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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라는 일차적인 행위가 중독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함으로써 생기는 경쟁심, 재미, 도전욕구, 현실도피성 등이 심하게 작용하여 중독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게임 중독만을 특별히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은 게임에 대한 낙인 효과가 아닐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시 말해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것보다 게임 그 자체를 마약, 도박과 같은 부정적인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간은 자극에 민감한 생물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자극을 받을 수 있고, 그런 것들 중에는 그 자극을 계속 받고 싶은 것들도 많다. 이것이 심해질 경우 중독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 일 중독, 운동 중독 정도가 있다. 세계보건기구이하 WHO에서는 알코올 중독과 도박 중독은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고, 일 중독, 운동 중독은 질병으로 등재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2019년 WHO는 게임 중독을 질병코드로 등재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반대 논란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게임 중독 질병코드를 2025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개정에 반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 중인 상황이다. 나는 게임 중독 질병코드 등재가 무언가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게임 중독 자체가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님을 밝힌다. 일 중독, 운동 중독이 좋은 것은 아닌 것처럼 게임 중독도 당연히 좋은 것은 아니다. 허나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관점에는 문제가 있다. 우선 게임은 중독물질이기에 너무 넓은 범위이다. 도박도 일종의 사행성이 심한 게임이기도 한데, 이처럼 게임은 굉장히 많은 것들을 포함할 수 있고, 그 중에는 도파민의 작용으로 중독이 될 수 있는 게임과 중독되지 않을 수 있는 게임도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세밀한 구분이 없이 모두 통틀어서 게임이라는 범주 하나로 게임 중독은 질병이라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심리학 박사 이장주는 “의학계에서 밝힌 중독의 핵심 증상은 금단현상과 내성, 그리고 갈망이다. 지난 20년 동안 게임중독이란 이름으로 연구된 결과들을 종합할 때 금단현상, 내성, 갈망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아시아경제(2022.03.28.), 「게임 금단현상·내성, 과학적 근거 부족」라고 말한 바가 있다. 나 역시도 내성의 측면에서 똑같은 생각을 하였다. 게임은 다른 중독물질과는 다르다. 중독을 질병으로 취급하는 물질/행위들이 있고 질병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앞서 말한 것 같이 예를 들어 알코올, 도박 같은 것들의 중독은 질병으로 취급되고, 일과 운동에 대한 중독은 질병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전자와 후자 모두 금단 시에 불안을 느낀다는 점은 공통점이지만, 차이점은 내성에 있다. 전자와 같은 경우에는 몸이 그 중독 물질에 대한 내성이 생기게 되어 더 강한 자극을 갈구하게 되고, 이는 더 강한 내성을 만들어 끝나지 않는 악순환을 만든다. 마치 물을 부어도 차지 않는 밑 빠진 독이다. 후자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일 중독일지라도 내성이 생겨 더 많은 일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판단했다는 것은 게임이라는 대상이 전자와 같은 범주에 속한다는 것인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게임에는 내성이 생기지 않아 게임에 중독되어 계속한다고 해서 게임을 더욱더 갈망하지 않는다.
또 게임에 중독되는 과정을 보면 게임 그 자체가 중독성을 가지고 중독을 일으키지 않는다. 게임이 주는 효과는 굉장히 다양하다. 게임이라는 일차적인 행위가 중독을 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함으로써 생기는 경쟁심, 재미, 도전욕구, 현실도피성 등이 심하게 작용하여 중독을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게임뿐만 아니라, 공부, 스포츠, 만화, 영화 등등의 범주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고 그래서 게임이 아닌 다른 요소들도 충분히 일으킬 수 있는 중독성이다. 그렇기에 게임 중독만을 특별히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은 게임에 대한 낙인 효과가 아닐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시 말해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것보다 게임 그 자체를 마약, 도박과 같은 부정적인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보는 생각은 사람들에게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고, 그 결과 세계적인 게임산업에 피해를 줄 수 있고, 중독이 되지 않고 건전하게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도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는 인류의 오랜 역사에 함께한 유희거리에 대한 공격이다. WHO의 게임 중독 질병코드 등재는 옳지 못한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