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회에 참석한 관객에게 엄격하게 관람 예절을 지키라는 요구는 전통에 호소하는 오류가 아니다. 박수와 ‘브라보’ 예절은 연주자와 다른 관객을 위한 예의인 동시에, 스스로 공연을 잘 감상하기 위한 소중한 방법이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3악장이 끝나자 환호가 터져 나왔고, 4악장의 마지막 활이 현에서 떨어지자마자 두 명이 박수를 쳤다. 관객 사이에서는 한숨이 새어 나왔고 지휘자는 눈살을 찌푸린 채 손을 내리지 않았다. 지난 9월 15일 예술의전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의 국제콩쿠르 우승과 더불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 확충을 거쳐 한국에서는 클래식 음악의 저변이 급격히 확대되었다. 인터파크의 클래식 공연 매출은 2019년에 비해 2022년에 1.8배가량 증가했지만, 이와 동시에 관람 예절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휴대전화 소리뿐만 아니라 박수를 치는 타이밍까지도 관람 예절로서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 비밀은 잔향과 침묵에 있다.
클래식 음악이 대중음악과 가장 크게 다른 부분 중 하나는 집착적으로 섬세한 연주와 감상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실내 공연에서는 일반적으로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악기 본연의 소리를 미세하게 조절하여 전달한다. 잔향 시간은 소리가 본연의 에너지의 백만분의 일로 감소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콘서트홀을 설계할 때는 건축 소재와 구조물을 이용하여 잔향 시간을 일반적으로 0.01초 단위로 측정하고, 공연할 때는 연주자의 요청에 따라 반사판으로 조절한다. 클래식 공연에서는 음량 조절에도 큰 공을 들인다. 한 명의 바이올린 연주자가 75.0dB로 연주한다면 음량은 로그 단위로 증가하여 10명이 85.0dB, 12명이 85.8dB의 소리를 낸다. 지휘자는 연주자 수에 따른 작은 차이도 고려하여 무대에 오른다.
매 공연을 위해 준비된 치밀한 음향학적 설계를 고려하면 무지에서 비롯된 악장 사이 박수와 과시를 위해 터뜨리는 이른바 ‘안다 브라보’는 연주자에게 매우 무례한 일이라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아쉬움은 관객 각각이 청각적 쾌락의 일부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3악장이 끝나고 박수를 치면 포르티시시모매우 매우 세게로 끝난 마지막 음이 약 2초간 아름답게 공연장 내부를 감싸는 잔향과, 바로 이어지는 4악장의 연속성을 즐기지 못한다. 4악장이 끝나자마자 ‘브라보’를 외치면 수 초 이상 고요하게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곡의 여운을 느끼지 못한다. 이는 영화가 끝날 때 엔딩 크레딧을 쳐다보지도 않고 나갈 준비를 하는 것에 비견된다. 악장 사이나 곡이 끝난 직후에 박수 혹은 브라보를 터뜨리면 음악의 흐름을 끊는 것은 물론이고 음 하나하나를 위한 섬세한 설계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재앙이 일어난다.
관람 예절에 차이가 생기면 음악가의 서비스도 달라진다. 도쿄 산토리홀은 아름다운 음향으로도 유명하지만, 철저한 관람 예절 관리로도 유명하다. 팸플릿으로 상세하게 관람 예절을 명시하고 당부하며, 관객들은 이를 실천한다.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이 아님에도 높은 관람 수준이 유지되고 그에 걸맞은 명연이 펼쳐지는 이유이다. 올해 각각 아시아 투어를 가진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와 지휘자 파보 예르비는 일정에 여유가 있어도 한국에서는 사인회를 열지 않았지만, 산토리홀을 비롯한 일본에서는 매번 사인회를 열었다. 이는 관객의 수준이 높은 공연장이 음악가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받아 그들이 공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양과 질도 크게 달라지는 극히 일부의 예에 불과하다.
클래식 음악회에 참석한 관객에게 엄격하게 관람 예절을 지키라는 요구는 전통에 호소하는 오류가 아니다. 박수와 ‘브라보’ 예절은 연주자와 다른 관객을 위한 예의인 동시에, 스스로 공연을 잘 감상하기 위한 소중한 방법이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3악장이 끝나면 치밀하게 설계된 잔향의 여백을 느끼고, 4악장이 끝나면 ‘브라보’의 침투 없이 침묵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작곡가의 의도와 공연장 설계의 노력과 연주자의 해석과 서비스, 그리고 관객 개개인을 위한 모든 음표와 쉼표의 가치를 더는 잃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