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도둑으로 몰린 공자
그대는 문왕 무왕의 도를 닦고서 천하의 언론을 장악하여 후세 사람들을 가르치고, 쿨렁쿨렁한 큰 옷에 넓은 폭의 얕은 띠를 매고 말을 비뚜로 하고 행동을 거짓으로 하여 천하 군주들의 머리를 혼란에 빠뜨려서 자기의 재산과 지위를 얻으려 하고 있다. 그러니 도적질이 그대보다 큰 것이 없는데 천하 사람들은 어찌하여 그대를 일러 도적놈 구丘라 하지 않고, 도리어 나를 일러 도척이라고 하는가.
今에 子 脩文武之道하야 掌天下之辯하야 以敎後世하고 縫衣淺帶로 矯言僞行하야 以迷惑天下之主하야 而欲求富貴焉하나니 盜 莫大於子어늘 天下는 何故로 不謂子를 爲盜丘요 而乃謂我를 爲盜跖고
- 『장자』, 「도척」 -
공자와 유하계는 친구 사이였다. 그런데 유하계의 아우는 이름을 도척盜跖이라 하였다. 도척은 9천 명의 졸개를 거느리고 천하에 횡행하면서 제후들의 영토를 침략하고 포악한 행동을 일삼으며, 남의 집에 구멍을 뚫어 문지도리를 떼어내고 들어가 남의 소나 말을 떼로 몰아 훔쳐내며, 남의 부녀를 납치 탈취하며, 도적질하여 얻는 이득을 탐하느라 친척도 잊었으며, 부모형제도 돌보지 않았고, 조상들에게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그래서 도척의 무리가 지나가는 성읍은, 큰 나라는 성벽을 닫아 굳게 지키고, 작은 나라는 보루에 들어가 지켜서 만백성들이 그를 고통스럽게 여겼다.
공자가 유하계에게 말하였다. “남의 아버지 된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 아들을 훈계하여 이끌 수 있어야 하고, 남의 형 된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 아우를 가르쳐 깨우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아버지로서 그 자식을 훈계하여 이끌 수 없고, 형으로서 그 아우를 가르칠 수 없다면, 부자와 형제 같은 친척을 귀하게 여길 까닭이 없지 않겠습니까. 이제 선생은 세상이 알아주는 재사이면서, 그 아우는 도척이라는 큰 도적으로 천하의 害가 되고 있는데도 가르쳐 깨우치지 못하고 있으니, 나는 적이 선생을 위해서 이 일을 부끄러이 여깁니다. 그러하니, 나는 선생을 대신하여 가서 그를 설득해 보겠소.”
유하계가 말하였다. “선생이 말씀하시길, ‘남의 아비 된 사람은 반드시 그 자식을 훈계하여 이끌 수 있어야 하고, 남의 형 된 사람은 반드시 그 아우를 가르쳐 깨우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만일 자식이 아버지의 훈계를 듣지 않고 아우가 형의 가르침을 받지 않는다면 비록 지금 선생의 웅변으로 설득한다 한들 장차 그것을 어찌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도척이란 녀석의 사람됨은 마음은 용솟음치는 샘물처럼 끝이 없고, 의기는 격렬한 회오리바람처럼 사나우며, 육체의 강건함은 어떤 적이라도 막아내기에 충분하며, 언변은 자기 잘못을 꾸며대어 변명하기에 충분합니다. 상대가 제 마음에 들면 기뻐하지만, 제 마음에 거슬리면 욕지거리로 남을 어렵지 않게 욕보입니다. 선생께서는 절대 가지 마십시오.”
그러나 공자는 유하계의 충고를 듣지 않고 안회더러 수레를 몰라 하고 자공을 오른편에 앉힌 뒤 도척을 만나 보러 갔다. 도척은 이때 마침 졸개들을 태산의 남쪽 기슭에서 쉬게 하고, 사람의 간으로 회를 쳐서 그것을 간식으로 먹고 있었다. 공자가 수레에서 내려 앞으로 나아가서 알자謁者를 보고 말했다. “노나라 사람 공구는 장군의 높은 의리를 듣고 알자에게 삼가 재배합니다.”
