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㉖
완독의 기쁨
책 한 권을 끝까지 읽는다는 것은 참 힘들다. 많이들 공감할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동아리 이름을 짓기 위해 공모했을 때, ‘완독의 기쁨’이 선정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독의 기쁨’은 우리가 기존에 하고 있던 독서동아리가 알음알음 퍼져 규모가 커지면서 추가로 생긴 독서모임이다. 성평등 강사, 자영업자, 물리치료사, 교사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책 하나로 매주 만나고 있다. 성격, 취향, 나이, 환경… 공통점은 없어도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면서 자주 소통하기에 다툼 없이 3년 조금 넘게 이어올 수 있었다. 독서동아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묻는다. “어떻게 유지할 수 있었나요?” 동아리는 어떤 사람들이 모이느냐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완독의 기쁨’ 동아리의 경험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운영 규칙은 우리가 꼭 지켰으면 하는 것들로만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만나기, 모이는 시간과 장소는 상황에 맞게 단체 채팅방에서 정하기. 작년과 올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더욱 융통성 있게 운영하게 되었다. 책을 선정할 때는 작년부터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힘을 빼자.” 책이 주는 무게와 철학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편안하게 읽는 것도 우리에게 중요했다. 삶도 복잡한데 책까지 힘들게 읽는다면 그건 너무 힘들지 않을까. 함께 천천히 즐기면서 책을 읽자.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책 읽기에 오히려 힘이 생겼다. 가끔은 두꺼운 책, 전문용어가 많은 책, 철학책까지도 천천히 나누어 읽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동아리에서 하는 말이 있다. “올해만 책 읽을 건가? 90세가 넘어도 읽을 건데. 좋은 책들도 많으니까 천천히 읽자.” 눈에 책이 들어오지 않아도 마음에 여유가 없어도 책을 멀리 두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고비도 있었다. 회원 모두가 바쁠 때였다.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번개 형태로 만나기 시작했다. 억지로 맞추지 않아 각자가 무리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생긴 것도 고비였다. 운이 좋게도 우리는 모임을 위한 지정 공간이 있었는데 7명 모두가 이 공간에 모일 수 없게 되자 오프라인에서는 4명만 모이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접속해서 모임을 갖기도 했다. 공간 유목민이 되어 여러 카페를 옮겨 다니게 되었다. 북적거리던 카페가 문을 닫거나 한산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코로나19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한 회원이 지역 서점을 이용하자는 제안을 했다. 동아리에서 필요한 책은 지역 서점에서 구입하기 시작했다. 구하기 힘든 책은 열흘 이상 기다리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꾸준히 지역 서점을 이용하면서 이웃하는 서점이 늘어서 좋았다. 지역 경제에 기여한다는 뿌듯함과 직접 책을 보고 고르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서점 주인들과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은 덤이었다.
코로나19 상황이 심해지자 전원이 온라인에서 만나는 온라인 독서모임을 했다. 새로운 세계였다. 모두 꼭 한 공간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차 한 잔 앞에 두고 각자의 방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해도 독서모임을 할 수 있었다. 작은 이벤트도 벌일 수 있다. 한 번은 밤 9시에 모임을 시작했는데 한 회원이 모자를 쓰고 화면에 나타났다. “오늘의 드레스 코드는 모자입니다.” 회원들이 각자 모자를 들고 나타났다. 어떤 모자를 쓰면 좋을지 서로 골라주고 모자에 대한 추억도 나누었다. 그후로도 ‘오늘의 드레스 코드는’는 진행되고 있다.
함께 읽어온 책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은 장영은 작가의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민음사, 2020이다. 스물다섯 명의 여성 작가들의 삶과 철학을 다룬 책으로 글쓰기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한 여성들의 서사를 보면서 우리도 힘을 얻었다. 스물다섯 명의 여성들이 쓴 책들과 함께 우리 각자의 추억도 나누었다. 한 회원은 일기를 써서 단체 채팅방에 공유하면 어떨까 의견을 내기도 했다. 초등학교 이후로 쓰지 않은 일기를 그것도 남에게 공유하는 것이 낯설었다. 서로의 일기에 대해 말하지 않기. 일기 공유는 지금껏 7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읽기 쓰기를 계속하다보면 얇은 책이라도 한 권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른 독서동아리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챌린지이다.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책을 읽고 나눌 수 있는 좋은 벗들이 생겼다는 것이다. 수년간 알고 지내던 사람이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적도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완독의 기쁨’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완독의 기쁨’은 휴식처이자 서로 정보를 나누는 장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좋은 사람들과 책을 읽고 모이고 웃고 이야기하고 싶다. ‘완독의 기쁨’은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