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일목요연'
모이는 곳 _ 대구 시지동 꿈지락 쉼터
모이는 사람들 _ 주부
추천도서
1.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지음, 교양인 펴냄)
2. 페미니스트 엄마와 초딩 아들의 성적 대화 (김서화 지음, 미디어일다 펴냄)
3. 굴뚝 청소부 예찬 (찰스 램 지음, 시공사 펴냄)
4. 현대 정치철학의 이해 (윌 킴리카 지음, 동명사 펴냄)
5. 소녀들 (김은하 외 지음, 여이연 펴냄)
가을 낙엽이 후두두 떨어진 시지동 11월 14일 목요일 오전 열 시, 아주 조용한 한 아파트 단지 앞에 독서 모임 장소가 어디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곳. 꿈지락 쉼터가 있다. 시간이 되자마자 한두 명씩 도착한다. 이들은 ‘일목요연’ 독서동아리 회원분들이다.
회원분들이 모두 오시고,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일목요연’ 독서동아리의 대표부터 시작한다.
“돌고래이고요. 딸 셋을 키우고 있고, 페미니즘 공부 중입니다. 직업은 육아와 살림을 하고 있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면서 사고가 확장된 것 같고 책 읽는 시간이 없었는데 생겨서 좋아요.”
“양아치이고 2년 정도 모임을 하고 있고 직업은 없습니다. 함께 무엇인가 생각해볼 수 있어서 꾸준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목요연’ 독서동아리에서 유일하게 청일점인 분의 소개로 분위기가 좀 더 유쾌해졌다. 그들은 서로를 별명으로 부르고 있었다.
“캥거루이고요. 경력 단절된 지 아마 13년째가 됐을까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육아 돌보미입니다.”
“빙그레이고요. 직업은 육아와 살림이고 초등학생 2학년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현재는 육아휴직 중인 본직 교사입니다.”
공동육아 조합원에서 시작하여 그 안에서 ‘일목요연’ 독서동아리가 생겼다. 공동육아 조합원의 회원이 아닌 분들도 있지만, 직업은 대부분 주부이다. 각자의 별명을 소개하면서 같이 있던 3~5살 아이들이 칭얼대는 소리가 들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들은 이런 상황에 익숙해 있었다. 아이들은 뛰어노는 한편, 독서 모임이 이렇게 잘 진행되는 것은 이들의 열정 덕분이 아니겠냐고 생각한다.
요즘은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는 ‘일목요연’ 독서동아리 회원분들. 모임이 끝나갈 때쯤, 청일점 한 분과 다른 회원분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페미니즘은 가부장제를 소멸시키려는 사상일까요? 아니면 자신들을 보호하려는 사상일까요?”
“보호라는 행위와 보호주의는 다른 거예요.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보호할 수도 있고 보호주의라는 사상을 가질 수 있다는 거죠. 저는 이곳에 와서 요새 페미니즘을 알게 되어서 좋아요. 내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젠더에 대해 무지했는데 생각이 확장되었다고 느껴요.”
독서 모임의 회원들의 직업이 꼭 주부가 아니더라도 청소년 독서동아리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주제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요새 쟁점이 되는 페미니즘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일목요연’ 독서동아리는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건강한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하므로 사실상 강연을 들으러 가기도 힘든 현실에서 ‘일목요연’ 독서동아리가 그 공간을 만들고 있다. 누구 한 명 불편한 기색 없이 어찌보면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하는 그들이 마치 회사에서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처럼 멋지게 보였다. 매주 목요일마다 그들은 제2의 꿈을 공유하고 있다.
★ 작성자: 청년취재단 손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