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나는 비흡연자이다. 담배 연기를 누구보다 싫어하고 주변의 모든 흡연자들이 금연했으면 하는 바람이 누구보다 간절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흡연자들을 향한 사회의 처우는 너무 심각하다고 느껴진다. 마치 사회의 모든 부분이 흡연자들의 흡연권을 박탈하기 위해 돌아가는 것 같다. 비흡연자가 보기에도 너무하달까.
먼저 흡연공간과 관련하여, 보건복지부는 2015년 첫날부터 업소 크기에 상관없이 커피전문점 포함, 모든 음식점으로 금연구역을 전면 확대 시행하겠다고 12월 11일에 밝혔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며 여유롭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출입구에 에어커튼을 설치하고, 철저히 공간분리를 하면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도 흡연이 가능한데 말이다.
또한 담뱃값이 곧 큰 폭으로 인상된다. 12월 2일 국회는 2015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부수 법안으로 담뱃값을 갑당 2천 원 인상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가결했다. 단번에 가격이 거의 두 배로 뛰는 것이다. 가뜩이나 흡연자 중에는 서민들이 많은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흡연자들에게는 담뱃값 인상이 큰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제도적이고 명시적인 핍박 외에도 보이지 않거나 우회적인 핍박 역시 존재한다. 흡연자들은 주변인들로부터 계속해서 담배를 끊으라는 잔소리를 듣고 심지어 어떤 회사에서는 흡연자에게 인사상으로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TV에서는 금연광고가 끊임없이 나와 흡연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이렇듯 사회는 물리적, 경제적, 심리적인 경로를 통해 흡연자들이 마음 편히 흡연권을 누리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처럼, 간접흡연을 통하여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일으키지 않는 한 흡연권은 보장받을 자격이 있는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흡연자들에게 담배는 고된 생활 속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다. 주변의 흡연을 하는 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답답한 미래, 고된 업무 등에 의하여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 한 개비면 손쉽게 스트레스를 덜 수 있다고 한다. 건강에 이로운 다양한 여가 생활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덜 방법을 찾을 수 있지만, 잠잘 시간조차 충분하지 않은 현대사회에서 흡연자들에게 담배는 가장 손쉽게 일상생활의 짐을 덜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
흡연공간 축소, 담뱃값 상승, 지인들의 금연압박 등 현재 사회가 흡연자들에게 취하는 모습들은 흡연자들로 하여금 마음 편히 담배를 피울 수 없게끔 한다. 실질적으로 흡연자들에게 담배를 뺏는 효과를 갖는 것이다. 너무나 각박한 세상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담배를 택한 사람들에게 담배마저 뺏는 것이 옳은 일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