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일 선생은 유쾌하시다. 오래전 책 읽기 운동을 기획하고 이끄셨다. 도서관과 출판 등 여러 부문 단체들과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본부는 절대 아니다)을 조직하고 방송에서 책 읽기 캠페인을 펼치더니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어 냈다.
진지하면서도 도전적이고, 직설적인 인문학자이지만 순수하고 거침이 없다. 진지하고 힘든 일을 이야기하는 회의에 종이봉투를 들고 오신 적이 있다. 그 안에는 붕어빵이 들어 있었다. 붕어빵부터 잘 먹고 웃으면서 즐겁고 씩씩하게 일할 수 있었다.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써 온 글들을 모아 책을 내면서 제목이 심상치 않다. 쓰잘 데 없이 고귀한 것들이라니…. 이미 늘 그렇게 별로 주목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결코 놓치지 않고, 그것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책을 읽다 보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늘 아래 쓰잘 데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을 이렇게 명쾌하고 유머러스하게 강조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동조하게 된다.
이 책은 또 다른 책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와 함께한다. 이 두 번째 책에서는 우리가 책으로 새롭게 거듭나기를 강하게 요청하고, 그 방법으로 몸소 해 온 여러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도정일 선생은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람과 천지만물 사이에 이야기 길을 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인사를 전한다고 하지만, 정작 그 인사는 내가 도정일 선생께 드려야 한다.
오래전부터 쓰여진 이야기들이지만, 그건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비추는 별처럼 소중하다.
★ 본 기고글은 경향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서, 필자의 동의 아래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