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틀담의 곱추』 vs 『시라노』 6회
그녀에게만 들리지 않는, 내 목소리
카지모도는 커다란 거품을 내뿜으면서 끓어오르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고, 탑과 더불어 머리에서 발끝까지 떤다. 종은 미친 듯이 날뛰며, 사십 리 밖에서도 들리는 폭풍 같은 숨결이 쏟아져 나오는 청동의 아가리를 탑의 양쪽 벽에 번갈아 열어 보인다. (……) 그것이 그에게 들리는 유일한 말소리였고, 그에게는 온 세상의 고요를 깨뜨리는 유일한 말소리였고, 그에게는 온 세상의 고요를 깨뜨리는 유일한 소리였다. (……) 그는 청동 괴물의 귀를 붙잡고, 두 무릎으로 그녀를 껴안고, 두 뒤꿈치로 그녀에게 박차를 가하고, 전신의 충격과 무게로 더욱더 맹렬히 울리는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에 탑은 흔들리고, 그는 고함을 지르고 이를 갈고, 그의 붉은 머리털은 곤두서고, 그의 가슴은 대장간의 풀무 같은 소리를 내고, 그의 눈은 불꽃을 던지고, 괴물 같은 종은 그의 아래에서 헐떡거리면서 울었는데, 그럴 때면 그것은 더 이상 노트르담의 인경도 카지모도가 아니라, 하나의 꿈, 하나의 소용돌이, 하나의 폭풍이었다. 소리 위에 걸러탄 현기증, 날아가는 궁둥이에 매달린 정령, 반은 사람이고 반은 종인 기이한 켄타우로스 (……) 같은 것이었다.
-빅토르 위고, 정기수 옮김, 『파리의 노트르담』, 민음사, 2011, 290~291쪽.
아름다운 에스메랄다를 향한 사랑에 빠진 남자들은 모두 자기만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프롤로는 그녀를 전적으로 지배하면서 동시에 소유하려 하고, 페뷔스는 그녀의 감정을 이용해 그녀를 일시적인 쾌락의 도구로 소비하려 하며, 그랭구아르는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와 이야기하는 것으로 기꺼이 만족한다. 프롤로는 그녀를 폭군처럼 장악하려 하며, 페뷔스는 바람둥이처럼 그녀를 스쳐가려 하며, 그랭구아르는 시인의 책무에 걸맞게 그녀를 예찬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의 카지모도는 자신의 ‘입장’을 전할 수 없다. 입장을 정할 수조차 없다. 그는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 본받을 만한 사랑의 모델도 본 적이 없다. 그는 제대로 듣고 보고 말하고 걸을 수 없는 자신의 총체적인 장애를 ‘아름다운 노틀담의 종소리’로 극복한 것처럼 보였다. 종소리는 그의 모든 것이었고, 그의 유일한 사랑이었고, 그의 집이었고 영혼 그 자체였다.
에스메랄다를 마음속에서 지우지 못하게 된 이후부터 카지모도는 종조차 제대로 울릴 수 없게 된다. 에스메랄다를 만나기 전, 카지모도는 아름다운 노틀담 성당의 수많은 종의 연주자이자 작곡가이자 지휘자였다. 카지모도의 종소리가 빚어내는 놀라운 오케스트라는 파리 전체를 뒤흔드는 감동의 아우라를 빚어냈다. 카지모도의 종소리는 파리다움, 그 자체를 자아내는 파리의 아이덴티티였다. 그러나 카지모도가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울부짖기 시작하자, 그것이 사랑인지조차 모른 채 괴로워하기 시작하자, 그 아름답던 오케스트라는 더 이상 울리지 않게 된다. 형식적인 의무감만으로 정해진 때만 간신히 울리기 시작한 종소리. 종을 울릴 때만은 누가 뭐래도 “하나의 꿈, 하나의 소용돌이, 하나의 폭풍”이었던 카지모도가, 이제 유일한 소통의 출구마저 닫아버린 것이다. 카지모도는 처음으로 자신의 우울과 진정으로 대면하게 된 것이다.
시라노 또한 이제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자신의 사랑이 자신의 영혼을 얼마나 괴롭히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전쟁터에서 시시각각 닥쳐오는 적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시라노는 하루도 빠짐없이 위험천만한 적진을 뚫고, 록산에게 편지를 부치고 돌아온다. 전쟁터의 위험 속에서 그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편지는 더욱 절절해진다. 시라노의 마음을 모르는 그녀는 크리스티앙을 찾아 전장까지 달려온다. 오직 다른 남자를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장으로 뛰어온 그녀를, 시라노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녀는 나를 위해 뛰어온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시라노의 가슴은 고동친다. 이제 아무리 애를 써도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대리 편지’라는, 스스로 만든 덫에 그는 완전히 사로잡힌 것이다.
드 기슈: 도대체 그들의 진영을 어떻게 통과한 거요?
록산: 그다지 어렵진 않았어요. 마차를 타고 무작정 달리기만 했으니까요. 스페인 귀족이 오만한 얼굴로 마차를 세우면 문에 대고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보였죠. (…)
카르봉: 그래요, 그 미소는 통행증이나 다름없죠. 하지만 그렇게 어디로 달려가는 길인지 밝히라고 닦달을 했을 텐데요, 부인?
록산: 매번 그랬어요. 전 이렇게 대답했죠.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 그러면 가장 사납게 생긴 스페인 귀족도 즉시 왕이라도 부러워할 정중하기 그지없는 손동작으로 마차 문을 힘주어 다시 닫았고, 너를 겨누고 있던 총구들을 치우게 했어요. 그리곤 우아하고도 거만한 표정으로, (…) 깃털이 휘날리도록 펠트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어요. “지나가십시오, 세뇨리타!”
-에드몽 로스탕, 이상해 옮김, 『시라노』, 열린책들, 2010, 180~1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