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가족들과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었다. 종업원 두 명이 같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한 명은 신입직원으로, 다른 종업원이 하는 것을 옆에서 보며 배우고 있었다. 옆 테이블에서 주문을 받는 두 종업원은 테이블 아래 위치에서 무릎을 꿇으며 고객을 응대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선배 종업원이 신입 직원의 허벅지를 찰싹 때렸다. 신입 직원의 무릎 꿇은 자세가 자신과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일련의 일들은 고객이 보지 않는 테이블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종업원의 무릎 꿇고 응대하기는 고객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고 익숙한 것일 테지만 종업원들이 그렇게까지 열심인 것은 고객을 잘 대하기 위함이며 이는 직접 고객을 응대하면서 자신의 감정은 드러내지 않고 서비스 해야 하는 감정 노동과 관련이 있다.
감정노동자는 이러한 감정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로, 승무원, 전화상담원, 판매원 등 대체로 서비스직에 종사한다. 최근에 텔레비전 뉴스와 인터넷 기사를 통해 승무원 폭행사건, 전화 상담원에게 욕설을 퍼붓는 ‘무개념’ 행동 등 감정노동자들의 고충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었고 사회 전반적으로 이러한 일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널리 퍼져있다. 욕설·폭행 등의 일부 ‘진상손님’의 극단적인 행동들이 감정노동자를 힘들게 하는 것으로 언론에서 다뤄지며 문제시되고 있지만 그 외에도 무심코 나타나는 감정노동자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 역시 감정노동자를 힘들게 한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종업원이었던 A씨는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으로 고객이 종업원을 낮잡아 보고 명령어투로 말하며 함부로 대할 때, 종업원이 해결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그것이 무리한 요구인 줄 모른다는 점을 꼽았다. 무리한 요구를 한 고객은 A씨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짜증을 냈다. A씨는 자신을 하대하고 짜증내는 고객에게도 웃으며 ‘네’라고 말하며 계속해서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된다고 말했다. A씨는 일하면서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그릇을 치우는 기계가 된 느낌을 받았으며 그러한 상황을 겪을 때마다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명숙 민주당 의원의 '민간·공공 서비스산업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실태 조사'는 감정노동자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년간 업무 중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를 받았다고 말한 응답자는 80.6%, 인격 무시를 당했다고 말한 응답자는 87.6%였다. 감정노동자의 우울 증상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8.6%가 상담이 필요한 수준의 우울 증상을 보였고 30.5%가 “자살 충동을 느낀 적 있다”고 답했다.
감정노동자를 욕하거나 때리지 않기만 하면 ‘진상 손님’이 아닌 걸까? 사소하게 여겨지는 행동이 감정노동자를 병들게 하고 있다. 감정노동자와 고객 사이는 소위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지만 감정노동자는 어느 회사의 노동자이기 이전에 ‘나’와 같이 존중 받아야 할 ‘인격체’이다. 같은 인간으로서, 사람을 대하는 기본 예의와 배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