알자가 들어가 도척에게 전하였더니, 도척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눈은 번쩍거리는 별과 같고, 갓을 찌를 듯 머리카락을 위로 솟구치면서 말했다. “이자가 저 노나라의 위선자 공구인가? 아닌가? 내 말이라고 하면서 그에게 전하라. ‘너는 말을 만들고 이야기를 지어내어, 함부로 문왕이다 무왕이다 하며 칭송하고, 머리에는 나뭇가지처럼 장식이 많은 갓冠을 쓰고, 허리에는 죽은 소의 옆구리 뱃가죽으로 만든 허리띠를 차고 다니면서, 수다스레 잘못 투성이의 유설謬說을 지껄여대고, 농사짓지 않으면서 밥 먹으며, 베를 짤 줄도 모르면서 옷을 입고 다닌다. 게다가 입술을 놀리고 혀를 움직이면서 제멋대로 선악시비善惡是非의 기준을 만들어 천하의 군주들을 미혹시킨다. 그리하여 천하에서 학문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근본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들면서, 함부로 효孝니 제悌니 하는 덕목을 만들어 놓아 제후에 봉해지고 부귀하게 되는 요행을 바라게 하는 자이다. 그러니 너의 죄는 커서 무겁게 처벌받아야 할 것이다. 빨리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의 간으로 점심식사의 반찬에 보탤 것이다.’ ”
그런데도 공자는 다시 알자를 통해서 말했다. “저는 장군의 형님이신 유하계와 친하게 지내고 있으니, 부디 장군의 신발이나마 군막 아래에서라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알자가 다시 전하였더니 도척이 말했다. “내 앞으로 데리고 오도록 하라.”
공자는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 자리를 피해서 도척에게 두 번 절했다. 도척은 크게 노하여 양다리를 떡 벌리고 앉은 채로 칼자루를 손에 잡고 눈을 부릅뜨고서, 마치 젖먹이는 어미 호랑이와 같이 사나운 소리로 말하였다. “구는 앞으로 나오라. 네가 하는 말이 내 마음에 들면 살려줄 것이고, 내 마음에 거슬리면 죽여버리겠다.”
공자가 말하였다. “제가 듣건대, 천하에는 세 가지 미덕이 있다 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키가 크고 체격이 장대해서, 용모의 아름다움이 뛰어나 누구도 비길 수 없고, 젊은이도 늙은이도, 귀한 이도 천한 이도 모두 그를 보고 좋아하게 되는 것, 이것이 상덕입니다. 지식은 천지 만상을 다 싸안아서 모르는 것이 없고, 능력이 모든 사물을 두루 다 처리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중덕입니다. 용맹하고 결단력이 있어 많은 사람을 모아서 군대를 인솔할 수 있는 것, 이것이 하덕입니다.
사람 중에 누구라도 이 가운데 한 가지 덕이라도 갖추고 있으면, 충분히 군주의 자리에 앉아 제후로 일컬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장군께서는 이 세 가지 덕을 전부 갖추고 계십니다. 키는 여덟 자 두 치나 되고, 얼굴에서는 빛이 나며, 입술은 선명한 붉은 빛깔을 하고 있으며, 치아는 모양이 아름다운 조개껍질처럼 정돈되어 아름다우며, 목소리는 육률육려의 기본음인 황종의 음률에 들어맞습니다. 그런데도, 세상에서는 장군을 이름하여 도척이라 하고 있으니 저는 적이 장군을 위하여 이를 부끄럽게 여겨 따르지 않습니다.
장군께서 제 말을 따를 뜻이 있으시다면, 저는 남쪽으로는 오나라와 월나라에 사신으로 가고, 북쪽으로는 제나라와 노나라에 사신으로 가고, 동쪽으로는 송나라와 위나라에 사신으로 가고, 서쪽으로는 진나라와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그들로 하여금 장군을 위하여 사방 수백 리 되는 커다란 성곽을 만들어서 수십 만 호의 성읍을 건립하게 하고 장군을 제후의 한 사람이 되어 존경받게 하고 온 천하 사람들과 더불어 세상을 개혁하고 난세를 일신하여 전쟁을 그만두고 병졸들을 쉬게 하고, 장군의 형제들을 거두어 양육하며 공손히 조상의 제사를 지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것이 성인과 재사의 행동이고 또한 천하 만민의 소원입니다.”
도척은 더욱 크게 노하여 말했다. “구여! 내 앞으로 더 가까이 나오라. 이익을 가지고 행동을 고칠 수 있고 말로 충고하여 바로잡을 수 있는 상대는 모두 어리석은 보통 사람이라고 일컬을 뿐이다. 지금 <나의 체격과 용모가> 장대하고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보고서 나를 좋아하는 것, 이것은 나의 부모가 물려준 미덕이니, 구 그대가 나를 칭찬해 주지 않더라도 내가 유독 그것을 스스로 알지 못할 것인가.
