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1주 1책’
모이는 곳 _ 서울 동작구 사당동 카페
모이는 사람들 _직장인
추천도서
1.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음, 민음사 펴냄)
2.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3. 딸에 대하여 (김혜진 지음, 민음사 펴냄)
4.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문학동네 펴냄)
5.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문학동네 펴냄)
서울에서 사당역은 직장인 유동인구 비율이 높은 곳 중 한 곳이다. 특히 금요일 저녁 시간에는 골목골목에 위치한 식당과 술집에서 ‘불금’을 보내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고단한 평일의 마지막이자 꿀 같은 주말의 시작인 금요일 밤, 일주일 동안 읽은 책 한 권을 들고 술집이 아닌 카페에 모여드는 직장인들이 있다. 바로 ‘1주 1책’ 동아리 회원들이다. 한 명씩 들어올 때마다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으며 가방에서 주섬주섬 책을 꺼내 든다. 정장 입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회의실에 둘러앉은 직장인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아침부터 일하고 온 터라 다들 피곤할 텐데도 지친 기색 없이 책을 통한 지식의 향연을 이어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1주 1책’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북카페 커뮤니티에 모여서 책도 읽고 서로 생각도 공유하면서 유익한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글이 올라왔다. 처음에는 4명으로 모임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인의 지인들에게 모임이 소개되면서 회원 수가 10명이 되더니 곧 20명이 넘었다고 한다. 지금은 공식 카페에 가입한 회원 수만 280여 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카페에 가입한다고 해서 동아리 회원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처음 카페에 가입하면 준회원으로 활동하게 되고, 오프라인 모임에 3회 이상 출석하면 정회원의 자격이 주어진다. 그래서 실제 활동하고 있는 정회원 수는 50여 명이다. 아무래도 직장인이기 때문에 일정이 자유롭지 못해 매주 참석하는 모임의 회원 수는 10명 남짓이라고 한다.
바쁜 직장인 회원 위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5년째 꾸준히 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동아리 대표인 최두한 씨는 ‘강제성이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다른 회원들도 이에 대해 ‘바쁜 와중에도 시간 내서 참석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선정된 책을 추천했던 사람들이 준비한 발제문을 시작으로 각자 의견을 이야기한다. 보통 발제문은 개인의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번 모임은 모두가 정해진 책을 읽고 토론하는 평소와는 다르게 각자 감명깊게 읽은 책을 읽고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은 책을 소개하는 모습에서 마치 어린 시절 숨겨놓은 보물들을 하나씩 보여주는 것 같은 애틋함이 묻어났다. 또 자신을 소개하는 것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잘 담은 관점들을 들으면서 공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중에서도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이라는 책을 가지고 이야기했던 한 회원분의 스토리가 기억에 남았다.
“중학생 때 처음 읽고 나서 대학생 시절, 20대 후반 그리고 30대 중반에 걸쳐 몇 번을 읽어 온 책이지만 읽을 때마다 책이 변해요.”
그렇다. 책이 변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책을 읽는 내 가치관과 경험이 변하기 때문에 똑같은 책을 읽어도 매번 다르게 다가온다는 말이었다. 문득 보이지 않는 내 생각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비추어보는데 책이 가장 객관적인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부분을 타인과 공유하면서 그들의 생활방식을 공감해보고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는 토론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주 1책’의 공식 카페의 소모임 카테고리에는 다양한 분야의 소모임들 활동 흔적이 남겨져 있다. 분야는 영어 회화나 재테크와 같은 독서 이외의 취미생활을 함께 하는 소모임부터 인문고전과 관련된 학술적인 소모임 등등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다. 서로 다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그중에 ‘독서’라는 공통된 관심사로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지금의 ‘1주 1책’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중 가장 눈길을 이끄는 소모임이 있었다. 바로 ‘슬로우 리딩’이다. 이 소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회원은 ‘모든 면에서 속도가 중요시되는 현대사회에서는 책
을 읽는데도 속독의 기술을 요구한다. 독서에서만큼은 현대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 개인의 스타일대로 책을 읽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말 그대로 ‘책을 천천히 읽어보자’라는 취지에서 만든 소모임이다. 독서 스타일까지 개인의 다양성을 실현하는 열정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렇듯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독서뿐만 아니라 인생의 다양한 영역까지 소통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모습이 ‘1주 1책’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받은 지원금을 어떻게 쓸 계획인지에 대해 대표자인 최두한 씨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곧 그의 계획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이번 주 참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각자 원하는 책을 선물하는 것이었다. 사전에 책 선물에 대한 공지 없이 평소처럼 모임을 주선하고 참석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갖고 싶은 책을 물어보고 서프라이즈 선물로 책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렇게 모임이 끝날 때 최두한 씨가 준비한 책들은 주문한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책을 받는 회원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활기찼다.
★작성자: 청년취재단 김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