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글쓰기 수업(지도: 차익종)의 일환으로 작성된 학생들의 시평을 주1회 게재합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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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닥’의 유료화는 저출생으로 인한 영유아 감소, 다른 과에 비해 낮은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수가, 소아 병동 의료진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똑닥’의 유료화를 막기 위해 의료법을 통한 규제를 하거나 ‘똑닥’이라는 앱 자체를 국가 의료 시스템으로 편입시키는 등의 해결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청과 진료 수가 인상과 의료진의 처우개선, 맞벌이 부부를 위한 영유아 의료복지정책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똑닥 사용료 ‘천원’, 그 이상의 의미
저출생과 낮은 진료 수가로 인해 소아과가 잇달아 폐업하면서 아이의 진료 접수를 위해 부모들이 밤샘 대기를 하는 일명 ‘소아과 오픈런’ 사태가 심각해지자 스타트업 비브로스는 병원 진료예약 플랫폼 ‘똑닥’을 내놓았다. ‘똑닥’을 사용하면 앱에서 원격 줄서기를 통해 간편하게 진료를 예약할 수 있다. 덕분에 ‘똑닥’은 누적 회원수 천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대표 의료 서비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똑닥’이 지난 9월 돌연 유료 멤버십 서비스 전환을 선언했다. 이제 매월 천 원 또는 연간 만 원을 내고 멤버십에 가입해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벤처 기업 종사자들은 비브로스의 결정이 ‘서비스를 이어가기 위한 최소운영비용의 마련’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일부 이용자들 역시 기꺼이 소액의 요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논의의 핵심은 결코 ‘천원’이란 사용료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필수 공공영역인 병원 진료 접수가 민간 기업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옳은가’라는 질문과 함께 소아 의료의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는 현실을 살펴봐야만 한다.
필수 공공영역의 시장화
‘똑닥’의 이용은 반강제적 구독의 성격을 갖는다.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병원의 대부분이 ‘똑닥’으로만 예약을 받기 때문이다. YTN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지역 소청과 의원 23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문의한 결과, 예약이 원칙적으로 불가한 8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15곳은 모두 이 앱을 통해서만 예약을 받고 있었다. ‘똑닥’을 사용하지 않으면 의료 서비스에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현장 접수가 가능한 병·의원의 경우에도 ‘똑닥’을 통한 예약 환자가 넘쳐 하루에 진료 가능한 환자의 수를 넘으면 아예 접수창구를 닫아버린다. 이러한 현실은 병·의원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누구에게나 마땅히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병원이 ‘서비스 공급자’의 편의를 위해 단지 특정 앱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자를 거부한다면 이는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똑닥’의 유료화는 독점 사업자의 횡포로 이어질 수 있다. ‘똑닥’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출시 초반에는 무료로 서비스를 보급해 시장점유율을 높인 후 유료로 전환하는 방식을 취한다. 현재 의료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똑닥’이 추후에 요금을 올리거나 프리미엄 서비스를 도입해 등급별로 다른 서비스를 제공해도 소비자들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필수 공공의료 영역에서 국민들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소아청소년과 의료 시스템이 낳은 구조적인 문제
‘똑닥’을 통해 병원 진료 예약을 ‘시장’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똑닥’이 소아청소년과를 중심으로 보급되어 있기 때문에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현재 대한민국의 소아 의료 체계는 인력난으로 위태롭다. 필수의료영역에 속하는 소청과는 다른 과와 달리 비급여 항목이 없어 진료수가가 낮은 데다가 저출생 상황까지 악화하면서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 병·의원들부터 대거 폐업하고 있다. 소청과의 전망이 어둡다고 생각한 의대생들과 인턴의사들 역시 소청과를 전공으로 선택하지 않아 상급의료기관에서도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2024 상반기 전공의 1년차 전기모집 지원결과’에 따르면, 모집 정원이 확정된 24개 진료과목 가운데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가장 낮았다. 심지어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는 지난해 3월 말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며 ‘폐과’까지 선언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똑닥’ 외에 진료를 접수할 수 있는 창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소아 환자들이 별다른 대안 없이 병원들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게 되고 1차 기관에서도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었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상태가 악화되어 상급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게 되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똑닥’이 소아청소년과 의료 플랫폼을 독식하는 것은 사실상 소청과 전문의와 소아 병동 부족이라는 의료 인프라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어 끊임없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야간에 심하게 아프더라도 야간 진료를 하는 소아과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대학 병원 응급실마저 소아 병상이 적으니 부모들은 아침까지 기다리다 소아과에 오픈런을 할 수밖에 없고, 출퇴근을 해야 하는 다른 부모들 또한 아이가 가벼운 감기일지라도 병원이 열기 전 아침부터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들이 분산되지 않고 특정 시간대에 몰리면서 병원에서도 한정된 인력으로 질서 유지를 위해 ‘똑닥’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사실 소아과 병원이 모든 시간대에 붐비는 것은 아니다. 오후 시간 진료는 충분히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똑닥’을 통해 아침 시간에 하루 예약환자 수가 넘치면 현장 접수가 불가능해지고, 오후에 현장접수를 할 수 있는 보호자들도 어쩔 수 없이 아침 오픈런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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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공공의료시스템을 위한 작은 걸음
‘똑닥’의 유료화는 저출생으로 인한 영유아 감소, 다른 과에 비해 낮은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수가, 소아 병동 의료진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똑닥’의 유료화를 막기 위해 의료법을 통한 규제를 하거나 ‘똑닥’이라는 앱 자체를 국가 의료 시스템으로 편입시키는 등의 해결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소청과 진료 수가 인상과 의료진의 처우개선, 맞벌이 부부를 위한 영유아 의료복지정책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아직 소아과에 한정된 문제라 할지라도 ‘소아과 오픈런 사태’와 ‘똑닥의 유료화’는 우리의 공공의료시스템의 빈틈을 메꿔 나가기 위한 단초이다. 단순히 표면적으로 드러난 부작용을 해결하는데 머무르기보다는 정부가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료공급을 늘려 구조적인 모순을 타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