또 내가 듣건대, ‘남의 면전에서 칭찬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뒤돌아서 헐뜯고 욕하기를 좋아한다.’고 하더라. 지금 구 그대가 나에게 커다란 성곽과 많은 백성들을 준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나를 이익으로 규정해서 범속한 인간으로 취급해서 나를 먹이고 길들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큰 성곽과 많은 백성을 소유함이> 어찌 오래갈 수 있겠는가.
그리고 성곽의 크기로 치자면 천하보다 큰 것이 없다. 요나 순은 천하를 자기의 것으로 소유하였지만 그 자손들은 송곳 하나 세워놓을 좁은 땅조차 없었으며, 탕왕이나 무왕은 스스로 서서 천자가 되었지만 그 자손은 모두 끊어지고 멸망하고 말았다. 이것은 그들이 손에 넣은 이익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또한 나는 이런 말을 들었다. ‘아주 옛날에는 새와 짐승은 많았고 인류는 숫자가 적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면서 짐승의 해를 피했고, 낮에는 도토리나 밤을 줍고 날이 저물면 나무 위에 올라가 잠을 잤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사람들을 명명하여 유소씨의 백성이라고 하였다. 또 옛적에 사람들은 옷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여름이면 땔나무를 쌓아두었다가 겨울에는 이것으로 불을 때면서 지냈다. 그래서 이들을 명명하여 삶의 지혜를 아는 지생의 백성이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신농씨의 세상이 되어서는 사람들은 누워 잠자고 있을 때는 편안했고 일어나 깨어 있을 때에는 무심한 모양으로 한가로이 지내면서, 사람들이 자기의 어머니는 알아도 자기의 아버지는 알지 못하며, 크고 작은 사슴 무리들과 함께 살면서, 스스로 밭갈아 농사지어 먹고 스스로 베틀에 베짜서 옷을 입고서 서로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갖지 않고 지냈으니, 그 때가 지덕이 잘 시행된 최륭성기였다. 그런데 시대가 내려와 황제의 세상이 되어서는 지덕을 시행하지 못하여 치우와 탁록의 들판에서 싸워 사상자가 흘린 피가 사방 백 리에 미쳤다. 요와 순이 천자가 되자 여러 신하의 지위를 만들어 상하차별을 확립했고, 은의 탕왕은 그 주군인 하의 걸왕을 추방했고 주의 무왕은 은의 폭군인 주왕을 죽였으니 이 이후부터는 그저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능멸하고, 다수자가 소수자를 난폭하게 학대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탕왕과 무왕 이후로는 모두 난폭자의 무리들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이제 그대는 그러한 문왕 무왕의 도를 닦고서 천하의 언론을 장악하여 후세 사람들을 가르치고, 쿨렁쿨렁한 큰 옷에 넓은 폭의 얕은 띠를 매고 말을 비뚜로하고 행동을 거짓으로 하여 천하 군주들의 머리를 혼란에 빠뜨려서 자기의 재산과 지위를 얻으려 하고 있다. 그러니 도적질이 그대보다 큰 것이 없는데 천하 사람들은 어찌하여 그대를 일러 도적놈 구라 하지 않고, 도리어 나를 일러 도척이라고 하는가.”
“그대는 달콤한 말로 자로를 설득해서 그대의 추종자가 되게 하여, 자로로 하여금 <용자의 상징인> 높은 관을 벗어 던지고 <그가 차고 있던> 긴 칼을 풀어 던지고 그대에게 가르침을 받게 하였다. 그래서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말하기를, ‘공구는 난폭한 행동을 누르고 악행을 금지시킬 수 있다.’고 하게 하였다. 그러나 결국 자로는 위나라 임금 괴외蒯聵를 죽이려 하다가 일을 이루지 못하고 그 몸은 위나라의 동문 가까이에서 소금에 절여지는 형벌을 당하고 말았으니, 이것은 너의 가르침이 지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대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 재사 성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럴진댄 어찌하여 노나라에서 두 번이나 축출되었고, 위나라에서는 그대가 떠난 뒤 발자취를 삭제당할 정도로 미움받았고, 제나라에서 궁지에 몰리고,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 군대에 포위되어 천하에 몸을 용납할 데가 없었는가? 그대는 자로로 하여금 그 같은 환난을 당하게 하였으니, 위로는 자기 몸을 편안히 지키지 못했고, 아래로는 남을 편안히 살게 하지도 못했다. 그러니 그대의 도를 어찌 높이기에 충분하겠는가.”
