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책볼래?!’
모이는 곳 _ 충남 선문대학교 중앙도서관
모이는 사람들 _ 대학생
추천도서
1.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2. 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황금가지 펴냄)
3. 그릿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비즈니스북스 펴냄)
4. 역사의 역사 (유시민 지음, 돌베개 펴냄)
5. 앨리스 죽이기 (코바야시 야스미 지음, 검은숲 펴냄)
6. 꼭 한국에서만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레이첼 백 지음, 원더박스 펴냄)
7. 빙점 (미우라 아야코 지음, 흥신문화사 펴냄)
8. 세계미래보고서 2055 (박영숙 외 지음, 비즈니스북스 펴냄)
9.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북플라자 펴냄)
10. 그해, 여름 손님 (안드레 애치먼 지음, 잔 펴냄)
고등학생 때는 공부를, 반면 대학생 때는 의례와도 같은 해외 배낭여행을 강요하는 요즘, ‘대학 생활’에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의문에 대해 ‘다양한 활동을 통해 경험을 쌓고 싶다’는 의견을 꽤 많이 마주할 수 있다. 이는 어쩌면 휴식마저 고정된 틀 안에서의 ‘형식’을 요구하는 세상 속에서, 그 한정된 세상의 크기를 도리어 끝없이 넓히고 싶어서가 아닐까? 답은 어쩌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 있을지도 모른다. 대학 도서관에서 민주적으로 토론하며, 각자의 경험을 축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동아리, ‘책볼래?!’ 회원들을 만나봤다.
누군가의 좌우명만으로 그의 삶의 태도, 가치관을 유추할 수 있듯 어떤 동아리의 목표를 안다는 것은 마찬가지로 그 동아리의 정체성을 마주하는 것과 다름없다.
“일단은 책 읽는 양을 늘린다는 것이 중요하고… 각자 책을 읽고 지식도 쌓으면서 본인의 시각을 넓히는 것이 우리의 주된 목적인 거 같아요.”
‘읽히는’ 책이 줄어드는 시대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 자유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과정을 연습한다는 것. 때로 현학적인 문장 대신 간결한 말 한마디가 시선을 끌기에 더욱 합당할 때가 존재하듯, 동아리 ‘책볼래?!’는 그들이 가진 직관적인 이름과 목표를 통해 쉽게 그 뜻을 사람들에게 관통시킨다.
“같은 책을 읽고도 반응이 다 다르고, 서로 가중치를 두는 부분도 다르다는 걸 알게 되는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 생각이 이렇게 다 다르구나, 하고.”
동아리 대표는 책만 보다가 그 책으로 만들어진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면 새로운 게 보인다며 앞으로 책으로 국한된 시야를 다양한 활동을 통해 넓히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텍스트 속에서 차츰 익숙해진 시야에 또 다른 예술의 피사체를 조명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책볼래?’ 동아리는 동아리를 대표하는 책으로 헤세의 『데미안』을 꼽았다. 『데미안』은 지금까지 회자될 만큼 유명한 고전 소설로, 방황과 권태를 겪는 주인공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이라는 인물이 일종의 구원을 선사하는 내용이다.
“싱클레어는 뭐랄까, 식견이라던가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것처럼 저희는 학생들한테 ‘데미안’이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데미안』의 가장 유명한 구절 속에서 우리는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책 속 ‘데미안’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에게 그러했듯, 서로에게 비로소 새로운 세계를 향한 길을 인도하는 존재가 되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책볼래?’는 마냥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지는 않는다. 동아리는 토론 방식 중 교차조사를 활용한다. 활동은 찬성 측과 반대 측이 각각 입론과 교차조사를 한 후 허점을 찌르는 반론을 제기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모임 초기에는 이 방식이 아닌 자유 토론 형식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저는 지금 방식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의사소통 능력이 늘었고, 자기의 생각을 말하는 거다 보니까 표현 능력이 좀 더 나아지더라고요. 그리고 자유 토론을 할 때 보다 준비를 많이 해야 하므로 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요.”
이 과정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려면 상대방과 어렵지 않은 관계여야 함을 강조했다.
“그래서 동아리 회원들한테 서로 반말하라고 해요. 책 읽고 생각을 나누려고 (동아리에) 들어온 거잖아요. 책만 읽고 선배가 어려워서 말을 못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되니까….”
나이에 상관없이 반말하는 규칙에 신입생들은 당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활동 시 토론 과정에서 날카로운 비판이 요구되는 만큼, 나이 또는 학번에 의해 불편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효과적으로 토론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는 독서 모임의 목적 달성을 위한 실리적인 방침이기도 한 셈이다.
“저희는 설문 조사 같은 것도 다 하거든요. 학기 끝날 때쯤에. 그 결과값을 바탕으로 방학 때 동아리 임원들이 모여서 설문조사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데 계획을 수정할 게 있으면 바꾸자고 토론해요.”
한 번 훑어본 설문지는 꽤 구체적이었다. A4 양면으로, 한 장 전체를 사용하여 전반적 만족도뿐만 아니라 토론 방식, 읽는 책에 관한 만족도를 묻고 자유롭게 의견을 쓸 수 있는 칸도 다 따로 마련해 둘 만큼 정교했다.
기록을 남기는 것에 신경을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칠판에 적은 내용도 사진으로 남기고, 개개인에게도 ‘사진 말고도 남는 것이 있어야 한다’, ‘서평은 꼭 작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 활동에 대한 큰 열정이 있는 듯 보였다. ‘책볼래?!’는 더 많은 책을 읽으며, 폭넓은 의사소통을 통해 식견을 넓히고자 하는 목표를 충실하게 이행 중이었다.
★ 작성자: 청년취재단 최명은·김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