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금서읽기주간 포스터 |
도서관은 가장 조용한 곳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근래 들어 ‘쉿, 조용히’ 또는 ‘정숙靜肅’의 대명사였던 도서관이 변했다. 그동안 개인의 사적 공부나 독서의 공간에서 ‘사회적 독서’ 또는 공동체 활동 공간으로 변하면서 소란해 지고 있다. 사실 원래부터 도서관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 소통의 공간이었기에 조용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우 근대 도서관 개입 초기부터 상당 시간 조용한 개인의 사적 공간으로서의 역할에 매몰되어 있다 보니 그런 이미지가 굳어진 것이다. 이제 도서관은 조용한 곳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개인과 공동체의 뜨거운 열정이 솟구치는 소란하고 역동적이고 뜨거운 변혁의 공간이 되고 있다. 그런 도서관을 만들고 움직이게 하기 위해 사서 등 직원들도 더 이상 책만 관리하는 소극적이고 조용한 사람이 아니다. 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새로운 상상을 촉진하는 질문을 던지고, 시민들을 서로 연결해 단단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도서관은 시민과 지역 공동체가 더 나은 세상으로 확장하고 성장해 가도록 돕기 위해 도서관 바깥 부문 사람과 더 적극 소통하면서 연대하고자 한다. 이 코너를 통해 도서관과 사서 등의 역동적 생각과 활동을 널리 알리고, 독자들과 대화하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근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도서관 장서에 대한 일부의 도전이다. 2023년 초반부터 충청남도와 충청북도 제천시 등에서부터 시작된 일부 보수단체가 성교육이나 인권 관련 도서를 도서관 장서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논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공도서관 뿐 아니라 학교도서관에 대해서도 특정한 책의 소장 여부를 조사하려는 시도가 있는 등, 도서관 장서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 현재진행형이다. 도서관이 어떤 책을 수서하는 과정은 사서 개인의 입장이 아니라 도서관운영위원회나 도서선정위원회 등의 검토를 통해 일종의 사회적 합의로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특정한 책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역시 그와 같은 공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미 그런 정당한 절차를 거쳐 소장하고 있고 계속 소장할 것을 결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집요하게 도서 열람 배제나 폐기를 요구하고 있어 도서관과 사서 등이 정당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법이다. 일부 보수단체의 과도한 행동에 대해 도서관계나 또 다른 시민단체가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 도서관 장서에 대한 부당한 배제 요구는 다양한 생각과 사상, 지식과 정보의 유통이 보장하는 것으로 유지하고 발전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자 출판과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과 도서관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보장해야 하도록 한 「도서관법」의 기본이념에 반하는 요구이다. 도서관계와 독서, 출판, 그 외 여러 시민단체 등 40개 단체가 공동으로 ‘도서관에 대한 일체의 검열 반대와 지적 자유 수호를 위한 성명서’2023.7.31.를 발표했다. 또한 최근 충청남도 도민들이 성평등 도서 열람제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공동으로 진정서 제출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과 학부모, 독서 단체 등은 아예 검열 대상이 된 책을 읽자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마침 9월 1일부터 7일까지 금서읽기주간이 아홉 번째로 진행된다. 이 주간을 계기로 ‘검열’과 ‘금서’의 문제에 대해 바른 이해와 공론의 장이 활발하게 마련되길 기대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렇게 검열 대상이 된 책들이 지금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경우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책을 선택해 읽을 권리가 있고, 도서관은 그런 책들을 차별없이 제공할 책무가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같은 부당한 상황에서 시민 모두가 책을 읽을 권리와 도서관의 가치와 책무 등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한국독서교육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