“세상에서 높이는 인물로는 황제만 한 이가 없는데 그 황제조차도 오히려 그 미덕을 온전히 보전할 수 없어서 탁록涿鹿의 들판에서 치우蚩尤와 전쟁하여 피가 흘러 사방 백 리까지 미쳤다. 그리고 요임금은 자식에 대하여 자애롭지 않았으며, 순임금은 어버이에게 불효하였으며, 우는 <치수를 한답시고 몸을 돌보지 않아> 반신불수가 되었으며, 탕은 그 주군인 하의 걸왕을 추방하였으며, 무왕은 역시 그 주군인 은의 주왕을 정벌하였으며, 문왕은 유리 땅에 감금되었다. 그러니 이 일곱 사람은 세상에서 높이는 인물들이었으나 자세히 따져본다면 모두 이익 때문에 참다운 진실을 잃어버려 무리하게 본성을 거슬렀으니, 그들의 행동은 <높이 존숭되기는커녕> 도리어 매우 부끄러워할 만하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현인은 백이와 숙제이다. 그러나 백이와 숙제는 고죽국 임금의 지위를 사양하고 수양산에서 굶어 죽어, 그들의 시체는 장례를 치르지도 못한 채 산속에 버려졌다. 춘추시대의 은자 포초鮑焦는 고결하게 행동하고 세상을 그르다 비난하다가 나무를 끌어안은 채로 말라 죽었고, 은대의 은자 신도적申徒狄은 임금에게 간하였는데 들어주지 않자 돌을 짊어지고 황하의 강물에 스스로 몸을 던져 물고기 밥이 되었으며, 진 문공의 신하인 개자추는 지극히 충성스러웠는지라 자기 넓적다리 살을 베어 문공에게 먹였는데 문공이 뒤에 그를 배반하였더니, 자추는 노하여 진나라를 떠나 나무를 껴안은 채 불에 타 죽고 말았으며, 노나라 사람 미생은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가 여자가 오지 않았는데 한편 물이 자꾸 불어올라 오는데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다리 기둥을 끌어안고 죽었다.
그러니 이 여섯 선생들은 제사에 쓰려 찢어발긴 개나, 제물로 강물에 던져진 돼지, 아니면 바가지를 들고 걸식하는 거지와 다를 것이 없다. 모두 명예에 걸려 죽음을 경시하여, 삶의 근본을 생각하고 수명을 잘 기르지 못한 자들이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충신은 왕자 비간과 오자서만 한 이가 없다. 그러나 오자서는 시체가 오왕 부차에 의해 장강에 가라앉혀졌고, 왕자 비간은 조카인 주왕에 의해 심장이 갈라졌으니 이 두 선생은 세상에서 충신이라고 말하지만 마침내는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상고로부터 이것을 살펴보건대, <저 황제․요․순으로부터> 오자서․왕자 비간에 이르기까지 모두 존숭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니, 丘 그대가 나를 설득하려고 하는 것이, 만일 내게 귀신의 일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라면 내가 알 수 없을지 모르지만, 만일 인간의 일을 가지고 나에게 말하는 것이라면 지금 말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 <그런 정도는> 모두 내가 들어 알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나는 그대에게 인간의 참된 실상에 대해 이야기해 주겠다. <사람이란> 눈은 아름다운 빛깔을 보고 싶어하고, 귀는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어하며, 입은 맛있는 것을 맛보고자 하며, 뜻은 만족되기를 바라는 존재이다. 그런데 사람의 수명은 최고로 오래 사는 경우라야 기껏 백세이고, 중간 정도로 오래 사는 경우는 80세이고, 낮은 수준으로 오래 사는 경우는 60세인데, 그나마도 병들어 여위거나, 상복을 입거나, 세상사를 근심하거나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면, 그 짧은 인생 속에서 웃으며 지낼 수 있는 것은 한 달 중에 사오일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하늘과 땅은 무궁하지만 사람의 죽음은 일정한 때가 있으니 죽어야 할 때가 정해진 육체를 가지고 무궁한 천지 사이에 의탁하는 것은, 짧음이 마치 천리마가 문틈 사이를 달려 지나가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데, 마음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욕구를 만족시키면서 그 수명을 기르지 못하는 자는 모두 도를 통한 자가 아니다.
