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⑪ 경기 용인 ‘낭랑공독’
“낭독 시작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고전낭독 독서동아리 ‘낭랑공독’을 시작할 때의 말이다. 낭랑공독은 2017년 4월에 유영미 대표가 ‘낭독의 힘으로 어려운 고전을 읽어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모임이다. 회원은 11명으로 40∼60대 여성들이다. 낭랑공독은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일주일에 두 번 정규 낭독모임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독서 토론모임을 연다.
그리스 비극과 같은 희곡은 낭독하며 읽을 때 그 맛이 색다르다. 다른 책의 경우에는 내가 낭독하지 않으면 눈으로 문장을 따라가게만 된다. 반면 희곡 낭독은 상대에 맞춰 대사를 읽어야 한다.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무대연기를 공부한 차경숙 회원의 도움이 컸다. 배우 못지않은 깊은 목소리와 풍부한 감정연기로 다른 회원들은 자신의 역할에 몰입하게 된다. 한 편씩 낭독을 끝낼 때마다 마치 연극 무대에서 내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낭독한 인물을 한층 더 가깝게 느끼게 되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을 때는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친밀도를 높여주었다. 역사 속 누군가의 목소리가 되어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역사시대 초기의 저작부터 현대까지 당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원전 번역으로 함께 읽어 나갔다.
그런데 누구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터졌다. 낭독에서 낭독으로 이어지는 ‘일상 낭독’이 멈췄다. 우리는 고민 끝에 ‘온라인 함께 읽기’를 시작했다. 만나서 읽지 못한다면 온라인에서라도 함께하자는 취지였다. 화상통화와 온라인 채팅을 시도했다. 화상통화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가정 내에서 통화만을 위해 시간을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온라인 채팅은 토론의 맥을 이어가기 쉽지 않았다. 결국 카페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화상, 채팅방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기보다는 구성원의 환경과 조건에 적합한 방법을 찾으려 했다.
『하이켈하임 로마사』를 매일 일정 분량 읽었다. 1천쪽이 넘는 책이다. 한 달 반 동안 우리는 각자의 열정과 끈기를 다시금 확인했다. 자가 격리를 하는 상황에서도 거주지를 옮겨가면서 낭독을 잊지 않았다. 읽기와 더불어 필사도 함께 진행한 회원들도 있었다. ‘벽돌 책’ 읽기가 마무리될 무렵 온라인 카페에는 압박밴드를 감은 회원들의 사진이 올라왔다. 김미란 회원의 경우, 매일 수천 페이지에 걸친 필사를 끝냈다고 했다. 대학노트 두 권의 분량. 정말이지 함께 읽기에 대한 넘치는 애정 표현이었다. 모여서 낭독한 것만 못하지만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함께 읽기’를 놓지 않는 동안 ‘어려웠던 고전'은 '읽어볼 만한 책'이 됐다. 같은 주제에 대한 호기심을 공유하면서 지식을 확장하고 각자의 관심사를 더해 자신과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우리의 일상이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된다면 로마 시대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낭독을 시작할 예정이다. 주인공 아이네이아스는 트로이 전쟁터를 탈출한 후 유랑 끝에 로마 제국의 터를 닦은 신화 속 영웅이다. 고난을 이겨낸 영웅 이야기를 함께 읽으며 ‘낭랑공독’의 함께 읽기가 더 발전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