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⑨ 제주도 독서동아리 ‘성장하고 소통하는 사람들'
“우리 모두 알에서 깨어나려고 투쟁하는 새 같아요.”
2018년 12월, 제주도에 사는 20∼60대 여성 30명이 독서동아리를 꾸렸다. 우리에겐 자신의 꿈을 찾고 싶어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 ‘아즈망’아주머니이었던 독서동아리의 이름도 ‘성장하고 소통하는 사람들’성소사로 바꾸었다. 모두 사는 곳도, 직업도, 취향도 달랐지만 책을 좋아하는 마음만은 한결같았다.
초기엔 한 달에 한두 번씩 모여 같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발표하는 식으로 모임을 운영했지만 금세 싫증이 나고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동아리 내 소모임을 활성화했다. 그 모임 중 하나가 ‘혼디 모영 독서’혼독이다. 모임 회원들은 각자 다른 책을 읽고 소개하는 시간을 통해 새로운 책에 대한 호기심을 서로 자극하며 다양한 지식을 얻어 나갔다.
성소사 안에는 ‘새벽 실천 독서’새독 모임도 있다. ‘새독’은 격주 토요일 새벽 여섯 시에 만나 선정한 책을 놓고 1시간 동안 집중 토론을 한다. 회원들은 꿈만 꾸고 정작 실천은 하지 않아 좌절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새벽 토론을 하면서 같이 성장했다. 주로 브랜드마케팅 관련 책을 읽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오프라인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모임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전 독서’고독. ‘고독’은 혼자서는 도저히 엄두를 못 내던 고전을 함께 읽고 서평을 남기는 소모임이다. 완독한 고전으로 공자의 『논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이 있다. 한 번쯤 들어봤지만, 감히 읽지 못하던 책들. 카프카의 『변신』을 읽었을 때의 충격은 정말 강렬했다. 읽는 사람의 상황과 마음 상태에 따라 각양각색의 서평이 나왔다. 말 그대로 고전의 묘미를 느꼈다.
우리는 함께하는 글쓰기를 통해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다. 책만 읽고 마는 일차원적인 단계가 아니라, 나와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을 만나는 이차원적인 관계로 성장하여, 다른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는 삼차원적인 결과로 나아가고 있다.
여러 회원 중에서 신유진씨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그는 ‘꿈꾸는 블로그’꿈블를 운영하며 우리 독서동아리에 많은 힘을 주고 있는 사람이다. 3년 전만 해도 그는 동네에서 작은 사업을 하면서 생기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함께 책을 읽고 정보를 교환하며 이제는 어엿한 창업가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지난해 겨울, 동아리 연말 파티 때 눈물을 글썽이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서 책과 사람을 만나 진짜 나로 돌아온 것 같아요.”
제주로 이주해온 사람들이거나 제주에서 태어나 평생 이곳에서 살아온 토박이들이거나 우리의 일상은 비슷했다. 답답함이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 때 수다를 떨거나 인터넷 쇼핑으로 잠시나마 마음을 달래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책읽기는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진짜 나’가 어떤 사람인지 찾으러 먼 길을 나섰던 신유진 씨처럼 성소사의 회원들은 각자 알을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서로의 데미안으로 이 길을 오래도록 함께하려 한다.
대표 이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