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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인 강제 독서
강독
모이는 곳
소담동 복합커뮤니티센터
모이는 사람들
워킹맘
추천도서
·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 제작팀 지음, 가나출판사 펴냄)
· 1984 (조지 오웰 지음, 민음사 펴냄)
·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열린책들 펴냄)
·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아르테 펴냄)
·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북하우스 펴냄)
바쁜 현대사회에서 책을 읽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직장을 다니면서, 육아, 집안일을 하는 중 시간을 내어 책 읽기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하늘의 별을 따버린 독서동아리가 있다. 주말의 시작을 알리는 토요일 오전, 창문을 넘어온 따뜻한 햇볕 사이로 아이들의 그림책 읽는 모습과 열띤 독서 토론을 펼치는 엄마들이 있다. 토요일 아침을 책과 함께 여는 자발적인 강제 독서모임 ‘강독’을 만났다.
워킹맘들의 워라밸은 독서
“‘강독’은 제 삶의 활력소입니다.”
독서동아리 ‘강독’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대한 한 회원은 위처럼 답했다. ‘강독’ 회원들은 독서를 좋아하지만, 육아와 직장 스트레스로 시간과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혼자 책을 읽어보려고 시도했지만, 책 읽는 시간을 강제로 지정하지 않으면, 책 대신 핸드폰이나 텔레비전 같은 전자기기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그래서 강제로라도 읽어보자는 취지로 현재 ‘강독’의 대표가 인터넷 카페에 공고를 올려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회원들은 ‘강독’ 활동을 통해 즐겁게 책을 읽고 있다. 평일에는 연락하지 않고 오직 주말에만 만나기 때문에 책과 일상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인 ‘Work-Life Balance’의 줄임말도 맞출 수 있다.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고민도 나누다 보면 서로 이해하고 공감해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책이라는 친구와 교류하는 방법, 기록하고 정리하자
“독서는 운동이에요. 자신에게 좋다는 건 알지만, 처음에는 시작하기 어렵죠. 그런데, 하다 보면 운동도 중독된다고 하듯이 독서도 습관이 되고 중독이 되어서 계속하게 돼요. 정신적 기초 체력이나 근력을 독서를 통해 만들어요.”
독서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회원들은 독서모임으로 바뀐 변화를 즐겁게 이야기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변화는 독서를 통해 기록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인 점이다. 한 회원은 독서동아리 활동으로 많은 책을 읽고 후에 그 책을 되돌아볼 때 기억나지 않던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독서 책’을 구매했다. 본 것, 깨달은 것, 적용한 것 위주로 적는데, 이 과정을 거치면 책을 한 번 볼 때 세 번 본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또 다른 회원이 자신의 경험을 덧붙였다. 그녀는 책에 대한 결벽이 있어 절대로 필기나 구김 없이 책을 읽었지만, 독서동아리 활동 후 책에 형광펜으로 밑줄 치고, 포스트잇을 붙이며 한 권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기록하는 습관을 길렀다고 한다. 자신의 독서 방식대로 책을 읽으면, 배움의 희열을 느낄 수 있다고 추천했다. 책은 맞춤형 친구들로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말하는 ‘강독’ 회원들의 기록하고 정리하는 습관은, 책이란 친구와 교류하는 그들의 방식이었다.
끊임없는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다
‘강독’ 회원들은 독서모임을 통해 스스로 변하고, 깨달은 점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싶은 예쁜 마음이 모여 자녀들의 독서동아리가 탄생했다. 자녀들의 독서동아리가 ‘강독’과 함께하는 건 아니다. 나이대별로 나눈 독서동아리마다 감독 선생님이 와서 적절한 수준과 흥미를 고려한 독서 활동을 펼친다. 어린이 감독 선생님은 오전 9시 30분에 구연동화를 하고, 청소년 감독 선생님은 오전 9시에 독서 토론을 시작한다. 최근 청소년 독서동아리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쓰인 정약용의 『목민심서』로 독서 토론과 워크북 활동을 한다. 이러한 독서 활동이 아이들에게도 변화를 주었냐고 묻자, ‘강독’ 회원들은 입을 모아 대답했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자녀들의 핸드폰 시간이 줄고, 좋은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이다. 아이들 대부분이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책을 읽지 않으면 독서 토론 활동 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지 못해 답답해한다고 한다. 이 답답함이 말하는 자유를 지킬 책임으로 다가왔다. ‘강독’은 부모에게 온 변화의 물결을 아이들에게 넘겨주어,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아이들도 알게 해주었다. ‘강독’ 회원들은 배우자가 책 읽는 모임을 개설하는 것이 그다음 변화라며, 당당히 가족 전체가 책 읽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앞으로 누가 ‘강독’의 변화를 이어받을지 무척 기대된다. 정신없이 바쁘게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워라밸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요즘, 워킹맘으로서 워라밸을 찾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하지만 여기 강제로 독서하기를 계기로 자신들만의 강렬한 독행을 펼치는 ‘강독’ 워킹맘 회원들의 행보는 어떤 사람에게도 견줄 수 없을 것이다.
★배달의독서 김민지·박아현(청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