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책과 함께하는 새벽 시간
독서동아리 ‘짜릿한 탈출 새벽독토’
모이는 곳
서점 ‘프레드릭 희망의 씨앗’, 카페 회원의 집, 카페(노은 스타벅스)
모이는 사람들
아이들의 엄마이자 독서가
추천도서
· 안녕, 나의 등대 (소피 블랙홀 지음, 비룡소 펴냄)
· 야간 비행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문학동네 펴냄)
· 똑, 딱 (에스텔 비용 스파뇰 지음, 여유당 펴냄)
· 흔들린다 (함민복 지음, 한성옥 그림, 작가정신 펴냄)
· 제인 에어 (샬럿 브론테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차가운 공기가 가라앉은 고요한 새벽, 책과 함께 짜릿한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곤히 잠든 가족들이 잠에서 깰세라 조심스럽게 집 밖을 나선 뒤,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고 동화책이 가득한 특별한 서점에 모인다. 탁자에 둘러앉아 열띤 토론을 하다 보면 어느새 아침 햇살이 탁자 위 똑같은 책들을 비추고 있다. 책과 함께 아침을 연 하루가 쌓여 1년이 지났다. 1년이란 시간 동안 이곳에선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이자 책을 사랑하는 독서가들의 모임, ‘짜릿한 탈출 새벽독토이하 새벽독토’를 인터뷰했다.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한 새벽 쟁탈전!
“새벽에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해서 나갈 때 아이들이 깰 때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엄마 가지 마’라면서 울던 아이가 시간이 지나니 ‘엄마 책방 잘 다녀와’ 하면서 이해를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해 새벽에 나가는 과정에서 있었던 한 회원의 일화다. 회원 대부분이 한 가정의 아내나 엄마로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독서동아리 활동 시간을 새벽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새벽에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많은 회원이 귀중한 새벽 시간을 얻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중 한 회원은 남편과 새벽 쟁탈전을 벌였다. 조기 축구회와 독서동아리 활동 시간이 겹쳐 남편과 조율을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실패해 독서동아리 모임을 월 1회로 조정했다. 또 다른 회원은 새벽 6시 30분에 아이가 깨서 아이를 안고서 독서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화들을 통해 독서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려는 ‘새벽독토’ 회원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다
“책에서 삶의 일들에 대한 답이 나오진 않지만, 내가 생각하고 내 시간을 갖는다는 점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만드는 매개체가 된 것 같아요.”
독서동아리를 통해 성장한 점을 묻는 말에 대한 한 회원의 답이다. ‘새벽독토’의 회원들은 책을 읽기 시작한 뒤 자기 생각이 생겼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육아와 가사에 대한 생각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육아와 가사 이외에도 다른 분야에 대한 생각 역시 넓어졌다고 한다. 또한 과거에는 상대가 원하는 것에 맞춰주었다면, 이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와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회원들의 말을 들으면서 책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생긴 생각의 성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전에는 가족과의 관계에서도 자신을 중심으로 가족들의 행동을 봤다면 이제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본다고 한다. 책 안에서 많은 인물의 사고방식을 배우며, 자신의 사고 폭을 넓힌 것이 성숙한 사고방식으로 이어졌다.
아이의 독서 흥미를 일깨우는 방법은 환경 노출
“독서 환경 노출이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스마트폰 세대’ 또는 ‘영상 세대’로 불릴 만큼 아이들은 활자나 글로 된 책보다는 전자기기나 유튜브 영상에 관심이 많다. 아이들에게 독서의 재미를 알려주기 힘든 세상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이들에게 독서 흥미를 불러일으킬 방법을 묻자, ‘새벽독토’의 회원들은 공통적으로 독서 환경 노출을 꼽았다. 한 회원은 어린아이들은 엄마와 같이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도서관에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같이 읽는다고 했다. 또 다른 특별한 사례도 찾을 수 있었다. 다른 회원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저자 강연에 아이를 데려간 적이 있다고 한다. 우주를 주제로 한 어려운 강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강연을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고, 직접 질문하여 답을 찾으려고 했다. 또한 어른들이 당연하게 답이라고 생각하는 질문을 아이만의 시선으로 보며 질문할 거리를 찾아내려고 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환경에 노출해 독서를 일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지 책을 많이 읽는 것만이 아닌, 책에 관련된 경험에 지속해서 노출시키는 것이 독서에 흥미를 갖게 하는 첫 번째 단계라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모임으로 시작한 ‘새벽독토’는 어느덧 1주년을 맞이했다. 1년이란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며 엄마도, 아이도 한층 성장했다. 오늘도 그들은 모두가 잠든 새벽, 독서 토론을 위해 짜릿한 탈출을 하고 있다.
★배달의독서 김민지·박아현(청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