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잠실점에서 훈련 중인 예비 안내견의 입장을 거부해 논란이 되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
미국의 장애인법은 정당한 출입 거부 사유에 대해 보조견이 해당 장소에서 배변을 보는 경우 등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법도 이러한 방향으로 개정하여 안내견이 타인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힌 경우에만 거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장애 인권이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해 확장된 인권의 개념이다. 장애인도 존엄성을 지닌 인간이므로 기본적인 권리를 주장하고 대우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기본적인 권리들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20년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에서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이 거부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장애인들의 생활권 및 이동권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소속 예비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마트에 들어오자 "장애인도 아니면서 강아지를 데려왔냐"라고 소리치며 진입을 거부한 사건인데, 당시 안내견은 퍼피워킹 과정 중인 예비 안내견이었다. 퍼피워킹이란 예비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일반 가정에 위탁돼 사회화 교육을 받는 과정을 말한다. 퍼피워커라 불리는 비장애인 자원봉사자와 실내, 실외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면서 기본적인 훈련을 받는 것이다. 훈련을 위해 예비 시각장애인 안내견도 일반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마찬가지로 공공장소 출입이 가능하다.
위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자원봉사자가 정당하게 출입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법령을 제시하였음에도 끝까지 출입을 거부당했다는 것이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3항에는 “누구든지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4항에 따라 지정된 전문 훈련 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장애인 차별 금지법 18조에서는 ‘시설물의 소유, 관리자는 보조견 및 장애인 보조기구 등을 시설물에 들여오거나 시설물에서 사용하는 것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한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으면 동법 제90조 제3항에 의해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렇게 법에서는 안내견의 출입 거부를 금지하고 있지만 여러 현장에서는 무작정 개는 안 된다며 출입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한 시각장애인 유튜버 H씨는 자신의 채널을 통해 유명 식당에서 안내견 입장 거부를 당한 사연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알레르기 있는 손님들이 계신다’ ‘안내견이 들어와서 난동을 피우면 어떡하냐’… 안내견을 거부할 때 늘 듣는 말이라서 외울 지경이에요!” 안내견들은 공식적인 절차를 밟고 철저하게 훈련된 만큼 위와 같은 우려는 지나친 핑계일 뿐이다. 그러나 식당 등에서는 근거 없는 갖가지 이유를 대며 출입을 거부하는 경우가 흔하다.
여기에서 법으로 상대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법에서는 그들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아니 된다고 말한다. 즉, 정당한 사유라는 예외를 두고 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법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모호한 기준부터 더 구체적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좋은 예시로 미국의 장애인법은 정당한 출입 거부 사유에 대해 보조견이 해당 장소에서 배변을 보는 경우 등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법도 이러한 방향으로 개정하여 안내견이 타인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힌 경우에만 거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와 관련해서 법적 처벌의 강화가 필요하다. 출입 거부에 따른 과태료가 형법상의 벌금이 아닌 지자체의 역량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절한 처벌이 어렵다. 따라서 과태료가 아닌 벌금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법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지만, 진정한 선진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 더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안내견이 그저 일반 반려견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눈이자 발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우리의 꾸준한 관심, 존중으로 안내견과 시각장애인들이 주눅 들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