구! 그대가 말하려 하는 것은 모두 내가 부정하여 버린 것들이다. 그러니 빨리 떠나고 얼른 달려가서 다시는 나에게 말하지 말라. 그대의 도는 인간의 본성을 잃은 채 급히 달려가는 꼴이니 남을 속이는 거짓투성이이다. 인간의 참된 모습을 완전히 보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어찌 족히 논할 가치가 있겠는가?”
공자는 두 번 절하고는 잰걸음으로 달려 도척 진영의 문을 나와 수레에 올라 타 말고삐를 잡으려다가 세 번이나 놓치고, 눈앞이 캄캄하여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아니하고, 안색은 불 꺼진 잿빛 같았으며, 수레 앞턱 가로나무에 기대어 고개를 떨군 채 숨을 내쉬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하여 노나라의 도성 동문 밖에 돌아와 마침 도척의 형 유하계를 만났다. 유하계가 말했다.
“요사이 조용히 아무 소식 없이 며칠을 통 뵙지 못하였는데, 선생이 타신 수레와 말에 어디 여행 다녀오신 자취가 있으니 설마 도척을 가서 만나 보신 것은 아니겠지요?”
공자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유하계가 말하였다. “제 아우 척이 혹시 앞서 말한 것처럼 그대의 마음에 거스름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요?” 공자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말 그대로 ‘병이 없는데도 스스로 뜸을 한’ 꼴이 되었습니다. 냅다 달려가 호랑이 머리를 건드리고, 호랑이 수염을 얽어댔으니 하마터면 호랑이에게 먹힐 뻔했습니다.”
26. 도에 함께 나아갈 수 없는 사람
어떤 사람이 자기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자기 발자국을 싫어하여 그것을 떨쳐내려고 달려 도망친 자가 있었는데, 발을 들어 올리는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만큼 발자국도 더욱 많아졌고 달리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그림자가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는데, 그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달리기가 아직 더디다고 생각해서, 쉬지 않고 질주하여 마침내는 힘이 다하여 죽고 말았다. 그는 그늘에서 그림자를 쉬게 하고 조용히 멈추어 발자국을 쉬게 할 줄 몰랐으니 어리석음이 또한 심하다.
人이 有畏影惡迹하야 而去之走者 擧足이 愈數할사록 而迹이 愈多하며 走 愈疾할사록 而影이 不離身이어든 自以爲尙遲라하야 疾走不休하야 絶力而死호대 不知處陰以休影하며 處靜以息迹하니 愚 亦甚矣라
- 『장자』, 「어부」 -
공자가 울창한 숲에서 노닐다가 살구나무를 심어 놓은 행단杏壇에 앉아 쉬고 있었다. 제자들은 책을 읽고 있었는데, 공자는 노래를 부르면서 거문고를 타고 있었다. 타던 곡조가 채 반이 끝나지 않았을 때, 어부 한 사람이 배에서 내려 가까이 다가왔다. 구레나룻과 눈썹이 모두 하얀 노인이었는데 머리를 풀어헤치고 소매를 휘젓고서 늪지대를 걸어 올라와 언덕에 이르러 멈추어 자리를 잡고서, 왼손은 무릎 위에 얹고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조용히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윽고 곡이 끝나자 노인은 자공과 자로를 손으로 불렀다. 두 사람이 함께 이 노인을 응대하였더니 처음 보는 노인은 공자를 가리키면서 “저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다. 자로가 대답했다. “노나라의 군자입니다.” 객이 공자의 족성을 물었다. 자로가 대답했다. “성은 공씨입니다.”
객이 말했다. “공씨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자로가 미처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자공이 대답했다. “공씨는 태어나면서 충신忠信을 갖추고 몸소 인의仁義를 실행하며 예악禮樂을 지키고 인륜을 갖추고서 위로는 세상의 군주에게 충의를 다하고 아래로는 만백성을 교화하여 장차 천하 사람들을 이롭게 하려 합니다. 이것이 공씨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객이 또 물었다. “영토를 가지고 있는 군주인가?” 자공이 말했다. “아닙니다.” 객이 말했다. “그러면 제후나 왕을 돕고 있는 사람인가?” 자공이 말했다. “아닙니다.”
객이 마침내 웃으면서 돌아가는데,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사람 어질기는 틀림없이 어질지만, 아마도 그 몸은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마음을 괴롭히고 몸뚱이를 지치게 해서 자신의 참된 본성을 위태롭게 할 것이니. 아! 도에서 멀리 벗어났구나!”
