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돈이 아까워? 당신 몸이 망가지는 건 모르고!” “뚱뚱한 당신, 평생 그렇게 사시던지!” “해볼 만하잖아? 인생이 바뀐다는데!” 이런 자극적인 광고 문구는 이제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출퇴근 길 우리는 지하철 내, 버스정류장, 심지어 화장실에서까지 미용업체 광고를 상당히 접할 수 있다.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뿐 아니라 인생의 성패까지 좌우한다고 믿는 외모지상주의가 2000년대 이후로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외모에만 집착하여 생기는 각종 부작용은 이미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외모지상주의자들은 외모가 연애, 결혼 등과 같은 사생활은 물론, 취업, 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까지 좌우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지나치게 외모에 집착하며 예뻐지기 위한 갖은 노력을 한다. 심지어 과도한 다이어트로 신체변형 장애, 거식증, 폭식증을 거쳐 죽음에 이르는 사례도 수차례 보고된 바 있다. 실제로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지난 5월 15일~30일 10대와 20대 미혼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성의 다이어트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81.8%가 자신의 체중에 불만을 나타냈고, 그 중 74%는 다이어트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무리하게 체중감량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비만도 조사에서 저체중으로 나타난 여성의 55.5%, 정상체중 응답자의 77.8%가 체중감량을 시도했다고 밝혀 비만도와는 관계없는 다이어트 강박현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의뢰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류인균 교수팀에서 전국 여대생 1,565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2.5%가 성형수술을 했고, 82.1%가 지방흡입 등의 성형수술을 희망한다고 한다. 성형의 주된 이유가 자신감 얻기 위해서라고 하니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외모지상주의 탓에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를 한 뒤 건강을 잃거나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경우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개인의 책임이라고만 볼 수 있을까. 최근 1,264명의 취업예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형외과와 인터넷 리크루트 회사의 공동조사를 따르면 98%가 "외모가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여기에 더 주목할 만한 조사결과가 있다. 직원을 뽑는 기업의 인사 담당자 584명 중 94%가 채용 시 "외모를 고려한다."고 밝힌 것이다.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기업의 태도가 외모지상주의를 더욱 심각하게 초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 우리 사회의 풍조도 외모지상주의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었음을 다음 조사 결과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종합광고사 제일기획이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파란 통신 라이브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사람이 상대방의 외모(피부나 몸매)를 통해 생활 수준까지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우리 사회문화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외모지상주의는 외모를 중심으로 인간을 판단하도록 사회를 변모시키고 있다.
우리는 요즘 면접을 볼 때나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연스레 한다. 성적은 좋지만 외모 때문에 면접에서 떨어졌다며 성형외과로 달려가는 여대생들이 줄을 서 있다. 요즘 시대는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첫인상이 좋지 않으면 면접에서 떨어지고 맞선자리에서 퇴짜를 맞는 시대이다. 이런 세상에서 외모를 가꾸는 일이 과연 개인의 선택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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