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생들의 정당한 노동법적 권리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올해도 어김없이 몇 군데의 일간지와 TV 뉴스에서 이에 관한 보도를 했다. 고용노동부의 ‘12년 아르바이트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919개 사업장 중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사업장이 무려 789개소(85.8%)에 달한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그러나 ‘무려’라는 단어가 낯간지럽게도, 아르바이트생의 법적 권리쯤은 사뿐히 즈려밟고 가는 것이 대세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아르바이트 한 번 안 해보는 학생도 드물거니와, 설사 그런 학생들일지라도 주변에 아르바이트 하는 친구 한 명쯤은 있기 때문이다. ‘20대 표심’에 관심이 있는 정치인들도, 유관 행정부처 공무원들도, 아니 신문이나 뉴스를 보는 사람들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지가 없었을 뿐이다.
아르바이트생들의 법적 권리를 실효성 있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구제 제도가 필요하다. 야간근무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아르바이트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우선, 고용주를 찾아가 위법 사실을 지적하며 야간근무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주는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하지 말라’며 그의 요구를 묵살하고, 심지어 해고할 지도 모른다. 그는 두 번째 방법을 취해볼 수도 있다. 고용노동부 등의 행정기관에 신고를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의 강제력은 확실하다. 그러나 고용주를 신고한다면, 그는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셈이 되고 실상 그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퇴직 후에 신고를 해버릴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 ‘법대로 하자’며 어떤 기관에 제소를 하는 것은 상당한 심적 부담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그는 ‘권리자’임에도 ‘신고자’가 되어 비난 받을 것을 감수해야 한다. 비슷한 업종의 사업주들이 공유한다는 블랙리스트 소문도 그를 위축시킬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내릴 결론은 무엇일까? 당신이 예상한 그 답이,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이 내린 결론이다. 억울해도 참자.
현행 제도가 아르바이트생들의 권리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아르바이트생의 적극적인 신고가 있어야만 비로소 행정기관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근로감독제도가 있다고는 하나, 현재의 근로감독제도는 인적 · 물적 자원의 한계로 인해 실태조사 정도의 기능에 머물러있다. 아르바이트생이 고용주를 신고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신고를 전제로 아르바이트생의 권리 구제에 나서는 것은 결국 그들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약자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겨놓고 극소수의 ‘(신고할)용기 낸 사람’만을 구제하는 이 시스템은 정의롭지 않다.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면, 그들이 지금처럼 쉽게 노동법을 위반하는 데에는 현행 제도의 책임도 크다. 까놓고 얘기해서, 법을 위반해도 적발되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 왜 굳이 법을 잘 지키겠는가.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아르바이트생의 신고가 전제되어야 권리 구제가 가능한 제도’에 ‘아르바이트생의 적극적인 권리 주장이 어려운 현실’이 더해진 결과물이 “85.8%”의 위반율이다. 따라서 아르바이트생의 당연한 법적 권리가 실효성 있게 보장되길 원한다면, 신고 없이도 행정기관이 고용주의 위법 사실을 파악하여 제재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