자공이 돌아와 공자에게 전했더니, 공자는 거문고를 밀어놓고 일어나 말했다. “그 사람은 틀림없이 성인일 것이다.” 그리고는 곧 행단에서 내려와 그 노인을 찾아 못가에 이르렀는데, 노인은 이때 바야흐로 노를 세워 배를 끌어 띄우려 하다가 공자를 보고 몸을 돌려 공자를 바라보았다.
공자는 빠른 걸음으로 뒤로 물러나서 노인에게 두 번 절하고서 천천히 노인 앞으로 나아갔다. 객이 말했다. “그대는 내게 무엇을 구하려는가?” 공자가 대답했다. “조금 전에 선생께서는 말의 실마리만 꺼내시고 그냥 떠나셨습니다. 저는 보시다시피 어리석은 사람인지라 선생께서 말씀하신 뜻을 아직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가만히 선생의 풍모 아래에 이렇게 기다려서 다행히 선생의 기침소리를 듣게 하셔서 마침내 저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객이 말했다. “하하! 심하구나. 그대가 배우기를 좋아함이여!”
공자가 두 번 절하고 일어나서 말했다. “저는 어려서부터 학문을 닦아 지금에 이르러 69세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극한 가르침을 들을 수 있는 분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감히 마음을 비우고서 가르침을 기다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객이 말했다.
“같은 부류가 서로 따르고 같은 소리가 서로 공명하는 것은 진실로 자연의 이치이다. 우선 나에게 있는 도는 잠깐 놓아두고 그대가 하는 일의 조리를 따져보겠다. 그대가 하는 일은 인간의 일이다. 그러니 천자, 제후, 대부, 서인들 이 네 계급이 각자가 올바른 도를 지키면 최선의 치세고 네 계급이 각각의 자리를 떠나면 이보다 큰 어지러움이 없다. 관직에 있는 모든 관리가 자기 직분을 잘 처리하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일을 근심하고 애쓰면 누구도 분수를 침범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전답이 황폐해지고 집이 파괴되어 의식이 부족하고 세금을 이어서 내지 못하게 되고 처첩이 불화하고 장유의 질서가 무너지게 되는 것은 서민들의 근심거리다. 능력이 임무를 감당하지 못하여 관청의 일도 만족스럽게 처리하지 못하고 행동이 청렴하지 못하여 부하들이 멋대로 태만하며 훌륭한 공적이 없어 작위와 봉록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대부들의 근심거리이다. 조정에 충신이 없어 국가가 혼란하고 기술자들의 기술이 정교하지 못하며 조정에 바치는 공물이 조악하고 봄가을의 조근朝覲을 다른 제후들에 뒤처져 천자의 명령을 잘 따르지 못하게 되는 것은 제후들의 근심거리이다. 음양의 기가 잘 조화되지 못하며 계절의 추위와 더위가 때에 맞지 않게 되어 만물을 손상하며 제후들이 사납게 난동하여 멋대로 서로 공격하여 인민의 생명을 살상하며 예악이 문란하고 무질서해져서 재정이 궁핍하며 인륜이 지켜지지 않아 백성들이 음란에 빠지는 것은 천자의 근심거리이다.
그런데 지금 그대는 이미 위로 천자나 제후 또는 관리의 세력이 없고 아래로 대신과 정해진 직관이 없는데도 멋대로 예악을 꾸미고 인륜의 도를 가르쳐서 만민을 교화하려 하니 너무 일이 많지 않은가. 또한 사람에게는 여덟 가지의 하자가 있고 일에는 네 가지의 걱정거리가 있으니 이것을 잘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자기의 일이 아닌데도 일삼는 것을 아무 일에나 나댄다고 하고, 돌아보는 이도 없는데 진언하는 것을 말재주꾼이라 하고, 상대의 마음을 엿보고 그 기분에 맞춰 말하는 것을 아첨이라 하고, 옳고 그른 것을 가리지 않고 말하는 것을 추종이라 하고, 남의 결점을 즐겨 말하는 것을 비방이라 하고, 타인의 우정을 쪼개고 친족을 이간하는 것을 해침이라 하고, 남을 겉으로는 칭찬하며 속으로는 기만하고 속여서 남을 파멸시키는 것을 사악한 자라 하고, 선악을 가리지 않고 양쪽을 다 받아들여 양쪽에 다 얼굴을 부드럽게 대하면서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훔쳐 빼내는 것을 음험하다고 하니 이 여덟 가지의 하자는 밖으로는 남을 어지럽히고 안으로는 자신을 손상한다. 군자는 이런 사람을 벗으로 사귀지 아니하고 명군은 이런 사람을 신하로 삼지 않는다.
