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서강책두런’
모이는 곳 _ 서울 마포구 서강도서관
모이는 사람들 _ 주부
추천도서
1.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지음, 돌베개 펴냄)
2. 철학자와 늑대 (마크 롤랜즈 지음, 추수밭 펴냄)
3. 행동 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지음, 지형 펴냄)
4.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더숲 펴냄)
5.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이레 펴냄)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것은 단순해 보이면서도 굉장한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그 누구보다 열정이 넘쳤을지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그 대단했던 열정이 서서히 식거나 자취를 감추기 마련이다. ‘작심 3일’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많이 사용되지만, 괜히 생겨난 단어가 아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금방 의지를 잃는다. 그러나 여기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남다른 의지를 지닌 사람들이 있다. 무려 10년 넘게 꾸준히 독서동아리 모임을 지속해온 ‘서강책두런’ 회원님들이 그 빛나는 주인공이다. 회원님들을 만나기 위해 그들의 보금자리인 서강도서관 ‘소담방’으로 향했다. 조심스레 한 발 내딛자마자 책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이야기 나눌 커다란 책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책으로 가득한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원래 ‘서강책두런’은 도서관에서 자원봉사하시던 분들이 가볍게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소모임이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배정된 방이 있는 것도, 외부에서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소소하게 모임을 하던 중 서강도서관을 짓는다는 소식을 접했고 도서관 측에 독서동아리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공간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셨다고 한다. 그 결과 지금의 전용 동아리실인 ‘소담방’을 공식적으로 배정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스스로 본인들의 자리를 만들었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책에 대한 ‘서강책두런’ 회원님들의 열정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책두런이라는 동아리 이름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궁금해졌다.
“음, 책을 향해 달려간다는 뜻이 아닐까요? 아아, 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 책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는 의미가 맞아요.”
대표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서강책두런’은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두런두런 책에 대한 담소를 나눈다는 원래의 의미와 ‘책 do run’, 책을 향해 달리고 성장한다는 의미까지. 얼떨결에 발견한 의미이지만 두 가지 모두 찰떡같이 어울린다.
책에 관해 진지하게 담소를 나누는 ‘서강책두런’은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있다. 독서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나 말이다. 이를 증명하듯 ‘서강책두런’에는 ‘목, 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특별하게 목요일은 동아리 회원이 아니더라도 독서 토론을 함께할 수 있는 날이다. 동아리의 매력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목, 수다’를 노려보는 건 어떨까. 단언컨대 기분 좋은 자극과 기운을 얻을 것이다.
“응암도서관에서 강사님을 초청해서 ‘생애 첫 시 쓰기’라는 수업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 도서관 문화 프로그램들을 통해 지금 동아리 회원들과 인연을 맺었고, 모임을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어요.”
평소 문화 연계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며 언제든 기회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던 대표님은 그곳에서 좋은 인연들을 만나게 되었다. 지금은 ‘서강책두런’의 주축이 되어 활동하고 계신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주도하는 ‘서강책두런’은 책과 영화의 만남도 진행 중이다. 동아리 회원 중 한 분께서 영화 관련 학과 박사 과정을 공부 중이셔서 동아리를 위한 강의를 진행한다. 강의는 총 7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운 좋게도 방문 당시 강의 프로그램이 끝나지 않아서 다르덴 감독의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에 대해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심도 있는 강의가 진행되지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기초 지식이 없어도 흥미롭게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책과 영화를 함께 감상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영화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아가씨」, 「밀양」 등 다양한 작품을 다루고 있다. 독서동아리에서 토론과 함께 강의도 들으며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서강책두런 회원님들과 함께 한 시간은 참으로 건강했다. 건강한 토론, 건강한 지적 그리고 애정. 서로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그 누구도 불편해하는 기색 없이 자신들의 의견을 펴내는 모습이 유달리 기억에 남는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발붙일 곳 하나 없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오래간만에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모임이었다. 말 그대로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곳. 책을 읽을 때면, 서강도서관의 소담방이 떠오를 것 같다. 좋은 책과 좋은 사람들이 가득했던 소담방이.
★ 작성자: 청년취재단 조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