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화요독서회’
모이는 곳 _ 서울시 종로구 종로도서관
모이는 사람들 _ 주부, 직장인 등
추천도서
1. 넛지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지음, 리더스북 펴냄)
2.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 지음, 민음사 펴냄)
3. 체 게바라 평전 (장 코르미에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4. 명화독서 (문소영 지음, 은행나무 펴냄)
5. 역사의 역사 (유시민 지음, 돌베개 펴냄)
서울의 중심 서촌. 여러 맛집이 즐비한 것으로 유명한 맛집 골목을 지나 조금 더 길을 가면 점차 조용하고 예쁜 동네가 고개를 내민다. 그곳에 홍건익 가옥이 있다. 들어서는 순간 어쩐지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 드는 이곳은 책을 읽고 논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화요독서회’는 원래 모임 장소인 종로도서관이 새 단장을 준비하는 동안 이곳에서 모임을 하고 있다.
뜨거운 오후의 정점인 시각,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탓에 이곳 주변도 바닥부터 들끓고 있었다. 모임 시간이 되자 홍건익 가옥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만큼이나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회원들이 하나둘 땀을 닦으며 실내로 입장했다.
‘화요독서회’를 알기 위해서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화요독서회’를 30여 년간 지속해 오신 일명 ‘회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모임은 30여 년 전 대한어머니회에서 열었던 취미 아카데미의 독서분과에서 시작되었다. 세월이 흘러 수많은 사람이 나가고 들어오면서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 ‘고전과 명작’ 등 이름도 수차례 바뀌었다. 모든 것이 변한 가운데 회장님이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았을 뿐이다.
“종로에서 모인지 20년 정도 됐어요. 제가 들어온 지도 그 정도 되었고요. 원조 멤버들은 40년 가까이 되셨죠. 저는 우리 동아리에서 어린 편이에요. 올해 여든넷 되신, 35년생 분들이 최고령이세요. 평균적으로는 70대라고 봐야죠.”
이렇게 오랜 기간 독서동아리를 하게 되면 분명 예전과 변화하는 바가 있을 것 같았다. 20여 년 전과 지금의 차이를 물었다.
“저희 회원들 대부분이 돋보기를 쓰기는 하지만, 시력이 많이 저하되어서 읽기가 힘든 면이 있어요. 그래도 옛날보다 요즘은 책이 보기 편하게 되어 있어서 예전에 나온 책이라도 요즘 재출간된 판본을 읽으려고 해요. 그리고 계속 너무 어려운 책만 읽는 것은 부담이 되어서요.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을 번갈아 가며 분량이나 난이도를 안배해서 읽고 있어요.”
1년 정도 독서동아리를 하다가 포기하거나 뿔뿔이 흩어지는 경우도 많은 가운데,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변함없이 독서동아리를 유지하고 있는 특별한 비결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오히려 다들 연세들이 있어서 이렇게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보통 40대 후반 정도 되면 아이들 육아가 끝나잖아요. 시간이 언제 나서 책을 읽느냐고 하는데 사실 세끼 밥을 먹듯이 책을 읽기 때문에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저희는 다들 책 읽는 것이 습관이 됐어요.”
‘화요독서회’의 회원들은 모두 오랜 세월 꾸준히 독서를 한 덕에 이미 독서가 습관화되었다고 한다. 습관화된 독서가 행복을 불러온다. 모든 회원이 책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만면에 미소를 짓는 모습이 이를 증명하는 듯했다.
“저는 이제 3년 차인데요. 진작 했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해요. 삶의 질이 달라졌거든요. 쓸데없이 TV를 보는 시간과 의미 없는 수다 시간이 없어졌어요. 책을 계속 접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이게 제가 추구하는 행복이었던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행복감이 참 커요. 독서는 여행 같아요. 책의 단락들은 일종의 여행 목표 같고요. 저는 독서노트를 쓰고 있는데요. 이 두꺼운 독서노트를 작성해서 책장에 가득 채워 놓으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나중에 꺼내 보면 까맣게 잊고 있던 책에 대해서 다시 알 수도 있고요. 일생의 여정을 기록한 것이 바로 이 독서노트같아요. 이러한 행복감은 책을 읽어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것이죠.”
독서가 아무리 좋아도 독서동아리 활동을 지속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지속적으로 서로를 만나서 읽는 것을 나누는 활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여기 들어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읽고 계시더라고요. 저는 속으로 저런 걸 왜 읽나 했어요. 그런데 제대로 읽어보니까, 웬걸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바로 이거다! 했죠. 그전까지는 계속 다닐지 고민하는 상태였는데 열하일기를 읽은 다음부터는 독서 모임을 아주 열심히 하게 되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열하일기가 계기가 된 거죠. 독서동아리를 하면 다른 회원분들 덕에 느닷없는 책을 접할 수 있어요. 다른 분들의 링크로부터 계속 링크가 되죠. 그렇게 책 읽는 세계가 넓어져요. 그런 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평소라면 읽지 않았을 책을 접할 기회를 주는 것이 독서동아리다. 또한 그 책이 자신이 생각지도 않았던 ‘느닷없는’ 기쁨을 줄 때, 예상치 못함에서 오는 기쁨은 두 배가 된다.
“이분들은 일생을 같이하는 친구예요. 같이 읽고 각자의 개성대로 다른 이야기들을 듣고 나누다 보면 책 하나를 읽고 종합적으로 결론이 나오죠.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느끼는 것은 독서에 있어서 하나의 정답은 없다는 것이에요. 역사를 파악하는데 사람마다 다 다른 역사서가 나오는 것처럼요.”
“제가 예전에 젊었을 때는 책에 좋은 말이 쓰여 있으면 뿌듯하고 뭔가 재산이 있는 것 같고 그래서, 혼자 보려고 꼭꼭 숨겨 두었거든요. 나만 알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계속 읽다 보니까 좋은 책은 나누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제가 읽고 좋았던 책은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주고는 해요.”
마지막으로 ‘화요독서회’의 계획을 물으니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저희는 특별한 게 없어요. 35년생이 두 분 계세요. 올해만 나오고 그만 나오신다고 계속 그러세요. 걸으실 수 있을 때까지 나오라고 저희가 그랬어요. 못 걸으시면 저희가 간다고요. 저 역시 여러 사정에 의해서 중간에 쉴 수는 있겠지만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걸을 수 있고, 돋보기를 끼고도 안 보이기 전까지 독서 모임을 꾸준히 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화요독서회’를 만나고 느낀 것은 어쩌면 열정이라는 것은 세월에 비례하여 점점 높아지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책을 읽는 행복감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회장님의 눈빛이 그것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 작성자: 청년취재단 허승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