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남미의 ‘현관’에 다녀왔습니다.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 매년 남미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 열리는데 올해 초대받은 ‘손님주빈국’이 한국이었습니다. 콜롬비아가 남미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6·25 참전국이란 인연에다 수교 60주년이라는 배경도 있지만, ‘한류 열풍’이 크게 작용했겠지요.
현지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행사장이 연일 만원이었습니다. 저는 은희경 작가와 함께 마르케스 도서관에서 북 토크를 한 데 이어, 한국관에서 따로 현지 독자와 만났습니다. 이번 주빈국 행사의 주제는 ‘공존’, 한국 작가와의 만남 주제는 ‘재회’였습니다. 저는 인류가 다시 만나야 할 첫번째 대상은 자연이며, 자연과 재회하지 못한다면 인류와 지구의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스페인어로 번역된 제 시를 접한 콜롬비아 여성 한분께서, 저의 ‘현대 시’가 콜롬비아 농촌의 노동요와 닮았다고 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지요. 땅에 뿌리박은 삶의 문화, 즉 근대문명의 세례를 받지 않은 ‘땅 이야기’는 지역과 언어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귀국길에 윤희상 시인의 시를 다시 읽었습니다. “땅이 책”이라는 이 시를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하면, 어느 나라에서든 비슷한 독후감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땅을 읽지 못하는 ‘잘난 사람들’이 큰소리 ‘땅땅’ 치며 농업·농촌·농민을 무시한다는 것입니다. 땅을 살려내야 합니다. 땅과 다시 만나야만 지구와 함께 살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읽어야 할 최고의 책은 ‘땅’입니다. 전세계 독자가 다시 만나야 할 최고의 작가는 ‘농부’입니다.
★ 이 글은 농민신문에 연재된 칼럼으로, 필자의 동의하에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