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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의 희망, 어린이에게 좋은 책을’ 전하고자 하는 분들이 아주 흥미롭게 여길 만한 조사보고서가 지난 6월에 나왔습니다. 그 조사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펴낸 연구보고서, 『어린이(5~10세)의 독서 및 도서관 이용 현황 조사』를 말합니다. 이 조사는 다섯 살부터 열 살까지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독서지표와 도서관 이용실태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인데, 전국 단위의 조사로는 ‘국내 최초’의 것이라 합니다.
이 연구보고서의 결론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책 읽는 엄마가 책 읽는 어린이를 키운다.”는 것입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어린이의 독서활동에 보호자(양육자)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조사의 응답자 95.3%가 ‘엄마’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엄마’가 책을 읽으면, 어린이도 책을 읽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를 책 읽는 어린이로 키우고 싶습니까? 그럼 엄마 먼저 책을 읽으세요!”
어린이의 독서활동에 ‘엄마’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은 이번 조사의 여러 가지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책 읽기를 좋아하는 보호자의 자녀는 하루 평균 55분의 책을 읽었지만, 독서를 선호하지 않는 보호자 슬하의 자녀 독서시간은 28분으로 그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또한 ‘어린이가 주로 책을 읽게 되는 계기’를 묻는 말에서도 ‘보호자의 독서지도’가 46.3%로 ‘아이 스스로 찾아 읽어서’ 35.1%나 ‘학교 숙제 및 과제’ 10.7%보다 훨씬 더 중요했습니다. 이 지표를 달리 해석하면 어린이의 독서활동과 관련하여 학교보다 가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서관 이용 시기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이들이 공공도서관을 처음 이용하는 시기는 평균 4.9세인데, “월평균 독서량이 10권 이하인 경우 도서관 첫 이용 평균 연령은 5.3세인데 비해, 월평균 독서량이 41권 이상으로 많은 경우 도서관 첫 이용 평균 연령은 4.2세”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러저러한 지표를 종합하면, “보호자가 자녀에게 아기 때부터 책 읽어주기, 도서관 이용에 관심을 갖는 정도에 따라 어린이의 장래 독서 선호도 및 독서 행동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린이의 독서활동에 ‘엄마’의 영향력이 결정적이라는 사실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보호자(엄마)의 하루 평균 독서시간이 직업, 수입, 학력, 독서 선호도에 따라 크게 편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호자의 직업에 따른 평균 독서시간을 보면, “전문직 47분> 전업주부 27분> 사무관리직 25분> 생산직 9분(독서시간 없음 72%)”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있고 책을 좋아하는 보호자가 있는 가정에서 자라는 어린이의 경우 독서 선호도가 증가”하였지만, “가정환경이 어렵거나 보호자의 적절한 독서중재 활동이 어려운 경우 어린이의 독서 선호도가 저조하고 독서량 역시 낮아진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문제는 책을 읽고 싶어도 책을 읽을 시간조차 없는 엄마,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으나 읽어줄 수조차 없는 엄마, 아이와 손을 잡고 도서관에 가고 싶으나 도서관에 가기 어려운 엄마, 도서관 인프라의 수준이 낮아서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지역에 사는 엄마(공공도서관 이용률은 수도권 거주자 70% 이상, 지역별 비수도권 거주자 36~55%)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연구자들은 “보호자(양육자)의 여건이나 무관심에 의해 ‘독서 지체’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독서 생활화 및 도서관 이용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따라서 보호자(양육자)와 영유아가 그림책을 매개로 소통하는 북스타트 프로그램 등 도서관·지역사회가 시행하는 독서 촉진 활동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지역 내 모든 어린이가 책과 만나고 도서관 이용의 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독서문화 진흥 활동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는지?, 어린이에게 책 한 권 마음껏 읽어주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엄마’들을 외면한 것은 아니었는지?, “겨레의 희망, 어린이에게 좋은 책을” 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어린이들이 책 읽는 어린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지 못하고 있는 엄마’들을 위해 우리가 무언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고 말입니다.(*)
*이 글은 어린도서연구회에서 펴내는 월간지『동화읽는어른』239호, 2012년 10월호(2012년 10월 1일 발행, 발행인 최영미, 편집국장 심임숙)의 여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