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독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⑬ 서울 ‘여섯 개의 시선’
우리 모임은 2004년 5월에 시작했다. 지난달로 16년 2개월이 되었다. 194번째 독서모임을 했으니 194권의 책을 읽고 토론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모임을 지속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참으로 대견하다.
처음에는 여섯 명으로 시작했다. ‘여섯 개의 시선’이라고 이름을 정하고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했다. 더 많은 회원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네 명이 매월 한 번씩 만나 독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여섯 개의 시선’ 모임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그동안 우리가 토론했던 내용이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곳에 방문한 누구라도 그동안 우리가 착실하고 꼼꼼하게 기록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고 토론할 때마다 되도록 모든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썼기 때문이다. 기록을 읽다보면 책 내용과 그때의 분위기까지 상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이런 것이 역사다. 모든 일은 기록이 없으면 기억 밖으로 날아가기 마련이다.
우리는 각자 돌아가면서 책을 선정한다. 나의 취향과 달라 이 모임이 아니었으면 읽지 않았을 책들도 그 덕에 만나게 되었다. 지난 5월에 읽은 『복지의 원리』양재진 지음, 한겨레출판는 “눈물이 날 정도로” 시의적절했다. 우리나라의 복지제도에 대해 잘 정리한 책이었다. 6월의 책 『보통 사람들의 전쟁』앤드루 양 지음, 장용원 옮김, 흐름출판은 현대 문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대책을 미국 사례로 적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두 책은 요즘 이슈인 ‘기본소득’의 관점을 다루고 있는데, 앞의 책은 기본소득보다 사회보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쪽이고 뒤의 책은 기본소득을 강하게 주장한다. 이 책을 읽고 토론한 우리 회원 사이에서도 기본소득에 관한 의견이 엇갈렸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모임에는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갔다. 가는 사람 붙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 그래서 남은 네 사람. 한해에 100권의 책을 섭렵하는 ‘가을햇볕’,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뜨거운 학구열을 보여주는 ‘여름숲’, 책을 대하는 진지함으로 우리 모임에서만 사회성을 발휘하는 ‘방외지사’, 전철로 출퇴근하며 마지막까지 종이책과 종이신문을 읽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부드런강철’이다. 우리는 각자의 차이를 느끼며 이 모임의 존재 이유를 늘 확인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느낌으로 책을 읽었을까 기대가 되기도 하고 예상치도 못한 다른 생각이 펼쳐질 때면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모임이 아니라면 읽지 않았을 책을 통해 우리는 저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되었다.
오랜 세월, 친구들끼리 무궁무진한 책의 세상을 거닐었다. 그동안 우리의 주무대였던 서울 양천구 목동도 더욱 번잡스럽고 화려해졌다. 우리가 애용했던 카페와 식당들도 대부분 세월의 흐름 속으로 사라졌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책을 매개로 따뜻한 정을 나누는 우리 모임이 나는 참 좋다.
★ 대표 강진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