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최근 ‘스마트폰이 생기고 난 후’라는 제목의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 사진은 미국드라마 ‘How I Met Your Mother’의 주인공들이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2005년에는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2011년 장면에서는 스마트폰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사진은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고 기기의 성능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생활은 더 좋아진다고 할 수 없는 현실을 담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의 등장으로 스마트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또한, 더 빠르게,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남긴 당선 소감을 출근길 지하철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누군가의 결혼소식을 담은 청첩장이 카카오톡을 통해 태평양을 건너 친구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사람들 사이의 경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연말 모임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저마다 화면 속 뉴스를 보고, 게임을 하고, 카카오톡으로 연말 인사를 주고받느라고 바쁜듯하다. 휴대전화 속 공간에 머물면서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심해지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스마트폰 속 공간에 중독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설문조사 업체 두잇서베이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명 중 1명이 아무 이유나 목적 없이 하루 30회 이상 스마트폰을 열어본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중독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있다. 네트워크전문기업인 CISCO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퍼센트가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을 꼭 확인하고 4명 중 3명이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주로 이용한다고 답하였다.
사람들은 자신을 스마트폰 공간 속에 가둘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소외시키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들은 필요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기도 하고, 피처폰을 사용한다고 무시 받을 때도 있다.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에게는 스마트폰이 디지털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또 학생들 사이에서는 따돌리는 친구를 대화방에 초대하지 않는다거나 대화방 내에서 무시하고 언어폭력을 행사하면서 카카오톡 대화방이 왕따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 갖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아졌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얼마나 더 좋은 기능을 갖고 출시되는지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사용이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을 가져다주는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본 기고글은 <나비>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