것이다. 이렇게 피의 공유와 전 인류의 기억인 문화 덕분에 망각은 미뤄질 수 있다.
그러나 인간 종족이라고 망각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생명의 역사에 등장했던 거의 모든 종은 멸종되기 쉬운 처지에 있었다. 결국 35억 년 전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이후 존재했던 99퍼센트의 종이 멸종했고 다른 종으로 대체되었다. 종은 진화의 과정에서 크게 늘어났다가 결국 감소하여 마찬가지로 증가하다 끝을 맞을 다른 무리로 대체되었다. 불행하게도 현생 인류Homo sapiens는 포유동물의 한 종으로 다른 동물들에 비해 통계적으로 멸종에 더 취약하다. 화석 기록을 토대로 과학자들은 포유류에 속하는 종들이 생명계 전체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인 평균 50만 년 정도만 존재했음을 밝혀냈다. 현생 인류는 약 10만 년 전 현재 수준의 신체적 형질과 지능에 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전의 수백만 년 동안 선행 인류는 엄청난 진화의 미로 속을 헤맸고 우리는 그 선행 인류 종 중에서 살아남은 소수 종일 뿐이다. 우리의 전례 없이 번성한 문화와 이성의 힘이 인류의 수명을 연장해줄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의 독특한 능력은 어쩌면 지구상에서 인류의 시간을 단축시킬지도 모른다.
그렇긴 하나 망각의 필연성을 본질적으로 거부할 논리적이고 도덕적인 다른 방법이 있다. 인류의 조상뿐 아니라 현재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된다. 다른 차원의 불멸성과 어떻게 그 불멸성을 성취할 수 있는지를 그려보는 것은 섣부른 행동이 아니고, 일상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아직 파괴하지 않은 자연의 나머지 부분에 존재한다. 그곳의 생명체는 우리와 평행 세계를 이루고 있다. 그 생명체 역시 인간 정신의 영원에 대한 추구와 함께 존재하고 진화할 수 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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