이른바 네 가지 걱정거리는 큰일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며 공연히 자주 변경하여 원칙까지 바꾸어 공명을 높이 세우려 하는 것을 외람됨이라 하고, 자기의 지혜를 과신하고 멋대로 일을 처리하여 남의 영역을 침범하여 자기 힘을 발휘하는 것을 탐욕이라 하고, 자기의 과오를 알고서도 고치지 아니하고 충고하는 말을 들으면 도리어 더 심하게 어기는 것을 말 듣지 않음이라 하고, 남의 견해가 자기와 같으면 인정하고 자기와 같지 않으면 착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쁘다고 하는 것을 자긍이라 하니 이것이 네 가지 걱정거리이다. 여덟 가지 하자를 제거하고 네 가지 걱정거리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라야 비로소 가르칠 만하다.”
공자는 부끄러워하면서 탄식하고 두 번 절하고 일어나서 말했다. “저는 노나라에서 두 번 추방되었으며, 위나라에서는 발자취까지 모조리 지워졌으며, 송나라에서는 큰 나무가 잘려 그 밑에 깔릴 뻔하였으며,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되는 어려움을 만났으니, 저는 스스로 잘못한 것을 모르겠는데 이 같은 네 가지 치욕을 당한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그러자 객은 애처로이 여기며 태도를 바꾸고 말했다. “심하구나. 그대가 깨닫지 못함이여. 어떤 사람이 자기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자기 발자국을 싫어하여 그것을 떨쳐내려고 달려 도망친 자가 있었는데, 발을 들어 올리는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만큼 발자국도 더욱 많아졌고 달리는 것이 빠르면 빠를수록 그림자가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는데, 그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달리기가 아직 더디다고 생각해서, 쉬지 않고 질주하여 마침내는 힘이 다하여 죽고 말았다. 그는 그늘에서 그림자를 쉬게 하고 조용히 멈추어 발자국을 쉬게 할 줄 몰랐으니 어리석음이 또한 심하다.
그대는 인의도덕의 세계를 자세히 따지고, 같음과 다름의 경계를 분명하게 살피고, 출처진퇴에 따르는 정세의 변화를 관찰하고, 물건을 주고받는 절도를 합당하게 하고, 좋음과 싫음의 감정을 잘 다스리고, 즐김과 성냄의 절도를 조화하려 하니 그래 가지고서야 위해를 면치 못하는 데 가까울 것이다.
삼가 그대의 몸을 수양하고 삼가 참된 도를 지키고 공명 따위의 물건을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면 몸을 고달프게 하는 일이 없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자기 자신을 닦지 아니하고 남에게 요구하는 일만 하고 있으니 또한 빗나간 것이 아니겠는가.”
공자가 얼굴빛을 바꾸면서 말했다. “청컨대 무엇을 참된 도라고 하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객이 말했다. “진실이란 순수와 성실의 극치이니, 순수하지 아니하고 성실하지 않으면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가 없다. 그러므로 억지로 곡하는 자는 비록 그것이 슬퍼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애처롭지 아니하고, 억지로 성내는 자는 그것이 비록 위엄 있다 하더라도 남이 위엄을 느끼지 아니하고, 억지로 친하게 행동하는 자는 비록 웃더라도 사람들을 즐겁게 하지 못한다. 그러나 참다운 슬픔은 소리 없이도 애처롭고, 참다운 노여움은 드러나지 않더라도 위엄이 있으며, 참다운 친애는 웃음이 없이도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그것은 참된 도가 안에 갖추어져 있으면 신묘한 작용이 밖에 드러나기 때문이니, 이것이 참된 도를 귀하게 여기는 까닭이다.
참된 도가 인간세상의 도리에 작용할 때는 어버이를 섬겨서는 자애와 효행이 되고, 임금을 섬겨서는 충성과 정절이 되고, 술을 마셔서는 기쁨과 즐거움이 되고, 상을 당해서는 슬픔이 된다. 충성과 정절은 훌륭한 공적을 목적으로 삼고, 음주는 즐거움을 목적으로 삼고, 상을 치를 때에는 슬퍼함을 목적으로 삼고, 어버이를 섬길 때에는 어버이의 뜻에 꼭 맞추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그래서 공을 이루는 아름다움은 그 자취가 일정하게 한정되지 않으며, 어버이를 섬길 때에는 어버이의 뜻에 꼭 맞으면 되고 그 방법은 따질 것이 없으며, 술을 마실 때에는 즐거우면 그만이지 술을 담는 도구는 가리지 않으며, 상을 치를 때에는 슬퍼하면 그만이지 장례의 규정은 문제 삼을 것이 없다.
