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⑦ 전남 완도 독서동아리 ‘완독’
완도는 우리나라에서 여덟 번째로 큰 섬, 하지만 이제는 다리가 놓여 해남 땅끝마을보다 더 남쪽에 있는 육지가 되었다. 인구 5만여 명이 사는 이 고장은 전복, 김, 다시마 등 여러 가지 수산물로 잘 알려졌지만 정작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완도와 같은 곳은 20~40대 청년들이 지내기에는 다소 심심하고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밤 아홉 시만 되면 상점과 주점이 문을 닫고, 인간관계는 제한적이다. 주말이면 많은 젊은이가 볼거리, 즐길 거리를 찾아 광주, 목포, 여수 등으로 나간다.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싶은 갈증이 있기 때문이다.
완도의 유일한 독립서점인 ‘완도살롱’은 이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채워주기 위해 탄생했다. ‘완독’이라는 독서동아리는 완도살롱을 근거지로 책을 좋아하고 책 읽기를 사랑하는 젊은이들, 퇴근 이후 마땅히 갈 곳이 없던 이들, 새로운 사람과 만나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이들이 모인 독서동아리다.
완독은 격주 수요일마다 함께 모여 새로운 이야기와 경험을 나누고 있다. 2주일에 한 권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 조금 버거울 수도 있지만, 완독 비율이 아주 높은 편이다. 책은 돌아가며 선정한다. 종류도 자기계발서와 취미 교양서, 역사서와 소설, 과학 도서까지 어느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다. 완독의 운영규칙은 모임에서 함께 읽을 도서를 정한 회원이 직접 모임을 주관하고 진행한다는 것인데, 이 규칙도 잘 지켜지고 있다.
완독에는 다양한 회원들이 있다. 완도가 고향은 아니지만 이곳에 일자리를 얻어 살게 된 외지 출신 주민, 완도에서 나고 자라 가업을 이어 전복 양식업을 하는 토박이, 발령을 받아 온 공무원과 교직원, 서점 완도살롱의 운영자와 학생까지. 이들 모두 완독을 통해 서로 알게 되어 짧게는 일 년 길게는 삼 년 정도 인연을 맺어 왔다.
그중 소개하고 싶은 완독 대표 회원은 바로 어머니와 아들인 조은정 회원과 박경원 회원이다. 두 사람은 각각 완독의 최고령, 최연소 회원으로 모임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가장 열정적으로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올해 고3 수험생이 된 박경원 회원은 대학 진학 이후에도 모임에 함께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형, 누나 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서 완도를 떠났지만, 미국에서 온 원어민 영어 교사로 완독과 인연을 맺었던 알란드라Alandra 회원 또한 특별하다. 그녀는 영어로 번역된 선정 도서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완벽하지 않은 한국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독서동아리에 참가해 높은 수준의 대화를 나눴다. 한국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위해 그녀가 독서동아리의 문을 두드렸던 순간은 모든 회원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완독 회원들은 단순히 동아리나 소모임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우리가 힘들고 지칠 때 찾게 되는 책처럼’ 서로 친구가 되고 버팀목이 되고 있다. 완독을 통해 올해는 또 어떤 책을 만나게 될까? 또 어떤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게 될까? 완독은 언제나 ‘백마 탄 초인’처럼 모임의 문을 두드릴 새로운 회원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이종인 독립서점 완도살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