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공부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지만, 누구나 어떠한 과목이 가장 좋으냐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학과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학과 과학에는 다른 과목에는 없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겉으로 볼 때 이 과목들은 굉장히 허전해 보인다. 수학과 과학 교과서를 생각해보자. 책에는 종잇값이 아까울 정도의 적은 설명이 쓰여 있고, 그저 온통 숫자와 그림뿐인 문제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적은 설명에도, 수많은 문제를 풀 수 있다. 단어 몇십 개를 찾아야지 한 지문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고, 기껏해야 두, 세 문제 푸는 영어, 분명히 한국어로 쓰여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어 같지가 않은 시를 해석해야 하는 국어, 이러한 과목들 사이에서 개념만 처음에 제대로 이해하면, 어떠한 문제가 나와도 풀 수 있는 수학과 과학은 다른 과목들과 다르게 나를 이끄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대학교에 가서 수학과 과학을 조금 더 심도 있게 배워보자는 마음이 자연히 생겼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공과대학이었다. 수학과 과학을 배우는 것은 물론, 그것을 응용하는 것까지 배운다니 생각만 해도 재미있는 일일 것만 같았다. 물론 지금도 재미는 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의 원리들을 깨우쳐 갈 때 크나큰 즐거움이 있다. 거기에다가 자연과학과 공학이 국가의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나 자신을 뿌듯하게 한다.
그러나 가장 걸리는 것은 주변들의 시선이다. “그렇게 20대 청춘을 다 바쳐 열심히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따면 뭐하냐. 어차피 의사보다 연봉도 적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도 어려운데.” 이런 식의 말들이 항상 걸린다. 또 수능점수 배치표가 마치 전부인 양, 비아냥거리는 말들도 거치적거린다. 개인적인 경험이기는 하지만, 며칠 전에 교내 공과대에 있었던 싸움에 대한 교내포털사이트의 댓글들 역시 이러한 시선들을 대변한다고 본다. '공과대학 커트라인이 낮다더니 공과대학 학생들의 수준도 저렇다'는 식의 댓글을 보면서 공학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이공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현실이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공계에 온 친구들은 모두 그러한 사실을 앎에도 소신 있게 이공계를 택한 친구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소신이 따가운 시선 때문에 꺾이고 꺾이는 것이다.
이공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러면 그에 맞는 시선을 보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언가 큰 대접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무시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단지 커트라인이 낮다는 이유로, 기술직을 천대하는 사회분위기에 익숙해져 이공계를 무시하는 태도가 문제이다. 이공계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 바뀔 때 비로소 이공계 기피현상이 해결되리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본 기고글은 <나비>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