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평은 오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글쓰기 강의시간(지도강사 : 차익종)에 쓴 시평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최근 청년들의 책읽기나 비판적 사고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데, 이 시평들을 통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살피는 청년들의 참신한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 주)
나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와 한 학기를 보내고 있다. 처음으로 한국대학에서 생활하며 한국에서는 출신대학이 곧 자존심이자 그 사람을 알리는 중요한 간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본은 출신대학도 중요하지만 어떤 동아리에 속해있었는지를 더 궁금해한다. 그 차이는 중·고등학교 생활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본의 중·고등학생은 동아리 활동(部活부카츠)을 자존심으로 여긴다. 중학생은 무려 90%, 고등학생도 70% 넘게 참여한다(문부과학성. 2011). 기본적으로 1주일에 3~4번 방과 후에 활동한다. 특히 운동부나 취주악부 같은 경우 매일 아침이나 점심, 방과 후에도 연습한다.
나도 매일 연습해야 실력이 늘어난다는 신념을 지니고 열심히 연습했다. 선후배와 같이 활동하면서 인간관계도 배웠다. 나중에는 부장의 직책도 맡게 되어 맡은 소임을 하는 가운데 책임감도 갖게 되었다. 처음으로 라이벌도 생겼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슬럼프도 경험하고 울면서 연습을 한 기억도 있다. 부카츠를 통해서 나의 한계를 넘은 순간 자신이 더욱더 성장하는 것을 직접 느꼈다. 중·고등학교 때 나에게는 부카츠가 전부였고 그 추억이 있기 때문에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부카츠를 하는 학생과 안 하는 학생들의 성적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조사결과도 있다(Benesse교육개발센터, 2009). 주어진 시간 안에서 어떻게 공부의 질을 높여 효율적으로 공부해야 할지 늘 고민하기 때문일 것이다. 도쿄대학이나 교토대학과 같은 좋은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이 많은 고등학교에서도 다양한 부카츠가 시행되며 고등학교 2학년까지도 열심히 활동한다.
왜 일본에서는 부카츠에 열정을 기울이는 것일까? 그 이유는 문무양도 정신에 있다. 원래 뜻은 문과 무를 양립하여 균형 있게 잘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학생의 입장으로 바꾸어 말하면 공부도 부카츠도 열심히 하여 양립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도 교사도 부카츠를 해왔던 추억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부카츠에 참여하는 것을 적극 응원한다.
한국에도 지덕체(智德體)라는 말이 있다. 어원은 달라도 그 단어가 가리키는 방향은 똑같지 않을까? 그러나 한국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거의 안 한다고 한다. 자기 스스로 하고 싶은 예체능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하는 것은 학생 시절에 누릴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다.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청춘을 즐기기 위해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 본 기고글은 <나비>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