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고전 읽기 모임을 위한 공간(고모공)’
모이는 곳 _ 서울 서대문구 신촌 스터디카페 코이
모이는 사람들 _ 직장인, 자영업, 대학생, 대학원생
추천도서
1. 상식 (토머스 페인 지음, 효형출판 펴냄)
2.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 (사울 D. 알린스키 지음, 아르케 펴냄)
3.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지음, 민음사 펴냄)
4. 추락 (J.M. 쿳시 지음, 동아일보사 펴냄)
5.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지음, 한길사 펴냄)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고전이란 누구나 한번은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읽은 사람이 별로 없는 책이다.”라고 말했다. 고전은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그 위상을 꿋꿋하게 지켜오고 있는 듯 보이지만 막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몇몇 철학자의 이름과 제목뿐이다. 사실 사람들이 고전을 읽지 않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고전은 쉽게 읽히지 않고, 읽는다고 해도 책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이 고전의 주제들이 삶과 동떨어져 있다고 느끼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고전을 읽어야만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전 독서동아리 ‘고전 읽기 모임을 위한 공간이하 고모공’을 찾아가 보았다. 2007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2년째 고전을 읽고 있다는 ‘고모공’ 회원들을 신촌 스터디카페 코이에서 만났다.
대부분의 독서동아리는 마을 도서관, 대학과 같이 특정한 장소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와 달리 ‘고모공’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인터넷 카페를 기반으로 설립되었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동아리를 만든 이유는 고전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자는 의미에서라고 한다. 그래서 ‘고모공’은 현재까지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나이, 성별, 직업 등 아무런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항시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카페로 유입된 다양한 사람들과의 독서는 토론의 질을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취미, 교육 등 공통적인 목적을 가지고 모인 동아리의 경우 토론의 내용이 책이 아닌 회원 간 사적인 이야기에 머무를 우려가 있다. 하지만 ‘고모공’ 회원들은 특정한 목적 없이 독서에 대한 갈증 하나로 한데 모였기 때문에 책 내부에 깊숙이 들어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모인 가지각색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토론은 풍부한 대화와 다채로운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최상배 씨는 “함께 공감하고 논쟁하는 토론을 통해 생각이 확장되는 경험이 좋아 계속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고모공’은 토론 형식에 있어서 여러 시도를 해온 끝에 현재는 발제문을 바탕으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발제문은 한두 명의 회원들이 책의 분량을 나눠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고모공’의 경우 카페를 통해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함께 발제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동아리 회장 김혜리 씨는 “발제문은 책의 종류나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책을 추천해주신 분이 쓸 때도 있고, 회원들이 자유롭게 논제를 제시하면 그걸 합쳐서 발제문을 만들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회원들이 다 함께 논제를 고민하다 보니 토론에서 회원들 모두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전을 처음 읽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어렵게 완독했는데, 이해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라는 것이다. 하지만 고전을 많이 읽었다고 해도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다. 같은 용어라도 철학자마다 함축하는 의미가 달라 책을 읽을 때마다 저자의 언어를 다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고전을 읽어온 ‘고모공’이지만 토론에 어려움이 없는지 회원들에게 질문해보았다.
예상과 달리 회원들에게서 의외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오히려 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회원은 “이 모임에 오는 이유는 고정된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받으며 함께 의미를 완성해나가기 위해 오는 거죠, 함께 완성해나가는 과정이 뜻깊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서 회장 김혜리 씨는 “모임에 막 나오기 시작했을 때는 책을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는 데에 집착했어요. 하지만 책을 좋아하고, 소통하며 얻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니까 완벽해야 한다는 마음을 한결 비우게 되었어요. 배운다는 마음으로 오면 이해 안 되는 부분들도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라며 덧붙였다.
고전의 의미는 그저 책을 완독하고 이해하는 데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전을 읽고 방황하는 생각들이 한 데 모이고, 그곳에서 회원들이 함께 의미를 만들어나갈 때 고전은 힘은 발휘된다. 어려움에 부딪히는 과정에서 생겨난 생각들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순간 새로운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고모공’ 회원들은 삶에서 놓치고 있을지 모르는 가치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방황하고 부딪히고 있는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
“저는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세상과 사람을 알지 못하면 그러한 일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독서를 하기 시작했죠. 혼자 책을 읽는 데 멈추지 않고 모임에 나와 다른 사람들의 통찰을 듣는 것이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대부분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피상적인 부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자신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우물 밖으로 나와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고모공’ 독서동아리는 타인과 세상의 시선을 이해하기 위해 고전을 읽는다. 고전을 통해 자신과 닮은 타인을 바라보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자신의 주변을 계속 방황하며 테두리를 넓혀가다 보면 언젠가 자기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작성자: 청년취재단 육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