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꿈터다락방’
모이는 곳 _ 서울 강서구 화곡동 꿈장애인자립생활센터
모이는 사람들 _ 지역주민
추천도서
1. 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창비 펴냄)
2. 질문의 7가지 힘 (도로시 리즈 지음, 더난출판 펴냄)
3.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펴냄)
4. 순이 삼촌 (현기영 지음, 창비 펴냄)
평일 오후 2시, 고층 아파트 단지가 즐비한 동네는 비교적 조용하고 한산했다. 올려다보자니 고개가 아픈 아파트 단지를 지나 대로변에서 조금 비켜난 곳, 세월이 묻어 있는 아파트 1층에 ‘꿈터다락방’ 회원들이 모인 꿈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있었다.
“이제까지 어디서 질문을 하는 게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이 책에 질문하면 답이 나온다고 되어 있잖아요. 내가 먼저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원하는 답을 얻는 건 더 어렵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넓지 않은 공간, 똑같은 책 4권과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네 명이 둘러앉아 있다. ‘꿈터다락방’이라는 이름으로 여기 모인 이들은 2013년에 시작해 두 달에 한 권 정도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 이어져 온 독서동아리 회원들이다.
박명준 부대표에게 독서동아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관해서 물었다.
“장애인들은 뭔가를 배울 기회도, 공간도 그렇게 많지 않아요. 사실 거동에 제약이 있으니까 공부를 하려고 모이는 건 동기가 좀 약하기도 하죠. 독서 모임은 흥미로울 것 같기도 했고, 또 나름 성장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인권 강의나 시인과의 만남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고, 검정고시 준비 모임, 컴퓨터 교육 등을 통해 장애인들이 부모나 가족에 의존하지 않고도 다양한 일들을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곳에서 ‘꿈터다락방’ 회원들은 5년째 책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는 말수가 아주 적은 편이었어요. 하지만 책을 읽고 자꾸 제 생각을 말하고, 의견을 말하게 되니까 말이 늘었어요. 저는 이렇게 터놓고 얘기하는 사람이 아닌데, 여기선 개방적으로 돼요.”
“물론 책에 대해 얘기를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거든요. 책에서 시작해서 저를 뒤돌아보고, 제 얘기를 하게 돼요. 제 삶에 대한 얘기. 그런 얘기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에요. 사실 장애가 있는 삶에 대한 공감을 다른 곳에서는 얻기가 어렵거든요.”
“맞아요. 부모님이나 가족한테는 장애가 있는 가족은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거나 아픈 손가락이에요. 장애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만 생각하니까 대화가 안 되기도 해요.”
‘꿈터다락방’ 회원들이 이동으로 인한 불편을 감수하고 책을 읽으러 나오는 이유는 서로 비슷했다. 책을 매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아픈 부분을 쓰다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읽은 페이지는 적어도 삶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니까.
‘꿈터다락방’ 회원들은 이제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디딜 준비를 하고 있다. 문학기행과 뮤지컬 관람 등 이번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을 발판으로 독서를 통해 관심이 생긴 분야의 활동에 도전했던 것이 회원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평소에도 이정도 인원이 모이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이 많지 않으면 더 깊이 있게 나눌 수 있어서 좋긴 한데. 문학기행 가거나 하면 사람들이 많이 오거든요. 이게 더 좋죠. 뭐든 계기가 돼서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오고 활동을 한다는 게.”
박명준 부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최근에 『순이삼촌』 을 읽고 광주 문학기행도 다녀왔다고 덧붙였다. 이전까지 관심 없었던 역사적 사건에 대해 책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되었고, 개인의 삶에 끼치는 국가 시스템의 영향력에 대해 생각을하게 됐다는 것이다. 『순이삼촌』의 배경이 된 4·3 사건은 제주도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이와 함께 읽은 5·18 민주화 운동에 관한 책을 떠올리며 광주로 문학기행을 다녀오게 됐다고 했다. 박명준 부대표는 이 아쉬움을 내년에 꼭 제주도를 다녀오는 것으로 풀겠다면서 웃었다.
“아직도 길을 갈 때면 몸이 불편하냐고 무심결에 묻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주 사소한 건데, 그런 게 반복되면 장애인들이 스스로 가두게 돼요. 폐쇄적으로 되는거죠. 책을 읽고 함께 나누는 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닫혀 있던 사람들이 뭔가를 쏟아 놓는 걸 반복하면서 조금씩 열리어 가는 게 보여요. 제주도까지 갈 생각을 하잖아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 나오는 길은 가을의 끝을 알리는 듯 쓸쓸했다. 언젠가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4월이 되면, 유채가 만발해 있을 제주에서 ‘꿈터다락방’ 독서동아리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제주도에서 멈추지 않고 더 먼 곳으로도 문학기행을 떠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작성자: 청년취재단 고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