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기적의도서관 |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여러 이슈 중 하나가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늦은 밤에도 별다른 걱정 없이 거리를 다닐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였는데, 이제는 거리를 걷다가 폭력에 노출되는 사건이 연거푸 벌어짐으로써 ‘안전하다’라는 믿음이 무너져 버렸다.
급격하게 사회 분위기가 바뀌는 중에 도서관과 관련한 사건도 발생했다. 8월 초에는 광주광역시 한 공공도서관에 등산용 손도끼를 가지고 들어온 이용자가 있어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또한 외국으로부터 야당 대표에 대해 테러를 저지르라고 요구하면서, 자기 주장이 실행되지 않으면 서울시 소재 도서관에 설치한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했다. 그래서 국회도서관과 서울시 몇 몇 공공도서관에 경찰이 출동해 한바탕 큰 소동이 벌어졌었다. 도서관에 혹시라도 설치되었을지 모르는 폭탄을 찾는 모습은 너무도 낯설었다. 그러더니 지난 달 말에는 광주광역시 소재 한 대학도서관에서 주운 학생증으로 무단 출입한 외부인으로 인해서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하는 소식까지도 들려왔다. 물론 이전에도 도서관 안에서 직원이나 이용자에 대한 폭력을 행사해서 문제가 된 사례가 없지 않았지만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의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도서관이 이런저런 위협에 노출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을 포함해서은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 공공도서관이 영유아부터 어르신까지, 또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신체적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또한 근래에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에 따른 산불이나 홍수, 미세먼지 확산 등의 상황에서 도서관이 주민들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그 지역 도서관이 안전한 대피소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도서관은 안전한 곳이어야 하는 것은 기본조건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도서관 운영 시간이 길어 늦은 밤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여러 안전 관련 사항이 벌어질 때 이에 적극적으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직원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그런 중에 최근 벌어진 여러 가지의 상황은 이러한 시민들의 인식이나 바람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사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서 현재와 이후의 도서관 안전에 대한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이전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도서관 이용 시민과 직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응 조치를 강구하고 실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설마 아무런 조치를 강구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제부터라도 정부나 지자체 등 공공도서관 설립과 운영에 대한 공적 책무가 있는 기관은 물론 이용하는 시민들도 도서관이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현재의 상태를 잘 살피고 챙기고, 부족한 부분을 적극 개선해야 한다. 당장 도서관과 경찰서 간 위험한 순간 곧바로 연결되는 긴급 비상용 직통 전화핫라인를 설치하길 바란다. 궁극적으로 공립 공공도서관은 반드시 도서관에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소속 기관이나 공공단체 등의 주요 시설 또는 사업장 등에는 이미 그 기관이나 시설의 경비를 담당하는 청원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이제 가장 대중적이고 개방적이며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도서관에서 시민과 직원들의 안전이 확실하게 보장하는 조처로 청원경찰을 배치하는 일이 시급하다.
아울러 문화체육관광부나 국가도서관위원회, 도서관계가 함께 지금까지 도서관 안에서 안전이 위협받은 일들이 얼마나 있었는지, 그런 경우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한 현황 파악과 분석을 기반으로,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경우 도서관과 사서, 이용시민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대응매뉴얼을 만들기를 바란다. 이를 기반으로 도서관 직원에 대한 교육과 대시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이미 여러 가지 재난 상황에 대한 매뉴얼도 있고 코로나19 시기에는 즉각적으로 감염병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도서관들이 적극 대응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거기에 일상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추가하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미 유사한 매뉴얼이 있기는 하다. 2015년 국립중앙도서관 도서관연구소가 자체적으로 ‘공공도서관 안전관리 매뉴얼 개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연구 내용 중에 ‘이용자 안전’ 부분에서 전염성 질병과 정신질환치매 및 이상행동, 관내소란, 성폭력, 도난사고, 고의성 민원, 이용자 간 문제, 직원에 대한 위해 등 모두 14가지 상황에 대해 사전 관리사항, 예방/대비, 대응/복구에 대한 내용을 상세하게 제시했다. 2011년 서울특별시가 수행한 ‘공공도서관 표준 운영 매뉴얼’ 연구에서 문제성 이용자에 대한 응대와 대응에 대한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유사한 연구나 매뉴얼이 있을 줄 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이제는 실질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도서관 당국과 도서관계, 그리고 이용하는 시민 모두가 공공도서관이 안전해야 한다는데 동의할 거라 믿는다. 이제 확실하고 구체적인 대응책이 마련해 실행함으로써 정말 도서관이야말로 언제나 가장 안전한 곳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독서교육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