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 다이어리』 연재를 시작하며
나는 소설을 써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런데 웹진 나비는 나더러 소설을 쓰라고 한다.
이름 하여 '그림 소설'을 쓰라고 한다. 내가 머뭇거리니 내 그림 자체가 그냥 소설이라고 하신다. 하하하- 그래서 맘대로 써보려고 한다. 삶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들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모든 사물의 꿈에 관해, 사라진 것들과 잊혀져가는 것들과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는 것들과 매순간 끊임없이 변해가는 우리들의 촉박하고 절실한 시간들과,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아도 좋은 피터 팬의 나라, 네버랜드의 소식에 관해.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바로 밑도 끝도 없이 신비로운 네버랜드가 아닐까? 오늘도 누군가는 자살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사랑에 빠진다.
사랑과 자살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가깝고도 먼가? 그 먼 먼 나라들의 사연을 껴안고, 오늘도 나는 그린다. 고로 존재한다.
황주리는
화려한 원색과 흑백, 열린 상상력을 바탕으로 독특한 회화 세계를 구축한 신구상주의 계열의 가장 주목받는 화가로,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장르를 통해 도시적 인간의 내면세계와 인간 상황을 시적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원고지를 캔버스삼아 그림그리기를 시작했던 그녀는 뛰어난 산문가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있어 세상의 모든 사물은 그림이 그려지기를 기다리는 빈 캔버스다. 캔버스 외에도 안경과 돌과 오래된 목기 등에 그려진 그의 그림들은 사라지는 순간들을 지금 여기에 붙잡아두려는 ‘시간에 관한 명상’들이다.
26회의 국내외 개인전과 이백 여회의 기획단체전에 참가했으며, 석남미술상과 선미술상을 수상했다. 산문집 『날씨가 너무 좋아요』, 『세월』,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나 흙이 묻었다』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