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활동은 대학 생활의 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딱히 취미가 없어서 어떤 동아리에도 들지 않으려 했었다. 그러다 친구가 클래식기타 동아리에 대해 알려주었는데 처음에는 악기라는 것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고민하다 기타보다는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 위해 가입하게 되었는데 활동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악기를 다루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지금은 동아리 회장까지 맡아서 하고 있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악기 다루기’가 내 인생 최대의 취미가 되었고 음악이 중요한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늦게나마 예술의 즐거움을 알게 되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왜 더 일찍 깨닫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전에는 이런 즐거움을 알지 못했다. 사실 관심이 생겨도 접근하기 어려웠다. 초등학교 때부터 예술 수업을 받았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초등학교 시절에 예술 수업을 받아봤다. 국가 교육과정을 따른다면 미술 시간에는 물감과 붓으로 그림을 그렸고, 음악 시간에는 노래를 부르고 리코더를 불었다. 미적 감수성을 기르고 창의력을 기르며, 예술의 가치를 인식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초등학교 이후 중, 고등학교에서 어떤 다른 내용을 배웠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 때에도 물감과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리코더를 분 것 같다.
2012년 12월 국가 교육과정에 따르면 예술 과목 교육은 미적 감수성을 기르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예술의 가치를 이해하고, 예술 문화를 애호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중고등 과정이 큰 차이가 없이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여 뚜렷한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내용체계에는 이해, 활동, 생활화라는 대영역만 제시되어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이처럼 예술 과목은 같은 곳을 계속 표류하고 있다. 모호한 표현이 개별 학교와 교사에게 자율권을 주지만, 교육이 입시 위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학교는 예술 교육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고 할 뿐이다. 결국 초등학교 때처럼 가벼운 내용을 12년 동안 배우게 된다. 학교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으니 학생의 삶에서 예술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줄어든다. 2012년도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청소년가치관조사 중 예술의 중요도에 대한 설문에서 중학생 68%, 일반고 학생 69%가 예술이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나도 69%의 일부였을 것이다. 초중고 내내 너무 기본적인 것을 배우다보니 예술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것처럼 느꼈고 결국 예술은 나와는 상관없는,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다. 사람들이 대학생 이전의 나처럼 예술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그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내가 초중고 예술 수업에서 다양한 악기를 다루면서, 혹은 리코더만이라도 어떻게 하면 더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는지, 좋은 음악은 어떤 것인지 배우면서 예술이 먼 세계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면 더 일찍 예술의 즐거움을 알았을 것이다.
자신도 예술을 해냈다는 감각은 예술의 벽을 크게 허물어준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예술 수업이 되어서 학생들이 예술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좀 더 쉽게, 좀 더 일찍 예술의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