그러니 예라고 하는 것은 세속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고, 참된 도라는 것은 자연에서 받은 것인지라 본디 그러하여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은 자연인 천을 본받고 참된 도를 귀하게 여겨 세속의 풍속에 구속되지 아니하는데, 어리석은 자들은 이에 반하여 자연인 천을 본받을 줄 모르고, 인위적인 구속을 걱정하며, 참된 도를 귀하게 여길 줄 모르고 주체성 없이 남에게 끌려만 다니면서 세속에 의해 변화된다. 그 때문에 참된 도가 부족하게 된다. 애석하구나. 그대는 일찍부터 인위에 빠져 뒤늦게 대도를 듣게 되었구나!”
공자가 또 재배하고 일어나 말했다. “지금 제가 선생을 뵙게 된 것은 하늘이 준 행운 같습니다. 선생께서 저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셔서 저를 심부름꾼의 대열에 넣어 직접 가르쳐 주셨으니 감히 선생의 집이 있는 곳을 여쭙습니다. 청컨대 이어서 가르침을 받아 끝내 대도를 배우고자 합니다.”
객이 말했다. “나는 듣건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하면 오묘한 도에 이를 수 있고, 함께 나아갈 수 없는 사람과는 도를 알 수 없으니 삼가 함께 하지 말아야만 내 몸에 허물이 없게 된다.’라고 합니다. 그러니 그대는 힘쓰도록 하시오. 나는 그대를 떠나겠소. 나는 그대를 떠나겠소.”
어부는 이렇게 말하고는 마침내 노를 저어 물가를 따라 갈대 사이로 사라졌다.
안연이 수레를 공자가 있는 쪽으로 돌리고, 자로가 수레 손잡이를 내주었는데도 공자는 돌아보지도 아니하고 물결이 가라앉고 노 젓는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기를 기다린 뒤에야 비로소 수레에 올라탔다.
자로가 수레 옆에 나란히 붙어 걸으면서 물었다. “제가 오랫동안 선생님의 심부름꾼으로 지냈는데 아직 한 번도 선생님이 이처럼 두려워하고 삼가면서 남을 응대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만승의 천자와 천승의 제후들이 선생님을 만나보고 뜰을 나누어 동서로 마주 보는 대등한 예를 갖추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도 선생님은 오히려 상대를 내려 보는 거만한 모습을 지니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부가 노를 짚고 마주 섰을 뿐인데도 선생님께서는 허리를 구부리고 몸을 기역자로 꺾으시고 상대가 말할 적마다 반드시 절을 하고 응대하시니,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제자들이 모두 이상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저 어부는 어떻게 해서 선생님에게서 이 같은 존경을 얻을 수 있었습니까?”
공자는 수레의 가로나무에 엎드린 채로 탄식하며 말했다. “유由를 가르치기가 어렵구나! 예의에 몰두한 지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거칠고 비루한 마음을 지금껏 버리지 못하고 있구나. 가까이 오라. 내가 너에게 말해주겠다.
어른을 만나 공경하지 않는 것은 예를 잃은 것이고, 현자를 보고 존경하지 않는 것은 어질지 아니한 것이니 그분이 도에 도달한 지인至人이 아니라면 남의 머리를 숙이게 할 수 없을 것이며, <내가> 남에게 머리를 숙이면서 순수하지 않으면 진실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 때문에 언제까지나 자신의 몸을 해칠 따름이다.
애석하구나. 불인은 사람에게 그보다 더 큰 화가 없는 것인데도 유는 불인한 행동을 멋대로 하고 있구나. 도라는 것은 만물이 말미암는 근원이니, 모든 사물이 이 도를 잃으면 죽고 이 도를 얻으면 살며, 일을 하는 경우에도 이 도에 어긋나면 실패하고 이 도를 따르면 성공한다. 그러므로 도가 있는 곳을 성인은 존중한다. 그런데 지금 어부에게는 도가 있다고 말할 수 있으니 내가 감히 공경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